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수처 공소심의위의 <기소의견> 유감

지난 8월 30일 공수처 공소심의위는 조희연 교육감에 대해 <범죄 혐의가 짙다>며 기소의견을 냈다. 전교조 해직교사 4명을 포함해 5명을 특별 채용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 사건은 감사원(고발 당시 최재형 감사원장) 고발로 시작되고 공수처 수사 대상 1호로 선정돼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진보교육감에 대한  <정치 감사>, <표적 감사> 철회를 촉구하는 2021년 8월 27일 광화문 1인 피켓 시위(출처 : 하성환)
진보교육감에 대한  <정치 감사>, <표적 감사> 철회를 촉구하는 2021년 8월 27일 광화문 1인 피켓 시위(출처 : 하성환)

서울시 교육감이 공수처 수사 대상 1호로 선정된 순간 그 자체가 뉴스거리였다. 절대 다수 국민들이 의아해 했다. 주류언론들은 전교조 해직교사 특별채용이 부정한 방식으로 진행된 듯이 보도했다. 공개채용을 전교조 해직교사들에게 무슨 특혜를 준 것처럼 이미지화했다. 자연스럽게 전 국민의 기억 속에 <전교조 교사 = 특별채용 = 공정 경쟁 파괴>라는 어두운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공수처 수사 대상 1호로 선정된 순간, 전교조도 진보교육감도 도덕성에 상처를 입는 건 피하기 어려웠다.

조희연 교육감은 단 한 번도 심사위원에게 누구를 뽑으라고 지시하거나 언질을 준 적이 없다. 그 사실은 공수처에서 조사받을 당시 심사위원들도 똑같이 진술한 내용이다. 그러나 공수처는 조희연 교육감이 직권을 남용해 전교조 해직교사 특별채용에 부당 개입했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공소심의위를 열어 기소의견을 결정했다.

다시 말해 공수처는 기소를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공소심의위의 기소의견으로 더욱 두꺼운 갑옷을 걸친 셈이다. 그러나 범죄혐의를 다투는 사안에 대해 공수처 공소심의위는 수사검사의 기소의견만 청취했지 피의자 신분인 교육감의 반론을 듣지 않았다. 명백히 균형감을 상실한 처사로 민주국가에선 상상할 수 없다. 한 마디로 공소심의위 기소의견은 그 자체로 또 하나 웃음거리를 만들었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건대 조희연 교육감을 배제한 채 진행된 공소심의위 회의는 정당성을 갖추기 위한 요식행위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똑같은 자문기구인 검찰수사심의위조차 수사검사와 피의자가 참석하여 진술하도록 허용한다는 점에서 이번 공수처 공소심의위 회의는 궁색하기 그지없다. 범죄혐의를 다투는 사안에 대해 균형감을 상실한 행위로서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질 못했다. 공수처는 이미 조희연 교육감을 수사 대상 1호로 선정할 때부터 웃음거리였다. 당시 검찰과의 갈등 속에서 공수처의 처신이 다분히 정치논리에 갇힌 느낌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비위 판검사와 국회의원이 아니라 <진보교육감>을 공수처 수사 대상 1호로 선정한 공수처를 규탄하는 전교조 교사의 광화문 1인 피켓 시위 (2021년 7월 9일, 출처 : 하성환)
비위 판검사와 국회의원이 아니라 <진보교육감>을 공수처 수사 대상 1호로 선정한 공수처를 규탄하는 전교조 교사의 광화문 1인 피켓 시위 (2021년 7월 9일, 출처 : 하성환)

보통의 시민들은 공수처 수사 대상 1호 사건으로 검사 출신 김학의 성범죄 사건이나 탤런트 장자연 성접대 사건을 기대했다. 검찰의 존재 이유가 공익을 실현하고 정의를 구현함으로써 공동선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학의 성범죄 사건과 죽음으로 고발한 장자연 성접대 리스트 사건은 처리과정이 국민 기대에 크게 어긋났다.

