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세상 연구소>(준) 발전을 기대하며

학문을 탐구하는 이유는 지적 호기심과 더불어 공동체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지 못하는 학문 탐구는 자기 장식품이거나 욕망을 위한 수단으로 그친다.

이완용은 금색 제복을 입고 가슴에 훈장 달기를 좋아했다. 시문에 능했던 당대 지식인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자신의 <스승>으로 칭했던 A급 매국노였다.(출처 : 한겨레 자료 사진)
이완용은 금색 제복을 입고 가슴에 훈장 달기를 좋아했다. 시문에 능했던 당대 지식인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자신의 <스승>으로 칭했던 A급 매국노였다.(출처 : 한겨레 자료 사진)

과거에 급제하고 시문에 능했던 이완용이 대표적이다. 가슴에 훈장 달기를 좋아했고 고종을 윽박지른 모습이 마음에 들어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는 그를 총리대신으로 적극 추천했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수많은 학자들이 존재했지만 공익을 추구한 학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대학 강단에서 강의하는 수많은 교수들이 존재하지만 공동체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교수들 또한 많지 않다. 대부분은 자본이 압도하는 현실에 순응하며 모순된 현실과 일정하게 거리를 두고 살아간다. 일부 지식인들은 역사의 흐름을 거슬러 역주행을 일삼기도 한다. 

2014-2015 『한국사』 교과서 국정제 반대 투쟁 당시 국정제를 옹호했던 일단의 학자나 교수들이 그랬다. 심지어 개인 욕망을 관철시키기 위해 자신이 발표한 논문과 다르게 처신하거나 부나방처럼 명성을 좇는 무리들도 있었다. 그들 스스로 자본과 권력에 지배되어 우상이 만든 세상에 자신의 영혼을 서슴없이 팔았다. 일반 시민들이 보기에도 꼴사나운 모습이다.

반대로 대한민국 사회가 처한 현실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애쓰는 학자들도 있다. 특히 사회현상을 탐구하는 학자들 가운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며 그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연구자들이 있다. 나아가 한국 사회 모순된 현실의 뿌리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고투하는 학자들이 있다. 사회현상을 가치중립적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기술하거나 좁직한 안목으로 연구 활동을 종료하지 않는다. 사회문제 현상이 나타난 역사사회적 원인을 캐묻고 모순 극복과 함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오늘도 열일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오는 2월 21일(화)에 열리는 제2회 <좋은 포럼> 행사 포스터(출처 : 좋은 세상 연구소 제공)
오는 2월 21일(화)에 열리는 제2회 <좋은 포럼> 행사 포스터(출처 : 좋은 세상 연구소 제공)

이들은 자신의 지식과 삶이 사회발전에 밑거름이 되기를 갈망한다. 나아가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좀 더 ‘좋은 세상’을 열망하고 추구한다. 기후 위기 시대! 생태적 시민이 자라나길 꿈꾸고 다인종‧다문화 시대! 차별과 갈등을 넘어서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시민사회를 지향한다. 대의제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대표성의 위기와 공공성의 위기에 깊이 천착하여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적극적 시민’을 양성하고자 힘쓴다. 가짜뉴스가 넘치는 미디어 세계에서 정보를 지혜롭게 분별할 수 있는 정보 리터러시(정보 문해력)를 갖춘 시민성(citizenship)을 추구한다.

무엇보다 불안정한 노동 환경에 포획된 현실에서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매일같이 겪는 고통에 연민을 느낀다. 나아가 정치사회적 소수자들과 연대할 줄 아는 ‘사회적 시민’이 공동체 다수가 되는 사회를 꿈꾼다. 지난해 전장연(전국장애인 차별철폐연대 약칭)이 지하철 탑승 시위할 때 휠체어 탄 장애인들을 비난하거나 욕설을 하는 <이기적 시민>들이 더러 존재했다. 대부분은 불편한 시선으로 쳐다보거나 누군가 문제를 해결해 주길 기다리며 방관했다. 이른바 공감과 연대 의식이 결핍된 시민들, 바로 개인주의에 갇혀 사는 <평범한 시민>들이다.

⁌좋은 세상 연구소⁍(준)가 추구하는 시민상은 <이기적 시민>도 <평범한 시민>도 아니다. 그런 시민은 예나 지금이나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시민은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받는 차별에 연민을 느끼는 시민이자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고통에 공감하는 시민이다. 관심과 공감은 참여를 낳고 사회 변화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장애인들과 함께 같은 목소리로 정부에 ‘이동권’을 요구하는 시민, 바로 ‘적극적 시민’(active citizen)의 탄생이다.

<좋은 세상 연구소>가 추구하는 시민은 공동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협력하며 연대할 줄 아는 <적극적 시민>이다.(출처 : 하성환)
<좋은 세상 연구소>가 추구하는 시민은 공동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협력하며 연대할 줄 아는 <적극적 시민>이다.(출처 : 하성환)

⁌좋은 세상 연구소⁍(준)가 목표로 지향하는 시민은 바로 ‘적극적 시민’을 길러내는 일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시민성(citizenship)을 체득한 ‘적극적 시민’이 다수를 점할 때 그 공동체는 건강성을 회복하고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자율과 존중, 협력과 연대, 그리고 공감과 참여라는 ‘적극적 시민성’으로 무장한 민주주의자들에 의해 유지되고 발전한다.

