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를 보내려 잠깐 내려왔다가 올라가기 전에 소식 전하고 갑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알차게 보내고 가는 것 같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오늘은 개성에서 생활하며 경험했던 일상을 바탕으로 재미있는 북쪽말 몇마디를 소개할까 합니다.

1. 빡치기하다 : 맞바꾸다. 교환하다. 물물교환하다는 의미.

조용한 오후 북측인사가 찾아왔다. 비닐봉투에 든 걸 건네주며 “잘 건사하시라요, 이따가 저녁에 봅시다.” 다짜고짜 물건을 떠안기다시피 해서 영문도 모르고 받아 안았다. 잘 건사하라니 잘 보관하고 있었다. 어둑한 저녁, 저녁을 먹고 돌아오니 매장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길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고 하니, 대뜸 “김선생 빡치기 합시다” 한다. “네? 뭐라고요? ”, “빡치기 하잔 말입네다” 무슨말인가 해서 멀뚱하게 쳐다보니 아까 준거랑 자기가 필요한 거랑 맞바꾸자는 뜻이었다. 아하~! 그제서야 자초지종을 얘기하는데 귀에 쏙쏙 들어온다. 자기가 내게 건네준 건 송악소주 두병, 남쪽의 참이슬 소주를 마시고 싶으니 맞바꾸자는 것이었다. 고마움과 미안함에 소주 다섯병을 챙겨주니 손사래를 치며 사양을 한다. 실갱이 끝에 참이슬 세병을 건네줬다. 남쪽술과 북쪽술을 서로 빡치기하며 마실 수 있다니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2. 따분하다 : 민망하다. 서로 시비를 가리며 다투다는 의미로도 사용되는 듯.

개업준비하느라 상품진열에 분주할 때에 도대체 무슨상품을 파는지 남쪽 사람들도 많이 궁금해 했지만 북측 사람들도 꽤나 궁금했나보다. 수시로 들여다보며 호기심어린 눈빛을 보내곤 하더니 북측사람 한명이 물어온다. “록화기는 언제 설치할 겁니까?” 듣는 순간 직감적으로 도난방지를 위한 CCTV를 말하는구나 싶어서 즉답을 피했다. 사실 남측에서야 상점이라면 감시카메라 설치는 당연한 조치로 여기지만 북측에서는 예민하고 민감한 사안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이야 많이 관대해졌지만 예전에는사전에 북측과 충분히 협의를 해도 허가를 쉽게 안내주는 일이다. 아마 지금도 그러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10년의 세월이 많은걸 변화시켜 주었고, 북측 사람들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걸 많이 이해를 해 주는듯 했다. 적당한 변명거리를 찾고 있는 중에 먼저 얘기한다. “빨리 설치해야지요, 그래야 서로 따분한 일도 안생기지요.” 이해해줘서 고맙다는 말 대신 “뭐라고요?” 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따분하다고요?” 그제서야 눈치를 챘는지 “그래야 서로 의심안할 거 아닙니까? 우리 사람들 보고 의심하곤한단 말입니다.” “아~ 이해해줘서 고맙습니다. 북측분들을 의심한다기보다는 남측 북측을 떠나서 예방효과가 더 큰 역할을 한답니다.” 참 많이도 변했다. 서로를 이해하는 정도가 이정도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3. 기저귀날 : 여성들이 한달에 한번 걸린다는 마법의 날, 생리일, 월경일

북측여성들을 관리하는 이가 찾아와 물어본다. “위생대(생리대)도 판매합니까?”, “필요하다면 뭐든지 갖다 놓아야지요” 라고 했더니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준다. 봉사원들이 많이 있는데 수시로 돌아가며 생리를 하는데 갑자기 문제가 생기면 급하게 위생대가 필요한 일이 종종 생긴다고 했다. 주로 중국산을 많이 쓰는데 품질이 떨어져서인지 가려움증을 호소하기도 하여 남측의 위생대를 선호한다고 한다. 함께 생활한지가 오래되다보니 이젠 얼굴만 봐도 아! 이년이 귀저기날이구나 하고 알아맞힌다고 농을 하여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 수위도 만만치 않은데다가 기저귀날이라는 표현도 너무 재미있어서 표준어가 아니라 비속어인줄 알았는데 함께 있던 남측의 모 법인장이 한마디 거든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귀저기날이 뭐냐?” 라고 핀잔을 주는데 속으로 너무 순수하고 재미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쪽에서 들으면 너무 유치하고 민망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모두 행복하고 넉넉한 한가위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편집 최홍욱 편집위원

김정진 주주통신원  mode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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