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가공할 존재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리고 실상 유사이래 그 누구도 이 자의 존재에 대해,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다. 인간들은 다만 그 사냥꾼에게 포획되지 않기만을 바라고 그의 사냥목표물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그에 대해 다른 어떤 방도를 알지 못하며 그 존재에게 포획되지 않을 방어나 도피 수단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 지구상에서 영혼을 지닌 인간의 역사가 과학적으로 수십만 년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그 수십만 년 동안 인간들은 덧없이 태어나 그의 먹잇감으로 사육되며 살다가 무기력하게 죽어갈 뿐이다. 그 자의 수명은 얼마나 되는지, 도대체 언제까지 지구상에서 인간의 최상위 포획자로 남아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조차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사냥꾼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namu.wiki 에서 인용

나는 한 때 그 자에 대해 연구논문을 쓰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도대체 그 자는 남자인가 여자인가? - 사실 그 자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중성인지 조차 밝혀진 바가 없다- 그러나 내가 밝히고자 한 것은 이런 생물학적인 연구가 아니라 그 자가 인간을 사냥할 때 어떤 습성이나 규칙성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형태를 띠고 있는지를 밝혀보고자 한 것이다. 왜 나 같은 비 전문가가 나서야할 만큼 이 자의 정체성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도대체 과학자나 의사들은 온갖 질병에 대해 치료약을 개발하고 예방할 처방을 내놓으면서 정작 그 핵심이 되는 존재인 그 인간 사냥꾼에 대해서는 연구조차 시도하지 않는지 불가사의한 일이다.

사실 그 인간 사냥꾼에 대해서 고대 철학자나 종교가들이 많은 연구를 하고, 정체를 밝히려고 시도한 흔적들이 남아있긴 하다. 그러나 그 연구 결과물이란 것이 생각해보면 별 도움도 안 되는 형편없는 것들이다. 이를테면 인간 사냥꾼에게 잡혔을 때 고통을 덜 당하는 법이라든지 인간사냥꾼을 대하는 마음자세라든지 그런 것에 대한 글들이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역사상 어떤 위대한 철학자나 종교가도 그 인간사냥꾼을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법을 알아내지 못했다. 더구나 그 인간사냥꾼을 지구상에서 영구히 축출할 해법에 대해서는 알아낸 것이 거의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내가 한 때 그 인간사냥꾼에 대해 연구 자료를 수집하고 그 자를 잡아보려고 시도했다는 것, 그 시도만으로도 대단하지 않은가? 그 시도는 숱하게 많은 선각자들이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이기에, 나의 시도 또한 실패로 끝날 강한 예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연히 그 인간사냥꾼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것이다.

<계속>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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