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한시에 화답합니다.

(리영희 재단 뉴스레터에 미처 싣지 못한 이야기2)

 

선생님의 한시에 화답합니다.

2003년 3월 미국의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하던 날 아침, 리영희샘은 류시춘 등 지인들에게 팩스를 보내셨다고 한다. 몇 년 전에 찾아온 뇌출혈로 글씨는 삐뚤삐뚤했지만 메시지는 분명했다.

否氏狂亂 不知其終 (부시의 광란이 그 끝을 알 수 없으니)

人類自存 直面危亂 (인류의 생존이 위태롭게 되었다)

錦繡疆土 長變火海 (금수강산이 장차 불바다로 변할지니)

韓民當呼 反戰平和 (한국민은 마땅히 반전평화를 외쳐야 하리)

 

-‘민주주의 전파’를 구실로 전쟁국가가 되어버린 미국-

미국은 중동에서 걸프전쟁(1990), 사막의 여우작전(1998), 이라크 전쟁(2003~2011) 등에 개입해왔다. 그런데 2003년 3월 미국(아들 부시)은 '악의 축'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후일 거짓조작으로 드러남) 쳐들어 갔다. 제2의 걸프전로 불리는 이 전쟁이 시작될 때 미국은 그간 개입했던 전쟁과 붕어빵처럼 똑같은 구실을 내세웠다. <1. 압제에 신음하는 민중을 해방시킨다. 2. 대량살상무기 제거로 세계평화에 기여한다. 3. 자유민주주의 정권 수립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끝낸다.> 는 구실이 그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등 증거를 찾지 못하자 이전에도 했듯이 민주주의 전파 등으로 슬쩍 명분을 바꿔버렸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은 전쟁에 개입할 때는 이와같이 주로 ‘민주주의 전파’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친미반공’을 택하기만 하면 독재정권의 악랄한 통치에도 눈감아 주었다. 박정희와 전두환이 북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기 위해 수백 건의 간첩사건을 반복적으로 조작하여 국민을 공포에 몰아넣고 여야 국회의원을 잡아다가 고문하고 심지어 국회를 해산해도 묵인해주었던 게 미국이었다.

 

-근거를 조작하면서 ‘무조건 침공'하는 미국-

미국은 거짓으로 사실을 날조하거나 전쟁 근거를 과장해서 ‘무조건 침공’을 시도해왔다. 미국, 영국, 호주의 이라크 사찰단이 이라크 전역을 1년간 샅샅이 뒤진 뒤 미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최종보고서에는 “미국 침공때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미 전쟁으로 엄청난 인명손실이 있은 뒤에 말이다. 근거를 조작한 미국의 무조건 침공은 베트남을 비롯 도처에서 발견된다. ‘악의 축’으로 찍혔던 북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전쟁준비를 중단없이 해야 하는 이유다.

 

-새로운 전쟁터를 찾아야만 하는 미국-

세계 10대 무기회사 중 7개를 가지고 있는 미국은 무기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생산라인이 중단되어서는 안 되므로 생산되는 족족 재고 없이 팔거나 소비해야 하고 그러자니 세계 속에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나야 한다. 미국이 박정희에게 월남전 참여대가로 모두 구닥다리에 쓸모없는 무기만 주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기를 지원한다지만 그것은 미국인의 세금으로 미국의 무기회사를 살찌우는 것이고 심지어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드론 52개 부품 중 40개가 미국산이라 는 보도도 있었다. 미국 역사 240년 동안 219년을 전쟁했다니 미국은 과연 전쟁으로 먹고사는 전쟁국가라 할 만하다.

 

-윈윈하는 외교로 풀지 않고 전쟁파국으로 몰고가는 미국-

2차 세계대전 이후 반전평화의 분위기가 널리 퍼지면서 유엔이 만들어졌으나 전쟁으로 돈을 버는 자들에게는 국방예산이 축소되는 것이 마뜩하지 않았을 것이다.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지자 미국이 개입을 결정하며 국방예산은 4배로 늘어났다니 남의 나라 전쟁에 와서 죽어가는 병사들과는 대조적으로 모든 전쟁에서 군수산업은 수지를 맞는다. 케네디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가 암살당했고, 부통령으로 케네디의 죽음을 옆에서 지켜본 존슨은 대통령이 되자 쓸데없는 베트남 전쟁을 일으켜 10년간 베트남에 폭탄을 퍼부었다. 박정희는 존슨 옆에 달라붙어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구실로 세계가 더러운 전쟁(dirty war)으로 규정한 베트남전에 한국군을 파견하여 미국의 후원 아래 독재정권을 탄탄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미국은 전쟁국가로 성큼성큼 확실하게 변모해왔는데 박정희정권 때부터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런 사실을 대중에게 밝히고자 애를 쓴 지식인이 리영희 선생님이다. 리샘은 그래서 아들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한 날 급히 한시를 써서 주변의 지인들에게 위기를 전하고자 하신 것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다. 미국은 최근 전쟁을 할 수 없도록 헌법(평화헌법 9조)에 못 박은 일본을 부추겨 최대의 군비증액을 이끌어냈다. 바이든은 1월 14일 백악관을 찾은 일본 수상 기시다의 어깨를 감싸며 역사적 군비증강을 치하했다. 바이든에게 ‘진정한 지도자이며 진정한 친구’라고 듬뿍 애정 어린 눈길을 받은 기시다는 유사시 선제공격이 가능하도록 자위대의 체질을 개선하여 5년 안에 방위비를 현재의 두 배로 올리기로 했다. 주변에 사과도 하지 않은 전범국 일본이 단번에 세계 3위의 군사강국이 된다는 것이다. 사과하지 않는 나찌에게 재무장을 허용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미일의 군사력이 강화된다는 건 한반도의 영구분단이 공고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스라•테프트 밀약을 떠올려보라.

