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인 이규옥 한겨레 주주를 인터뷰했다. 한국고전번역원에서 한문으로 된 기록물을 한글로 옮기는 일을 하는 주주다. 야학 활동을 함께 했고, 선생님에게 몇 년간 <명심보감>, <중용>, <논어>, <맹자>, <장자>를 배웠던 스승과 제자로 또 가끔 만나 대화를 나누는 지인의 연으로 인터뷰 요청을 하였다. 현대 것을 따라가기도 바쁜 시대에 살며 얼핏 고리타분하다 여길지 모르는 한문을 배웠고 고전의 되돌아봄을 뜻깊게 여기는 그는 창간 주주다.

▲ 인터뷰 날 장충단 공원에서 이규옥 주주

고전은 한문, 즉 한자로 적힌 글이다. 그걸 한글로 번역해 고전을 읽기 쉽게 한다는 일이 얼마나 귀한 일인가. 한자를 배웠던 우리 세대도 요즘같이 한자를 배우지 않는 세대에게도 원전 접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한자를 익힌다고 한문 읽기가 되는 게 아니다. 한문 문장을 제대로 독해해야 한문의 뜻을 바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고전번역원이 이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한문에 뜻을 두었는가?

= 뵌 적은 없지만 할아버지께서 한학자셨다. 중학교를 마쳤을 무렵 할아버지 제자였던 분이 집에 와 한 달간 머물며 <명심보감>을 가르쳐 주었다. 그때 한문이 재밌고 나에게 잘 맞는 공부란 걸 알았다. 문장을 독해하는 것 이상의 메시지가 전해오는 감동을 느낀 것이 계기가 되었다. 대학 진학 때도 한문과 연관된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역사에 관심이 커 사학과를 지망하게 되었다. 군대 가기 전 부여의 전통 곡부서당(곡부는 공자가 태어난 곳인데 부여에 그 이름을 딴 '곡부리'가 있다)에서 한복 차려입고 옛날식으로 한문을 배웠고 군대 다녀온 후에도 방학 땐 서당에 가서 공부했다. 그렇게 스승님께 2년 간 본격적인 수업을 받았다. 그 후 한문과 역사, 둘을 아우르는 곳을 찾게된 곳이 한문 번역자를 양성하는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연수원'이었다. 대학 졸업하고 연수 과정을 마치면서 자연스럽게 그곳 직원이 되었다. 민간 단체였던 '민족문화추진회'가 2007년 국가 출연기관으로 바뀌면서 '한국고전번역원'이 됐다.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어떤 일을 하는가?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개인 문집, 기타 고전 문헌을 번역한다. 내 경우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같은 역사 문헌을 집중적으로 번역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은 말 그대로 조선왕조를 다룬 기록물이고, <승정원일기>는 승정원, 지금으로 보면 청와대 비서실 역활을 하는 곳으로 그에 관한 기록물이다. <일성록>은 정조의 일기로 된 기록물이다. 조선시대는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기록이 잘 되어있는 시대다. 대표로 꼽을 수 있는 게 바로 <조선왕조실록>이다. 반면 <승정원일기>는 인조 이전 것은 소실되었지만 인조 이후부터 조선 말까지의 기록은 방대하여 <조선왕조실록>의 몇 배에 달하는 양이다. 해서 <승정원 일기>가 역사 문헌의 원천 자료가 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은 번역이 완료된 걸로 알고 있다.

=1990년대 북한과 경쟁적으로 펴내다보니 1차에서 미진한 부분이 드러나 현재 2차로 수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역사 문헌의 역활이라면?

=승정원의 방대한 자료가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연구되어 빛을 보게 된다면 고증 자료로 큰 역할을 하리라 본다. 역사 문헌을 활용하면 효용성이 상당하리라 생각한다. 중종 때 의녀 이야기가 몇 군데 기록되어 있는 걸 모티브로 하여 <대장금>이란 드라마로 제작되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소개되지 않았는가.

 

-가족은?

=아내와 아들 하나다. 군대 마치고 복학했을 때 같은 과 여학생을 사귀게 됐다. 한문을 가르쳐주다 가까운 사이가 되어 연애하고 결혼한 아내는 한국고전번역원의 직원은 아니지만 전문 번역자로 일하고 있다.

 

-주주가 된 계기는?

=1987년에 결혼했다. 한겨레 창간 당시 아이가  뱃속에 있었다. 70-80년대 어두운 시기를 거쳐오면서 아이의 세대는 밝고 정의로운 시대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초대 주주가 되었다.

 

-한겨레에 바라는 바는?

=창간 초기부터 지금까지 신문 구독을 하고 있다. 한겨레가 창간 이념을 살려 공정 보도를 다른 매체에 비해 잘 지켜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치적 편향성을 지양할 필요가 있고 폭넓은 시각을 가지고 좀더 다양한 면을 수용했으면 좋겠다. 옛 역사 문헌을 접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근. 현대사 속의 사건이나 인물은 그래도 다뤄지지만 그 이전 시대는 미미하다. 한겨레가 역사 문헌 속의 이야기나 인물들을 발굴해 내는 기획이나 기사에 힘을 기울여주면 좋겠다.

편집: 이동구 에디터

인터뷰·글·사진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객원 편집위원  ssooky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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