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을 추구하는 진정성 있는 국가보훈행정을 촉구하며

김성동 작가가 2010년 녹색평론사에서 출간한 <현대사 아리랑> 표지. 처음으로 항일독립투사 김명시를 다루고 있다. 우리역사학계엔 김명시에 대한 제대로된 논문 한 편이 없는 실정이다.(출처 : 한겨레 신문, 녹색평론사)
김성동 작가가 2010년 녹색평론사에서 출간한 <현대사 아리랑> 표지. 처음으로 항일독립투사 김명시를 다루고 있다. 우리역사학계엔 김명시에 대한 제대로된 논문 한 편이 없는 실정이다.(출처 : 한겨레 신문, 녹색평론사)

항일독립투사 김명시는 코뮤니스트로서 전 생애를 독립운동에 바쳤다. 그러나 남과 북 어디에서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질 못했다. 해방된 지 77주년 광복절을 맞아 국가보훈처는 김명시에 대해 독립유공자 서훈을 추서하기로 했다.

2019년부터 항일독립투사 김명시에 대해 독립유공자 신청과 재심을 촉구하며 거리 홍보를 주도했던 마산지역 NGO 「열린사회 희망연대」가 거둔 소중한 결실이다. 「열린사회 희망연대」는 지난 8월 12일 광복절 77주년을 맞아 김명시에 대해 독립유공자 서훈을 추서하기로 결정했다는 공문을 국가보훈처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항일독립투사 김명시는 12살 이른 나이에 어머니 김인선, 오빠 김형선과 함께 3‧1 만세 시위에 참여한 소녀였다. 김명시는 18살에 고려공청에 가입해 코뮤니스트가 되었다. 그리고 1925년 18살에 모스크바 동방노력자 공산대학을 유학했다. 23살 나이에 무장대원 300명을 이끌고 하얼빈 주재 일본영사관을 습격했다. 1932년 조선공산당 재건 사건으로 신의주 형무소에서 7년 옥고를 치렀고 출옥 후 일제 감시망을 피해 중국으로 망명했다. 그리고 일제 패망 직전까지 조선의용군 항일여전사로서 맹활약했던 인물이 항일투사 김명시다.

김명시를 마산에서 서울 배화여고보로 유학을 보내고 코뮤니스트 항일독립투사로 살아가도록 영향을 미친 인물은 세 살 위 오빠 김형선이다. 김형선은 조선공산당이 창당되기 1년 전에 마산공산당과 마산공산청년회를 주도하며 시대를 앞서간 인물이다. 그는 일제강점기 조선공산당 핵심 조직가로서 김명시, 그리고 막내 김형윤과 같이 30년대 초 ‘혁명적 노동조합 운동’에 투신했던 항일투사다. 실제로 김명시와 오빠 김형선은 상해, 만주, 인천에서 항일투쟁을 전개할 때 생사를 같이한 혁명 동지였다.

안재성 작가가 2015년 인문서원에서 출간한 <잃어버린 한국현대사> 책 표지.  이 책에서  백마 탄  여장군 김명시를 다루고 있다.(출처 : 한겨레 신문, 인문서원)
안재성 작가가 2015년 인문서원에서 출간한 <잃어버린 한국현대사> 책 표지. 이 책에서 백마 탄 여장군 김명시를 다루고 있다.(출처 : 한겨레 신문, 인문서원)

그러나 어머니를 비롯해 3남매 모두 항일독립투사 집안이지만 해방된 지 76년이 지나도록 누구 한 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질 못했다. 남북 모두 이념에 갇혀 옹졸한 모습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결과였다. 남쪽 대한민국 정부에선 해방공간 코뮤니스트 북로당 정치위원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북쪽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에선 연안파 조선의용군 출신이라는 이유로 항일애국지사로 인정하는 데 인색했다. 아니 76년을 모르쇠로 일관했다.

다행히 해방된 지 77년이 되는 오는 8‧15 광복절을 맞아 대한민국 정부는 뒤늦게 김명시를 독립유공자로 서훈을 추서한다. 항일혁명시인 이육사가 받았던 건국훈장 애국장이라는 훈격을 추서 받는다. 비록 늦었지만 기쁜 소식이다.

다만 통합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이미지 정치의 일환으로 항일독립투사 김명시를 활용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진정 통합을 추구하는 정부라면 이참에 의열단장 김원봉과 국어학자 이극로, 이만규, 정열모, 그리고 1세대 페미니스트 항일독립운동가 나혜석과 백범 김구에게 억울하게 피살당한 김립에 대해서도 마땅히 독립유공자로 서훈을 추서해야 한다.

나아가 2차 동학농민혁명군을 거병해 일제와 견결히 맞서 싸운 전봉준 장군, 최시형 선생을 항일독립투사로 국가가 앞장서서 인정해야 한다. 그런 모습이야말로 ‘통합’의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살아 있는 국가보훈행정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국가보훈행정다운 진정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장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ethics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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