문재인 대통령조차 재수사를 통해 진실 규명을 지시했음에도 검찰수사는 흐지부지돼버렸다. 당연히 검찰조직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없는 죄를 만들기도 하고 있는 죄를 ‘혐의 없음’으로 처분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소유한 검찰조직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라임사태 당시 룸살롱에서 검사들이 받은 ‘향응접대가 99만원에 그쳤다’며 불기소처분한 일도 참으로 ‘검찰스러운’ 행태였다.

이들 사건 모두 대한민국「검찰」답지 않았기에 보통의 국민들은 공수처 수사 대상 1호를 비리 판검사나 비리 국회의원, 아니면 검찰총장이나 감사원장이어야 한다고 기대했다. 그것이 공수처 출범 당시 보통의 국민들이 가졌던 기대치였다. 그러나 공수처는 뜬금없이 서울시민이 선출한 진보교육감을 수사 대상 1호로 선정했다. 국민 기대치와 너무나 어긋났다.

더구나 교육감 수사는 기소권도 없다. 만일에 공수처가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을 때 검찰이 ‘혐의 없음’으로 처분한다면 그 순간 공수처는 또 한 번 웃음거리로 전락할 것이다. 그런 최악의 꼴불견이 연출된다면 그것은 희극이 아니라 비극에 가깝다.

조희연 교육감이 누구인가!

진보교육감 조희연은 2014년 당선 직후부터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는 교육공동체」를 꿈꾸었다. 진보교육감답게 고교서열화의 주범인 「자사고와 특권학교 폐지」를 추진했고 「일반 인문고 전성시대」를 강력히 추진했다. 무너진 일반 인문계 고교 교실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들었다. 엎드려 자는 학생의 고충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리고 일반 인문계 고교 교실에서 직접 일일 강사 노릇을 자원했다. 무너진 일반고에서 교사들의 고충과 학생들의 고통을 몸소 체험하려 애쓴 참된 교육행정가였다.

2018년 인헌고등학교에서 1일 교사가 되어 <10년 후 달라진 학교 모습>에 대해 강의하는 조희연 진보교육감(출처 : 서울시 교육청 제공)
2018년 인헌고등학교에서 1일 교사가 되어 <10년 후 달라진 학교 모습>에 대해 강의하는 조희연 진보교육감(출처 : 서울시 교육청 제공)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해온 진보교육감들을 더 이상 잃을 수 없다. 아니 더 이상 빼앗기지 않겠다. 과거 이명박 정권은 검찰 수사를 통해 서울시 최초 진보교육감 곽노현 교육감을 후보 사후매수죄로 구속기소했다. 도주 우려가 없음에도 출국 금지를 요청했던 기억 또한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1년 남짓 재임 기간 곽노현 교육감은 「학생체벌」을 학교현장에서 일거에 없애버렸다. 이는 한국 교육사상 획기적인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학교현장에서 학생체벌은 완전히 사라졌다. 적어도 공립학교에선 없다. 곽교육감의 지대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학생인권을 크게 신장시킨 공로가 지대하다.

마찬가지로 조희연 교육감 역시 소외된 학생들과 고교서열화로 뒤쳐진 학교들을 우선시했다. 그의 혁신학교 정책은 그래서 더욱 빛났다. 「오딧세이학교」를 통해 아이들 스스로 숨은 재능을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조희연 교육감의 「오딧세이학교」는 교육개혁의 씨앗이요 귀감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고교서열화로 낙오된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이고자 노력했다. 치열한 입시경쟁교육 속에 좌절된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려는 「대안교실」이 바로 그것이다. 모두 진보교육감의 따뜻한 교육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나아가 사제동행 「희망교실」을 운영함으로써 교사와 학생들 간 ‘관계 맺기’를 구조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교육프로그램 역시 학교현장에선 호응이 뜨겁고 교육 효과 또한 높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공수처는 정의의 칼날을 제대로 겨냥하라! 교육감에 대한 기소의견을 철회하고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성찰하라! 그리하여 비위를 저지른 판검사와 국회의원을 향해 정의의 여신 디케처럼 단호히 칼을 빼들어야 한다. 그렇게 정도를 걸을 때 공수처는 국민의 지지와 함께 축복을 받을 것이다.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ethics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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