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종 여순10·19항쟁전국유족총연합 상임대표 인터뷰
특별법 시행 총연합 출범 ‘새 전기’
유족신고 독려·홍보사업 추진 방점

“우리 아버지들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유족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기 전에 진상이 밝혀졌으면 합니다.”

이규종 여순10·19항쟁전국유족총연합 상임대표. 유족총연합 제공.
이규종 여순10·19항쟁전국유족총연합 상임대표. 유족총연합 제공.

24일 전남 구례군 여순항쟁구례유족회 사무실에 만난 이규종(75) 여순10·19항쟁전국유족총연합(유족총연합) 상임대표는 빠른 시일 내에 ‘여수·순천 10·19사건’(여순사건)의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출범한 유족총연합의 상임대표를 맡은 그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유족들을 꼼꼼하게 챙기며 추모행사를 원만하게 치렀다는 평을 들었다.

이 대표는 여순사건 희생자 유족의 한 많은 세월 속에서 올해가 가장 의미 있는 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제정된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올해 1월20일 시행돼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지난달 22일에는 각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유족회를 한데 모은 유족총연합이 출범했다. 이달 19일 제74주기 추모식은 행정안전부 산하 ‘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와 유족총연합이 주최하며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역대 국무위원 중에서 처음으로 참석했다.

이 대표는 “올해 특별법 시행으로 유족회 연대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8월 각 지역 유족회 회장 모임이었던 여순항쟁유족연합회를 해산하고 9월부터 본격적으로 유족총연합 출범을 준비해 추모식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족총연합은 앞으로 진상규명 신고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유족들을 독려하고 추모사업, 교육·홍보, 연구자 육성 등의 역할을 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10여년 전부터 구례유족회 회장직을 맡아 추모사업에 힘쓴 점을 인정받아 상임대표에 선출됐다.

이 대표 역시 다른 유족처럼 아버지를 잃은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외아들인 그가 두살 때인 1949년 음력 4월12일 장남이었던 아버지 이한열(당시 28살)씨는 조사할 게 있다는 이유로 경찰에 잡혀갔고 지금까지 행방을 모른다. 이 대표의 할아버지는 당시 구례군 초대 토지면장이었지만 아버지를 찾기 못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2008년 상반기 조사보고서를 통해 경찰이 이한열씨를 구례읍 서시천변으로 끌고 가 사살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아버지가 숨진 뒤 이 대표 가족도 힘든 삶을 살았다. 교직 생활을 했던 이 대표는 혼자 거주하는 어머니를 위해 평생 거주지를 옮기지 않고 1시간이 넘는 거리를 출퇴근했다.

이 대표는 “어머니는 평소 ‘절대 바람에 흔들리는 곳에 가지 말아라’라고 하시며 저를 많이 의지하셨다”며 “모든 희생자 유족은 제 어머니 같은 한을 품고 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부 차원에서 여순사건 진상규명이 진행되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고 했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모임 지리산 사람들’이 21일 공동 주최한 ‘지리산 10·19생명평화포럼’에서 발표자로 나선 주철희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소위원장은 구례지역 희생자를 2천여명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이달 19일까지 피해 신고는 508건에 불과하다. 이 대표는 아직도 불이익을 우려한 피해자 가족들이 신고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피해 신고를 적극적으로 해 숨진 희생자의 한을 풀어주는 게 우리의 의무”라며 “점점 세상을 떠나고 있는 유족을 위해 정부도 하루빨리 사죄를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 
-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95, 정안빌딩 10층 / 대표전화 : 02) 2076-5300
-  https://www.yeosun1019.go.kr/ 

*진상규명 및 희생자·유족 신고 안내 : 신고접수 문의 ->> 061-286-7884~5
https://www.yeosun1019.go.kr/fnt/bbm/bbs/selectBoardArticleView.do?nttId=313878

편집 : 김미경 편집장 

한겨레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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