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수처 1호 사건, 조희연 서울교육감

2021년 12월 24일 <서울교육지키기 공대위> 기자회견 포스터(출처 : 서울교육지키기 공대위 제공)
2021년 12월 24일 <서울교육지키기 공대위> 기자회견 포스터(출처 : 서울교육지키기 공대위 제공)

크리스마스 이브에 검찰은 서울 진보교육감을 전격 기소했다. 공수처가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이첩한 지 112일만이다. 2018년 해직교사 특별채용 과정에서 교육감이 직권을 남용해 권리행사를 방해하고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조희연 교육감은 검찰의 기소에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조 교육감은 “공개전형으로 적법하게 채용했고 법령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교육감 권한을 행사했다.”고 항변했다. 나아가 “교육감으로서 직권을 남용하지 않았고 담당공무원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교육감 직권을 남용해 교원채용업무를 방해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2021년 8월 27일  5시쯤 광화문에서  1인 피켓 시위장면(출처 : 하성환)
2021년 8월 27일 5시쯤 광화문에서 1인 피켓 시위장면(출처 : 하성환)

실제로 해직교사 특별채용 과정에서 조희연 교육감은 심사위원에게 특정인을 채용하라고 언질을 준 적이 없다. 게다가 심사위원에게 직간접적으로 연락을 취해 압력 또한 행사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최재형 감사원장 시절 감사원은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진보교육감을 경찰에 고발했다.

2019년 9월 28일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는 서초동 촛불 집회 장면(출처 : 하성환)
2019년 9월 28일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는 서초동 촛불 집회 장면(출처 : 하성환)

그리고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공수처는 공수처의 역사적 책무를 망각한 채, 공수처 수사대상 1호로 이 사건을 결정했다.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넘긴 지 거의 넉 달 만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검찰은 진보교육감을 기소했다.

2021년 어느 여름날 광화문 네거리에서  공수처의 성찰을 촉구하는 전교조 조합원 교사의 1인 피켓시위 장면.(출처 : 하성환) 공수처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와 독립된 준헌법기관이다.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견제하고 기소할 수 있는 만큼 공수처 설립 취지에 맞게 운용된다면 민주주의 진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2021년 어느 여름날 광화문 네거리에서 공수처의 성찰을 촉구하는 전교조 조합원 교사의 1인 피켓시위 장면.(출처 : 하성환) 공수처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와 독립된 준헌법기관이다.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견제하고 기소할 수 있는 만큼 공수처 설립 취지에 맞게 운용된다면 민주주의 진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과거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 불의에 저항했던 전교조 해직교사들을 법적 절차에 따라 아이들 곁으로 돌려보낸 행정행위는 지극히 사회정의에 합당한 일이다. 이는 교육계 역사정의를 바로 세우는 작업으로 시대정신에도 부합한다. 다시 말해 공수처나 검찰의 처신처럼 진보교육감을 형사처벌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교육계 역사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진보교육감의 노고에 대해 찬사와 함께 격려를 보내야 마땅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감사원과 공수처는 공정하게 채용한 해직교사 특별채용 과정을 범죄시하며 연이어 문제 삼았다. 그리고 급기야 크리스마스 이브에 검찰은 진보교육감을 기소했다. 참으로 이해 못할 처사가 아닐 수 없다.

2018년 해직교사 특별채용은 과거와 달리 블라인드 면접 방식으로 공정하게 채용했다. 다시 말해 적법 절차에 따른 채용이었음을 인정할 증거는 차고 넘친다. 백번 양보해 채용과정에 흠결이 있다면 그것은 주의나 경고로 그칠 일이지 결코 범죄시할 일이 아니다. 더구나 무슨 대단한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것처럼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나서서 1호 사건으로 접수하고 형사처벌을 요구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왜 한국 사회 지배집단은 진보교육감을 형사처벌하려고 부르대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내년 선거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다시 보수(?)교육감 시대를 열어젖히고 싶은 욕망이 작동하는 형국이다.

서울시교육청이 내건 <혁신학교> 포스터(출처 : 서울시 교육청)
서울시교육청이 내건 <혁신학교> 포스터(출처 : 서울시 교육청)

일제고사 등 경쟁을 극한으로 치닫게 하는 입시교육이 아니라 꿈과 끼를 찾아가는 협력 교육,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에 찬물을 끼얹고 싶은 탓이다. 나아가 학생의 자주성과 인권을 존중하고 고교서열화를 타파하려는 진보교육에 제동을 걸고 싶은 심보이다. 교육의 본질을 회복시키려는 진보교육감의 노력을 폄훼하고 그를 좌절시키려는 그간의 수구언론의 행태는 이를 충분히 입증하고도 남는다. 아파트 가격을 떨어뜨린다는 황당한 논리를 앞세워 《혁신학교》 확산을 저지시키고 그들 자신의 기득권을 놓치고 싶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자. 공수처와 검찰 권력이 이들 기득권 논리에 포획돼 그들 지배집단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듯이 진보교육을 좌절시켜야 쓰겠는가? 이는 교육을 정치 논리에 따라 왜곡시키는 행태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형식논리는 교육감 '권한 남용'이지만 실제는 '진보교육 죽이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2012년 이명박 정권 시절 곽노현 진보교육감을 매장하기 위해 도덕성을 거론하며 사후매수죄로 현직교육감을 감옥에 보낸 한국 사회다. 2016년 박근혜 정권 시절엔 한국사 국정교과서에 맞선 이청연 인천 진보교육감에게 죄를 물어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교조 교사와 뇌물수수는 대척점에 있는 낱말인데도 불구하고 전교조 교사 출신 진보교육감에게 뇌물수수죄를 적용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검찰의 의도대로 2017년 1심 재판에서 법정 구속돼 징역 6년이라는 형벌을 언도 받고 지금도 복역 중이다. 조희연 진보교육감에 대한 검찰 기소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2018년 해직교사 채용 절차상에 발생한 매끄럽지 못한 점은 결코 침소봉대할 사안이 아니다. 주의나 경고로 그칠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수처는 시대정신을 망각한 채 공수처 수사대상 1호로 결정했다. 정말 뜨악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거기다 검찰 또한 12월이라는 사건 종결 마감시한에 쫓겼는지 기소처분하기에 이르렀다. 검찰의 기소처분 소식에 전교조 교사들은 참담한 심정이다. 그래도 범죄시할 사안은 아니라고 대한민국 검찰이 시비 정도는 가려줄 줄 알았다.

