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와 시설보호아동을 위한 아동복지법을 개정하자 - '라면 화재’ 형제 비극을 막자

김미경 편집위원l승인2020.09.29l수정2020.10.0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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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9일 <한겨레>에서 ‘갈 곳이 없다는 것은 두려움이었다자립 내몰린 아이들’ 기사를 보았다. 호남권에서 활동하는 박임근, 정대하 기자가 썼다. 
http://www.hani.co.kr/arti/area/honam/961183.html

기사는 이렇게 말한다.

“준비되지 않은 채 자립으로 내몰리는 보육시설 보호 종료 청소년들은 해마다 평균 2500여명, 정부는 보호종료 때 자립정착금 500만원(인천 800만원)을 주고, 3년 동안 다달이 자립수당 30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대학진학, 직업교육 및 훈련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보호기간 연장조치가 가능하다”

“보육시설 청소년들에게 미리 자격증을 따도록 돕는 것도 자립을 돕는 현실적인 방안이다. 퇴소 청소년들 대학 진학은 자립 수준을 높이는 사다리가 될 수 있다. 시설에서 퇴소하면 기초수급자로 등록돼 대학 학비가 무료다.”

후원자가 최대 월 5만원씩 저축해주면 지방정부가 만 18살까지 같은 금액을 추가로 적립해주는 ‘디딤씨앗 통장’ 기한을 결혼 적령기까지 늘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살다가 분양조건형 공공임대로 옮겨 살도록 하는 등 가족처럼 꼼꼼하게 일러주는 곳이 있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보호종료 아동들이 가정을 꾸릴 때까지 사회가 ‘울타리’가 돼줘야 한다”

자립정착금 500만원 이상, 퇴소 3년간 다달이 30만원 지원, 디딤씨앗 통장이 있다해도 그들의 자립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주거지원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 게티이미지뱅크.(사진출처 : 2020년 9월 9일자 한겨레신문)

주거 해결이 가장 힘들었다는 서희(가명)가 생각난다.

아동상담소에서 30년 전 알게 된 서희(가명)는 어려서 부모와 헤어져 절에서 자랐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그 해, 스님은 서희를 중학교에 보내지 않고 신도 할머니 댁에 보냈다.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가사일밖에 없었다. 서희는 똑똑했다. 근처 파출소에 찾아가 중학교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서희를 만났다.

서희는 절에 돌아가길 거부했다. 뒤늦게 천주교 운영 보육시설에 들어갔고 제 나이보다 2년 늦었지만 중학교에 입학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문대에 들어갔다. 그 당시 보육시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무조건 나와야했다. 자립정착금이라고 서희 손에 지워준 돈은 100만원 남짓 됐을까? 대학생이라 정규 직장을 다닐 수 없었던 서희는 1998년 서울시 관리 청소년자립생활관에 들어갔다.

청소년자립생활관은 보육시설을 나온 청소년들이 최대 3년까지 살 수 있는 곳이다. 서희는 그곳에서 5년 지냈다. 전문대 2년을 졸업하느라 주거비를 모으지 못한 서희를 생각해서 자립생활관에서 특별 배려를 해줬다. 그곳에서 5년 살고 돈도 좀 모으고 부족한 돈은 대모님께 빌려 방 한 칸을 전세로 빌려 이사했다. 1000만원 정도 주고 얻은 방이었지만 형편없었다. 2년을 산 후 임대주택에 당첨되어 살다가 결혼해서 지금은 두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아주 잘 살고 있다.

서희는 가장 막막했을 때가 바로 보육시설을 나왔을 때라고 했다. 보육시설에서는 그런대로 걱정 없이 살 수 있었다. 퇴소하는 순간,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하는데 어떤 대비도 없이 내던져졌다는 생각에 막막했다. 자립정착금은 턱없이 부족했다.

서희는 과거 자신의 고충을 이렇게 이야기 했다. 

“보육원에 들어가는 시점부터 청약저축을 들어줘야 해요. 나올 때 손에 쥐고 나올 수 있는 돈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해요. 지금 주는 자립정착금 가지고는 자립은커녕 그냥 다 써버리게 되요. 지원금도 필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주거문제라 생각해요. 청년 임대아파트에 가능한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고요. 보육원에 있을 때 경제교육도 꼭 필요해요. 보육원에서 지낼 때와 다르게 퇴소 후 현실과 부딪히는 상황에서 조언을 받을 어른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어 많이 암담했어요. 보육원에 살 때는 모르지만 나와서는 부모형제가 있는 청년들보다 100배 힘들었다고 생각해요.”

박임근, 정대하 기자가 쓴 기사를 보니 20년 전보다는 개선된 보육시설 퇴소아동 정책이 시행되고 있어서 반갑기는 하다. 서희는 대학입학금은 보육원에서 마련해주었지만 그 후 납부금도 장학금을 받거나 스스로 해결해야했고, 월 30만원 지원비도 없었다. ‘디딤씨앗 통장’도 없었다.

‘디딤씨앗 통장’을 생각해보자. 서희는 보육시설에 6년 있었으니까 자립정착금과 함께 1,500만 원 정도는 갖고 나올 수 있겠다. 아동보육시설에서 최대 15년을 산다고 하면 2,500만 원 이상 갖고 나올 수 있겠다. 이 돈을 갖고 퇴소 청소년이 주거까지 포함해서 자립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시설보호아동은 학대아동만큼 우리 사회와 국가가 최우선 배려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아이들이다. 이 기회에 <한겨레>가 아동복지법이 너무 시대에 뒤쳐져 있는 법은 아닌지... 아동복지를 위한 법이라지만 아동을 벼랑으로 내모는 법은 아닌지... 위기아동(가출 등)에 대한 법적 보호는 어떤 것이 있고 그 법이 현실에 맞는 것인지.. 실제 사례를 들어 하나하나씩 점검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마침 지난 9월 27일 이런 기사가 나왔다.

허종식 의원 “라면 화재’ 형제 비극 막자”…아동복지법 개정안 대표 발의
http://www.hani.co.kr/arti/area/capital/963794.html

허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내용은 이렇다. “보호자에 의한 학대가 의심되고 재학대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지방자치단체장이 아동복지심의위원회의 보호 조처에 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아동을 보호자와 즉시 분리할 수 있도록 한다" 

아동학대 뿐만 아니라 시설보호아동을 위한 법도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겨레>가 발로 뛰어 그들의 눈물을 이야기하고 미흡한 부분에 대안을 제시할 때 언론으로서 <한겨레>의 존재는 더욱 빛날 것이다.

* 이글은 서희와 전화 및 카톡 대화 내용을 참고하였고 서희의 동의를 얻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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