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 포토에세이] 엉터리 공론화를 규탄한다!

장영식 사진작가l승인2020.07.20l수정2020.07.1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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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시작했던 2017년 6월에는 고리 핵발전소 1호기 영구 정지 기념식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의 공약과는 달리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의 건설 여부에 대해서는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공론화 기간 동안 찬반을 대표하는 사람들과 단체들이 TV를 포함한 언론에 출연해서 치열한 논쟁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신고리 핵발전소 5, 6호기의 건설 여부보다 훨씬 더 중요한 핵쓰레기장 문제는 언론과 국민의 관심 밖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정정화 위원장이 위원회 해체를 요구하며 사퇴하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그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재검토위원회와 지역실행기구가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결정적인 사퇴 배경이라고 밝혔습니다.

▲탈핵부산시민연대 회원들이 재검토위원회의 엉터리 공론화를 규탄하고, 재검토위원회의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장영식

정정화 위원장은 지난 4월 경주 월성 핵발전소 내의 맥스터(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추가 건설 여부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해 시민참여단 구성을 위한 설문 문항을 재검토위 차원에서 만들었는데, 지역실행기구가 재검토위와 상의도 없이 설문 문항을 모두 바꿨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위원장은 “근본적인 취지를 훼손하는 쪽으로 설문 문항을 바꾼 것을 보고 사퇴를 결심했다”라며, 지역실행기구 위원 구성의 대표성과 공정성도 문제 삼았습니다. (https://nonukesnews.tistory.com/1847 참조)

그러나 산자부는 정정화 위원장 사퇴 5일 만에 새 위원장을 선출하고, 박근혜 정부에서 실패했던 반쪽자리 공론화 과정보다 더 못한 공론화를 밀어붙이듯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산자부는 주민을 무시하고, 갈등만을 유발하는 일방통행 방식의 의견수렴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지적도 무시하고 있습니다. 산자부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시민참여단 자료집을 철저하게 비공개로 하고, 시민참여단에 비밀엄수 서약이라는 보안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 전국토론회’가 열렸는데, 비밀군사작전을 방불케 했습니다. 토론회 장소를 갑자기 변경하고, 토론장으로 들어가려는 주민들을 용역 노동자들을 동원해서 막았습니다. 공론화라는 이름으로 공론화의 주체인 지역 주민들조차 토론회에 입장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 탈핵부산시민연대 회원들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졸속, 비밀주의 전국 토론회를 비판하며 시민참여단의 토론회 보이콧을 요청하고 있다. ©장영식

핵발전소를 가동하면 반드시 핵폐기물이 배출됩니다. 원자력안전법에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설 시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내의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원자력안전법 제103조)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산자부는 핵발전소가 있는 행정구역 주민만을 대상으로 공론화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월성 핵발전소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내 울산 주민이 104만 명이나 되지만, 월성 핵발전소가 소재한 경주 주민만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반쪽자리 공론화’ 또는 ‘가짜 공론화’라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7130300105&code=990304

핵발전소에서 배출하는 고준위핵폐기물은 위험합니다. 사람의 몸이 스치기만 해도 치명적입니다. 고준위핵페기물은 최소 10만 년 이상을 보관해야 반감되는 물질입니다. 그래서 스웨덴과 핀란드에서는 30-40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쳤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과 몇 개월만에 549명의 시민참여단을 들러리로 세워 결정하겠다고 합니다. 산자부가 진행하고 있는 공론화 과정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정신을 무시한 악질적인 공론화 과정입니다. 문재인 정부와 산자부는 지금 당장 가짜 공론화 과정을 백지화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과정에서 공약했듯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국민들에게 고준위 핵폐기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국민들이 온전하게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하고 독립적인 전담기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준위 핵폐기물에 대한 충분하고도 완벽한 숙의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 현재 시민참여단도 이 숙의 과정이 미래세대들을 위한 엄중한 과정임을 인식하고, 졸속으로 처리되고 있는 재검토위 참여를 거부해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시민참여단의 성숙한 선택이며 역사적 책무입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이글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에도 실린 글입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장영식 사진작가  hanion@han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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