팽목바람길을 걸었습니다.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오후 1시 30분, 팽목항 빨간 등대 앞에 모인 사람들이 팽목바람길을 걷습니다. 벌써 25회가 되었습니다. 이날도 서울과 부산 등 전국에서 10여 명의 사람들이 팽목바람길을 걸었습니다.

팽목항에는 세월호 팽목 기억관이 있습니다. 이 팽목 기억관은 6월 중에 사라지게 됩니다. 진도군수가 팽목항에 당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석탄재를 매립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당진화력발전소에서 발전하고 남은 석탄재를 청정구역인 팽목항에 매립할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석탄재는 다량의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도 말입니다.

▲ 세월호 팽목 기억관은 석탄재 매립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기억과 재현의 치유 공간이 사라지게 됩니다. 엄마의 바다가 사라지게 됩니다. ⓒ장영식

미국에서 핵발전소를 폐기하고 해체할 때, 해체된 위험한 핵폐기물들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가 없어서 완전한 해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혹시라도 이동할 때 사고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이동 중에 사고가 나면 광범위한 방사능 피폭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당진화력발전소에서 발전하고 남은 석탄재를 팽목항으로 반입해서 매립한다는 것이 상상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진도군민으로 구성된 ‘팽목항 석탄재폐기물 매립저지 진도군대책위원회’는 당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된 석탄재 폐기물 매립을 결사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석탄재를 매립하기 위해 세월호 팽목 기억관을 철거하라는 것이 진도군의 방침입니다. 또한 팽목항에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는 석탄재를 매립하면 진도군의 특산물인 세발낙지도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 팽목항에서 생물들을 채집하는 진도군민들의 모습. 팽목항에 석탄재가 매립되면 이 모습도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장영식

진도군수는 진도항을 세계적 미항으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석탄재가 매립된 곳이 어떻게 세계적 미항이 될 수 있을까요. 마치 제주 강정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면서 다목적 미항이라고 선전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일입니다. 광범위하게 자리했던 진도군의 갯벌은 쌀을 생산하기 위한 간척사업이 완료된 1967년에 사라졌습니다. 갯벌이 주었던 숱한 생물들도 사라졌습니다. 팽목항에 석탄재가 매립되면 진도군민들의 건강과 자연생태 환경도 바뀌게 될 것입니다.

▲ 팽목항 주변에는 석탄재 매립을 반대하는 진도군민들의 절규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자연생태계의 파괴와 군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정책들은 항상 소수의 사람들이 결정하고 집행하고 있습니다. ⓒ장영식

세월호의 아픈 기억을 치유하지도 않은 채, 망각의 텅 빈 바다로 바꾸려는 진도군의 석탄재 매립 정책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소수의 개발론자들과 그들의 이익을 담보하기 위한 정책들은 폐기되는 것이 마땅합니다. 팽목항은 개발 이익을 노리는 소수의 사람들의 항구이며 바다가 아니라 아픈 상처를 기억하고 재현하려는 사람들의 항구이며 바다입니다. 아직도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올 것을 기다리는 엄마의 바다입니다. 진도군은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것은 나쁜 정치인들과 나쁜 관료들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팽목항은 수학여행을 떠났던 아이들이 아직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기억의 바다이며,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엄마의 바다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장영식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이글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에도 실린 글입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장영식 사진작가  hanion@hanmail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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