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평가되어야 할 인도농촌
드디어 2018년 12월말 겨울방학에 다시 출발했다. 열 달 만이다. 이번 두 달 동안 900km쯤 걸으면 티벳망명정부가 있는 곳이자 달라이라마존자가 계신 다람살라까지 갈 수 있다.
이젠 일본인 하라상이 함께 걷지 못하면서 온전히 혼자 걸어야 한다. 혼자 걸으면 짐을 옮겨 나르는 것이 큰 일이 된다. 숙소만 적절한 간격으로 있으면 짐을 갖고 다니는 건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숙소 위치다. 그에 따라 순례일정도 약간씩 조정된다.
인도는 대평원의 오랜 농경 국가이면서 아열대 기후로 풍부한 농산물이 난다. 대륙이지만 북측은 갇힌 형태로서 폐쇄적 대륙 국가다. 인도의 문제는 대평원이다 보니 의사소통의 단위공간 범위가 모호하다는 것.
인간이 집단생활을 하려면 의사결정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곳은 의사결정 단위를 결정하기가 어렵고 막연한 부분이 있다. 공간적으로 단위 획정이 어려워 의사결정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구조다.
같은 평원이라도 중국은 좀 다르다. 외부로부터 강력한 침략도 빈번한 어느 정도 개방된 대륙이라서 내부 응집력을 쉽게 모을 수 있다. 군대를 동원하고 병사를 훈련하는데, 신분에 상하가 있으면 곤란하다. 외침이 잦으면 내부는 평등해진다.
중국과 달리 폐쇄적 대평원이라는 지정학적 여건 때문에 내부 전쟁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인도. 수많은 왕조와 지방 국가들로 전쟁과 정복에 의한 통치자의 변화가 일어난 후에도 이 문제는 상존할 수밖에 없었다. 19세기 영국식민지 때 통일국가로의 형태가 갖추어졌지만 근 3천 년 동안 그런 구조 속에서 살아왔기에 내부 의사결정 스트레스를 극복할 방안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계급 분화가 촉진되지 않았을까? 갇힌 경계 내의 의사결정 시스템은 스트레스를 저감시키는 효과가 있다. 지방 국가가 있다 하더라도 동일한 공간에서 신분이라는 또 하나의 성벽을 추가함으로써 집단적 의사결정이 수월해지는 것이다. 농업생산력 유지에도 유리하다.
그 국가와 국경이라는 것이 전란으로 수시로 바뀌는 마당에, 농업생산력을 유지할 수 있고 그 분배의 권력이 작동할 수 있는 의사결정시스템이 꼭 필요한 것. 그래야 그나마 그들 내부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서 생존할 수 있었을 터. 간디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카스트제도의 정착화가 그래서 진행되었으리라고 짐작되는 것이다. 하층계급도 이걸 편한 것으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흐름이 민주국가가 된 지금에도 인도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카스트제도에 대한 설명은,
https://ko.wikipedia.org/wiki/%EC%B9%B4%EC%8A%A4%ED%8A%B8
그렇긴 하지만 이젠 거대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가령 지금 높은 정치적 지지를 받는 모디 총리도 출신이 하층계급이다. 그의 이력과 정치역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https://namu.wiki/w/%EB%82%98%EB%A0%8C%EB%93%9C%EB%9D%BC%20%EB%AA%A8%EB%94%94
인도는 이제 본격적인 민주주의 평등사회로 이행하고 있다.
필자가 예전에 읽은 적이 있는 인도출신의 지성 '반다나 시바'의 책을 더듬어 보니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인도의 소는 그들이 소비하는 것보다 많은 먹거리를 제공해 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의 목축업에서 소들은 그들이 생산하는 것보다 여섯 배나 많은 먹이를 소비한다. 게다가 인도의 소들은 매년 7억 톤의 재생 가능한 거름을 배설한다. 절반은 연료로, 나머지 절반은 비료로 사용된다. 소똥 연료는 2,700만 톤의 등유, 3,500만 톤의 석탄, 6,800만 톤의 나무와 맞먹는 열을 낸다. 등유나 석탄, 나무는 모두 인도에서는 희소한 자원들이다.
그러나 소의 다양한 쓰임새를 기초로 한 매우 효율적인 이 식량체계는 바로 그 효율성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괴되어 왔다. 녹색 혁명은 기본이 되는 농업용 비료를 재생 가능한 유기 비료에서 재생 불가능한 화학비료로 바꾸어 버렸다. 백색 혁명은, 가축과 작물이 생태학적으로 통합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소를 단순한 우유 기계로 격하시켜 버렸다.
많은 양을 생산하지 못하는 소농들과 생물 자원들은 불필요하다고 간주하는 데서 백색 혁명 고유의 폭력성이 드러난다. 인도의 소를 “비생산적인” 것으로 만드는 바로 그 세계적 상품화 과정 때문에 미국 목축업은 과도한 과도한 생산성으로 인해 유럽의 소들을 필요 없게 만들고 있다. 다양한 가축이 멸종됨에 따라 생명의 원천인 생물 자원들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방법에 대한 지식도 사라진다. 생물 자원의 보호는 부농의 이익 보호와 농업 관련 기업의 통제로 대체된다.
작물은 모든 생물을 위한 식량이다. 작물은 인간과 가축의 식량일 뿐만 아니라, 토양 속에 사는 수많은 생물의 먹이이기도 하다. 이같이 유기물을 머금은 토양은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수백만의 미생물들의 고향이다. 집약적 축산 경제.유럽의 집약적 축산 경제에서는 소 먹이를 생산하는데 유럽이외의 지역보다 7배나 많은 땅을 필요로 한다. 사료 생산에 필요한 이 같은 “알려지지 않은 땅”은 사실상 자원을 집약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조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14억 인구 중 8억 농촌인구가 지구에 해로운 영향을 주지 않고 오랜 기간 순환적 삶이 이어지고 있는 인도 농촌은 재평가되어야 한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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