과연 조희연 진보교육감이 누구인가?

과거 공정택 부패교육감에 의해 만신창이가 된 일반 인문계고 학교 교실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던 인물이다. 공정택 부패교육감이 도입한 〈학교선택제〉는 그럴 듯한 명분이지만 입시경쟁이 격화된 우리 현실에선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를 빠른 속도로 슬럼화 시켰다.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은 대부분 특목고인 과학고, 외고로, 그리고 자사고로 빠져 나갔다. 일반 인문계 고교는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이나 교과우수자전형을 노린 극히 성적이 뛰어난 일부 학생들과 실업계 고교를 떨어진 학생들이 공존하는 기형적인 학교로 변모해갔다. 수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교실은 황폐화돼 갔고 교사에게 모욕적인 언동을 서슴지 않는 상처투성이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수업이 전쟁이고 젊은 여교사들조차 학교 가는 게 정신적 고통으로 여겨졌다. 2010년대 중반을 전후한 여교사들의 명예퇴직이 줄을 이었던 이유이다.

무너져 가던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를 바로 세우고자 혼신의 노력을 쏟았던 인물이 바로 조희연 진보교육감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2014년 당선 직후 극심한 좌절감으로 학업을 포기한 학생들에게 꿈을 찾아주고자 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대안교실》을 개설해 아이들에게 자존감을 높여주고 작은 희망을 안겨준 교육행정가이다. 나아가 2016년도엔 《희망교실》 프로그램을 통해 교사와 학생 간 관계 맺기를 독려하고 적극 행정을 통해 교사와 학생의 교육활동을 아낌없이 지원하며 공교육 정상화를 추구했던 참된 교육행정가이다.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를 입학할 당시, 청소년 스스로 자신의 꿈과 자아를 찾아가는 교육과정이 <오디세이학교>이다. 1년 과정을 마치면 고등학교 1학년으로 진학하지 않고 바로 2학년으로 진학한다. 글쓴이가 담임을 했을 때 <오디세이학교>를 다닌 아이의 경우 자아가 강하고 자주성과 세상을 보는 자기 안목이 인상적이었음을 목격했다. 그 제자가 캘리그래피 동아리 시간에 자신이 손수 쓴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문구를 교무실 책상머리에 붙여 놓고 가끔씩 생각하곤 했다.(출처 : 서울시 교육청)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를 입학할 당시, 청소년 스스로 자신의 꿈과 자아를 찾아가는 교육과정이 <오디세이학교>이다. 1년 과정을 마치면 고등학교 1학년으로 진학하지 않고 바로 2학년으로 진학한다. 글쓴이가 담임을 했을 때 <오디세이학교>를 다닌 아이의 경우 자아가 강하고 자주성과 세상을 보는 자기 안목이 인상적이었음을 목격했다. 그 제자가 캘리그래피 동아리 시간에 자신이 손수 쓴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문구를 교무실 책상머리에 붙여 놓고 가끔씩 생각하곤 했다.(출처 : 서울시 교육청)

게다가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덴마크의 《애프터 스콜레》처럼 자신의 재능을 찾아가도록 《오디세이학교》를 개설해 1년 동안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세계관을 정립해 나갈 수 있도록 열정을 바쳤다. 극히 일부 부유층 학부모들의 극성스러운 반대에도 불구하고 학교혁신과 교육혁신을 위해 《혁신학교》 확산을 이끌었다. 비록 집단이기주의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쳐 좌절의 쓴 맛을 보기도 했지만 《혁신교육》 확산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던 인물이 바로 조희연 진보교육감이다.

2021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검찰은 조희연 진보교육감을 전격 기소했다.  <서울교육지키기 공대위>관계자들이 12/24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펼침막을 들고 기자회견하는 장면. 마이크를 들고 항의 발언하는 사람이 전교조 서울지부장 김현석 선생님이다(출처 : 서울교육지키기 공대위 제공)
2021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검찰은 조희연 진보교육감을 전격 기소했다. <서울교육지키기 공대위>관계자들이 12/24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펼침막을 들고 기자회견하는 장면. 마이크를 들고 항의 발언하는 사람이 전교조 서울지부장 김현석 선생님이다(출처 : 서울교육지키기 공대위 제공)

100개 시민단체, 교육단체로 구성된 연대기구인 《서울교육 지키기 공대위》에선 이번 검찰의 기소 결정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조희연 진보교육감마저 형사처벌을 받고 단죄된다면 진보교육은 10년 사이 세 번째 난도질당하는 셈이다. 한국 교육이 깊은 절망의 늪에 빠져드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ethics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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