바이든은 1월 14일 백악관을 찾은 일본의 기시다 수상의 어깨를 감싸고 일본이 방위비를 역사적으로 증액한 것에 대해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바이든은 1월 14일 백악관을 찾은 일본의 기시다 수상의 어깨를 감싸고 일본이 방위비를 역사적으로 증액한 것에 대해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오래전 부터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수하에 두기 위해 친하게 지낼 것을 요구했지만 한국인의 반일감정(위안부 문제 등으로 인한) 때문에 밀어붙일 수 없었다. 이제 미국 입안의 혀처럼 구는 윤석열이  정권을 잡고 있는 동안 미국의 행보에는 거칠 것이 없어졌다.
오래전 부터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수하에 두기 위해 친하게 지낼 것을 요구했지만 한국인의 반일감정(위안부 문제 등으로 인한) 때문에 밀어붙일 수 없었다. 이제 미국 입안의 혀처럼 구는 윤석열이 정권을 잡고 있는 동안 미국의 행보에는 거칠 것이 없어졌다.
한미일 군사공조라 하지만 미국의 지시에 일본이 중대장 역할을, 한국은 병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영구분단이 되면 한국은 미일의 속국이 될 것이며 전쟁위기는 늘상 존재하게 될 것이다.
한미일 군사공조라 하지만 미국의 지시에 일본이 중대장 역할을, 한국은 병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영구분단이 되면 한국은 미일의 속국이 될 것이며 전쟁위기는 늘상 존재하게 될 것이다.

 

-제일 한심한 건 한국 대통령-

제일 한심한 건 한국의 대통령 윤석열이다. 남북 평화를 향해 달리던 문재인에게 받은 릴레이 바톤을 쥐고 윤석열은 뒤로 돌아 전쟁을 향해 뛰고 있다. 압도적인 전쟁 준비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 그는 드디어 1월 27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훨씬 잘 사는 남한 중심의 통일이 되는 게 상식’이라며 흡수통일을 이야기했다. 잘 사는 게 무언가? 불평등지수 1위, 자살률 1위,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해서 인구절벽을 걱정하는 한국이 과연 북에 비해 잘 산다고 말할 수 있을까? 흡수통일을 이야기하는 순간 상대방의 불안감 불쾌감은 최고조에 달하게 되고 동시에 우리도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걸 모르는 걸까? 북의 실상에 대해 국민이 제대로 아는 게 없다고 한탄을 하던 그는 북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만든 통일TV를 5개월 만에 중단시키고 천공을 받드는 JBS TV를 끼워넣었다. 그의 정신세계는 지극히 유아적이다. 졸졸 흐르는 얕은 시냇물이다. 천박하기 짝이 없다.

그에겐  내 편, 네 편만 있다. O X 만 있다.
그에겐 내 편, 네 편만 있다. O X 만 있다.
천공TV에 대한 여론이 나쁘게 돌자 JBS는 얼른 천공의 강연을 뒤로 숨겼다. 그러나 천공이 TV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으리라.
천공TV에 대한 여론이 나쁘게 돌자 JBS는 얼른 천공의 강연을 뒤로 숨겼다. 그러나 천공이 TV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으리라.

 

윤석열이 천박함을 면하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있다. 우리의 사고를 고급지게 만들어주는 책, 바로 리영희 선생님이 추천하신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다. 깊은 자기성찰도 필요한데 쉽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윤석열의 불나방같은 행보를 우려하는 많은 시민들이 분단을 영구화하려는 외세를 경계하여 척양척왜, 반전평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리영희 선생님의 염려를 떠올리며 선생님의 한시에 후배가 화답한다.

 

美大統領 同伴倭宼 (미대통령이 왜구를 옆에 끼고)

尹家推動 隱密謀事 (윤가를 추동하여 은밀히 일을 꾸미니)

永久分斷 戰爭不辭 (영구분단과 전쟁도 마다하지 않네)

錦繡江山 風前燈火 (금수강산이 바람 앞의 등불이라)

三一雲集 統一大橋 (삼일절에는 통일대교에 모여들어)

市民當呼 斥洋斥倭 (시민들은 마땅히 척양척왜를 외쳐야 하리)

평화 민족통일 원탁회의는 3월 1일 휴전선에서 대규모 행사를 하기로 했다. 외세에 의존하니 70년간 해결된 게 없을 뿐 아니라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을 뿐이다. 척양척왜, 반전평화!  우리가 지혜롭게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다!
평화 민족통일 원탁회의는 3월 1일 휴전선에서 대규모 행사를 하기로 했다. 외세에 의존하니 70년간 해결된 게 없을 뿐 아니라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을 뿐이다. 척양척왜, 반전평화!  우리가 지혜롭게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다!

 

*사족: 윤대통령에게는 ‘유토피아’외에 추가로 19세기 말 일본의 외교기밀을 수록한 ‘건건록(蹇蹇錄)’도 추천한다. 과연 그 책을 읽고도 미일동맹을 환영하고 자위대를 끌어들일 수 있을까 궁금하다.

 

편집 : 고은광순 객원편집위원

 

고은광순 객원편집위원  koeunks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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