나아가 ⁌좋은 세상 연구소⁍(준)는 한반도 통일에 평화의 씨앗을 심고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평화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세계 시민성’을 지향한다. 동포애를 넘어 인류애를 실천할 수 있는 공감과 연대, 그리고 형제 의식이 생활 속에 내면화하고 일상에서 확산하길 꿈꾼다. 진보 지식인들은 대한민국이  ‘사회 대전환’의 위기에 직면했음을 일찌감치 감지했다. 기후 위기와 불안정 노동 현실, 그리고 세계 최저 출산율과 시험형 인간을 양산하는 교육 현실이 특히 그러하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2020년 184개 국가 가운데 0.84명으로 꼴찌다. OECD 38개 가입국 가운데 유일하게 1미만인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자살률 또한 OECD 1위로 OECD 평균 2배를 넘는다. 노인 자살률과 상대적 빈곤율 또한 OECD 1위다. 저임금 노동자 비율과 산재사망률 또한 수위를 달린 지 오래다.(이상 ⁌좋은 세상 연구소⁍(준) 카페 - 「노동사회 정책」 – 한국의 성적표 참조)

무엇보다 공동체의 미래를 살아갈 청소년들이 행복하지 않다.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염유식 교수(의료사회학)팀이 발표한 ‘2016 제8차 어린이·청소년 행복 지수 국제 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들 행복 지수가 OECD 조사 대상 22개 국가 가운데 꼴찌다.(『한겨레』, 「한국 청소년 행복 지수 다시 OECD 회원국 중 꼴찌」, 2016. 5. 2) 청소년 행복 지수가 꼴찌로 추락한 지는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실제로 일반 국민 가운데 자살 충동을 가장 극심하게 겪는 연령층이 청소년들이다. 꿈나무들인 이 땅의 청소년들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나라다. 중학생 5명 중 1명이 자살 충동을 경험하고 고등학생 4명 중 1명이 자살 충동을 경험하는 나라다. 심지어 어린 초등학생들조차 우울감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꿈나무들이 행복하지 못한 사회는 미래가 없다.

앞으로 100년을 살아가야 할 꿈나무 세대와 다가올 미래세대가 살아갈 <미래 한국 사회>를 위해서도 오늘 <희망>을 심어주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사회 대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한국 사회 ‘비판 사회학자’로서 평생을 한국 사회 노동 현실과 정치사회적 약자, 그리고 민간인 학살이라는 현대사에 깊이 천착해온 김동춘 교수가 만들어 가는 ⁌좋은 세상 연구소⁍(준)는 세상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는 ⁌좋은 세상 연구소⁍(준)를 만들면서 이렇게 일갈했다. “모든 시민은 정치가입니다! 모든 교사는 연구자고 지식인입니다! 모든 청년은 미래의 지식인이고 정치가입니다!”

그러면서 “좋은 사회는 깨어있는 시민을 필요로 합니다. 민주주의자 없이는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을 것이고, 좋은 정치 세력은 힘 있는 시민사회 위에서 만들어집니다. 정치는 제도권 정치가의 것만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일상적 참여 활동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공적인 마인드를 갖는 청년 대학생 육성, 미래세대를 교육하는 교사들의 역할, 공론장의 활성화를 통해 공적 지식인 육성이 필요합니다.”라고 외치며 한국 사회 지식인과 대중을 향해 절실한 마음을 호소하고 있다.

<좋은 세상 연구소>(준) 조직도(출처 : <좋은 세상 연구소> 제공) <사회 대전환>에 직면한 우리 사회를 좀 더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로 변모시키는 데 관심 있는 시민, 청년, 대학생, 교사, 노동자, 지식인들이 많이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좋은 세상 연구소>(준) 조직도(출처 : <좋은 세상 연구소> 제공) <사회 대전환>에 직면한 우리 사회를 좀 더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로 변모시키는 데 관심 있는 시민, 청년, 대학생, 교사, 노동자, 지식인들이 많이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휴머니즘 넘치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갈 젊은 연구자들을 길러내고 사회 변화를 위해 헌신하는 시민운동가, 교육운동가, 노동운동가를 계속 발굴 육성하는 튼튼한 진지로서 그 역할을 크게 기대한다.

성숙한 사회와 아름다운 공동체, 그리고 높은 수준의 문화를 간직한 대한민국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10% 깨어있는 시민들의 관심을 기대한다. 박은식 선생이 쓴 『한국독립운동지혈사』(1920)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최대의 항일 독립운동인 3‧1 시민 혁명 당시, 전체 조선 인구 가운데 10%가 참여했다. 절대다수는 거리를 두며 방관했고 일부 조선인들은 일신의 영달과 가족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일제 앞잡이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늘 ‘사회 대전환’에 직면한 대한민국 사회도 마찬가지다. 10% 깨어있는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미래 한국 사회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더 성숙하게 만들어 간다.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ethics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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