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고 또 쪼개라. 그리하면 사라지리라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떤 세상에 늑대와 양이 살았다. 늑대는 양을 잡아먹고 살았는데 양이 어찌나 일사분란하게 도망을 다니며 방어를 잘하는지 잡아먹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늑대 우두머리는 이런 명령을 내렸다.

“양 중에서 흑색 양만 공격해서 잡아먹어라”

늑대는 흑색 양만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가까이 있는 회색 양도, 하얀 양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러자 양들의 세계에서 균열이 일어났다. 흑색 양이 공격 받을 때 다른 양들이 도와주지 않았던 것이다.

드디어 흑색 양이 다 잡아먹혔다. 그 다음 늑대는 회색 양을 공격했다. 회색 양은 당황했다. '어~~ 왜 우리를 공격하지?' 하고 머뭇거리는 순간 도망갈 시간을 놓쳤다. 또 흑색 양이 공격받을 때 지켜만 보던 회색 양은 대처력을 잃어 방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하얀 양은 멀뚱히 보기만 할 뿐 도와주지 않았다. 결국 회색 양도 모두 잡아 먹혔다. 그 다음 대상은? 말할 것도 없이 하얀 양이다. 그렇게 양은 멸종되었다. 그럼 늑대는? 먹을 것이 없는데 어찌 살아남을 수 있으랴? 당연히 멸종이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히틀러가 생각났다. 히틀러도 저 늑대처럼 국민을 나눴다. 니뭴러(Niemoller)라는 목사 고백이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 목사는 초기에 반유대교 설교를 할 정도로 나찌에 우호적인 목사였다. 자신과 신념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좌파정치세력, 노동세력이 탄압을 받을 때도 동정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히틀러 말기, 그가 교회 나찌화에 대항하면서 탄압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1937년에 체포되었다가 종전 후에 풀려나게 되는데 자신 행동을 반성하며 이런 시를 지었다.

 

<그들이 처음 왔을 때>

 

나찌가 공산주의자들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하고 있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사회주의자들을 가둘 때,
나는 잠자코 있었다.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노조에게 왔을 때
나는 항의하지 않았다.
나는 노조가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유태인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내게 왔을 때
아무도 항의해 줄 이가 남아있지 않았다

이렇듯 히틀러는 국민 전체와 싸우지 않았다. 국민 중 소수를 먼저 골랐다. 그들을 제거하고 또 소수를 골랐다. 이렇게 조금씩 떼어 내어 반대세력을 제거하면서 국민을 통제했다.

그런데 요새 한국 사회가 이런 히틀러식 소수분리 정책을 철저히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MB정부는 철거민과 국민을 분리시켰다. 해고노동자와 비해고노동자를 분리시켰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분리시켰다. 소수 약자를 국민에게서 떼놓고는 죽음으로 호소하게 만들었다.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 수법을 쓰는 것 같다. 소수 정당인 통진당을 제거했다. 그리고 한 집단씩 떼어 내어 국민 정서와 분리시키면서 때렸다. 철밥통과 과다연금으로 공무원을, 법외노조로 전교조를, 그리고 적자를 내세워 공기업을 때렸다. 그 다음 노동개혁이라며 장년노동자를 청년노동자의 적으로 만들어 때리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라면서 노동자의 권리를 하나씩 뺏으며 때린다. 결국 최종적으로 남는 것은 무노조 비정규직 청년노동자가 될 것이다. 그들은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는 노동자가 아니다. 자본에 종속된 부속물인 노예일 뿐이다. 노예의 나라에서 2세가 성장할 수 있을까? 결국 노동 인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되고, 저 양들과 같이 다 망하는 수순으로 가게 되는 거다.

이런 악독한 히틀러식 수법을 무능하고 못된 정부만큼 잘 따라 하는 집단은 누구일까? 바로 자본이다. 자본은 노동자를 해고하고 싶을 때 여러 가지로 쪼갠다. 명예퇴직, 희망퇴직, 무급휴직, 정리해고... 심지어 정리해고된 자들도 쪼갠다.

최근에 쌍용자동차 김득중 지부장이 단식을 시작했다. 김 지부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노조가 해고자 전원 동시 복직에서 한 발 물러서 순차적 복직까지 양보했지만 회사는 복직 시한은 못 박지 못하겠다는 태도”라며 “벼랑 끝에 서 있는 해고자들로서는 몇 년이 될지 모를 복직을 무작정 기다릴 수 없기에 복직 시한 명시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김득중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지부장이 3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앞에서, 회사 쪽에 ‘해고자 복직 시한 명시’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평택/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사진과 설명출처 : 한겨레신문)

 

순차적 복직이란 해고노동자를 쪼개는 방식이다. 거기다 복직 시한은 못 박을 수 없다니.. 결국 몇 안되는 노동자를 쪼개고 쪼개서 일부는 노예로 만들고 일부는 죽이고 가겠다는 이야기다. 쪼개다 쪼개다 히틀러도 망했는데 왜 이렇게 쪼개서 망하는 방식을 정부나 자본은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지들이 쪼개져 봐야 정신을 차릴라나? 노동자가 줄어들다 사라지면 결국 지들도 쪼개지겠지?

 

<참고기사1> : 복직 ‘희망고문’만 7개월… 곡기 끊은 쌍용차지부장/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706785.html

<참고기사2> : [김소연의 볼록렌즈] 김득중 씨, 힘내세요!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07095.html

 

편집 : 김유경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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