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2만 야드의 핑순이가 남아있다!

7.27 평택인간띠잇기, 계속 이어진다.

-우리에게는 2만 야드의 핑순이가 남아있다

 

<평택경찰서 정보과>

 

미국에 평화협정 or OUT!”을 외치면 전광훈 따위가 당연히 훼방집회를 할 것이므로 원하는 장소를 1순위로 확보하기 위해 신고가 가능한 1개월 전 일찌감치 정보과에 집회신고를 했다. 평택미군기지 중에서 집회를 할 만한 공간으로 가장 넓은 곳은 안정리 게이트 부근. 게이트 부근의 작은 공원 3개를 우선 주 집회 장소로 신고했다. 그 외에 윤, 도두리, 함정리, CPX 게이트 앞을 추가하고 450만 평 둘레 18km를 핑크 천(핑순이)을 이용한 인간띠를 잇겠다고 했다.

 

전광훈이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터무니없이 우리의 활동을 이재명과 개딸들이 주동이 되어 북의 지령에 따라 입구를 진격하는 등 변고를 일으키려는 것이라고 선동하며 맞불 집회를 본격 예고했다. 이번에 직접 겪어보니 그는 원하는 바를 위해, 선동을 위해 어떤 말이라도 지어내고 조작하는 자였다.

 

아직 순교 안 한겨?
아직 순교 안 한겨?

 

수차례의 추가 면담을 통해 안정리 앞 일부는 저들에게 내어주고 추가로 차량시위를 집어넣고 차량시위가 수월하도록 가는 방향 쪽 도로변을 우리 쪽 참여자들의 주차공간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알아야 한다 해서 시간에 따른 각 게이트별 활동내용과 이동 경로, 이동방법이 고지되어있는 다음 카페도 그들에게 모두 공개했다. 무엇보다 왜 우리가 이런 활동을 하는지 그들이 알기를 바랬다.

 

<현수막도 자르고, 사전 설치한 핑순이도 잘라버린 평택경찰서>

 

이번 행사의 목적은 미국에 평화협정을 미루지 말라는 우리의 뜻을 분명히 전하는 것이었고 핑크 천을 상징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므로 일단 핑순이가 그들의 눈에 많이 띄어야 했다. 안성천 쪽으로 7km의 자전거 길은 자동차를 절대 이용할 수 없다 해서 띠잇기를 포기했는데 그게 아쉬웠다. 행사 하루 전날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데 의기투합한 몇몇은 우비를 입고 기지 안 쪽에서도 볼 수 있도록 강변 쪽으로 핑순이를 둘렀다. 차량시위의 목적이 주한미군사령부와 한 건물에 들어있는 가짜 유엔사를 참가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었으므로 그 앞쪽 가드레일에도 핑순이를 공들여 설치해 두었다.

장대비를 뚫고 나가 설치했던 강변의 핑순이들. 경찰은 미국 눈에 거슬린다고 생각했는지 재빠르게 제거해버렸다.
장대비를 뚫고 나가 설치했던 강변의 핑순이들. 경찰은 미국 눈에 거슬린다고 생각했는지 재빠르게 제거해버렸다.

 

그러나 웬걸, 행사 당일 보니 우리가 게이트 앞마다 달아두었던 현수막과 유엔사 앞쪽에 설치한 핑순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우리 집회장소 마져도 극우 정당의 현수막들만 사방에서 펄럭였다. 극우들의 현수막은 정당 것이라 언제 어디라도 부착할 수 있지만, 우리 쪽 현수막은 누가 언제 잘랐는지 알 수 없다고 경찰은 발뺌했다. 핑순이의 실종은 평택경찰서 경비지원과 소행임이 드러났으니 아마도 현수막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평택경찰서가 당일 아침 우리의 활동 범위를 대폭 축소하여 게이트 30m 떨어져서 양쪽으로 200만 인간띠를 이을 수 있다고 통고한 것이다. 430분에 우리의 요구 서한을 게이트 안쪽으로 투척하기로 한 것도 불가하단다. 차량시위를 하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허용하기로 했던 공간도 경찰차들이 늘어서 있어 참여자들이 주차할 수 없었다. 안정리 게이트에서 윤 게이트 쪽으로 인간띠를 할 공간을 경찰은 차 벽으로 수 백 미터를 막아놓았다. 인간띠잇기를 아예 무의미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경찰은 완전히 미국의 충견과 같이 행동했다. 식민지 총독을 위한 일제의 경찰도 이와 같았으리라.

18km 띠잇기 신청허가를 받았는데, 당일 아침 게이트 30m떨어진 곳에서 시작해서 양쪽 200m만 허용한단다.
18km 띠잇기 신청허가를 받았는데, 당일 아침 게이트 30m떨어진 곳에서 시작해서 양쪽 200m만 허용한단다.

 

<영혼이 털린 줄도 모르고 애국자로 착각하는 사람들>

 

게이트 맞은편 도로를 완전히 점유하고, 수십 대의 버스를 평택역에 배치해 전국에서 온 참가자를 실어나른 전광훈은 고성능 스피커로 시종일관 미군 찬가를 외쳐대었다. 70년째 내 나라를 동강 내고, ‘민족이라는 말을 금기어로 하여 일본군까지 끌어들여 영구분단을 꾀하는 자들 아닌가. 내 땅에서 세균실험을 마음대로 하며, 박상학에게 뒷돈을 대어 전쟁을 부추기고, 유엔 조직도에도 없으면서 남북을 이간질하는 가짜 유엔사를 내세워 사기를 치는 미국에 오장육부는 물론이고 영혼까지 털린 어리석은 자들이다.

 

<그래도 우리는 간다>

 

430분에 안정리게이트 안으로 요구 서한을 전달하려 했던 문정현 신부, 이장희 교수, 조헌정 목사는 정문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경찰이 겹겹이 에워싸고 진로를 막아섰기 때문이다. 애초 몸싸움도 없이 게이트 안으로 던져넣기로 했던 것인데 어떤 방법으로든지 안으로 넣을 수 없다는 것이다. . 그럼 다른 방법을 생각하면 되지.

4시 30분 게이트마다 요구 서한을 게이트 안쪽으로 '투척'하겠다고 경찰에 통고했고 문정현, 이장희, 조헌정님이 시도 했지만 경찰은 철통방어로 게이트 정문 접근을 막았다.
4시 30분 게이트마다 요구 서한을 게이트 안쪽으로 '투척'하겠다고 경찰에 통고했고 문정현, 이장희, 조헌정님이 시도 했지만 경찰은 철통방어로 게이트 정문 접근을 막았다.

 

멀리 군산에서, 소성리에서, 대구에서, 광주에서, 파주에서 출발해 윤 게이트, 도두리 게이트, 함정리 게이트, CPX 게이트에서 집회했던 참가자들이 530분이 되어 모두 핑순이와 대나무 깃발을 들고 풍물을 치며 안정리 게이트로 모여들었다.

핑순이를 들고 안정리로!
핑순이를 들고 안정리로!
깃발에는 우리들의 요구를 분명하게 적어넣었다.
깃발에는 우리들의 요구를 분명하게 적어넣었다.
대나무 끝은 잎이 달린 가지를 그냥 두고 리본을 달았다.  경찰은 깃발을 들고서는 행진할 수 없다고 시비를 걸었다.
대나무 끝은 잎이 달린 가지를 그냥 두고 리본을 달았다.  경찰은 깃발을 들고서는 행진할 수 없다고 시비를 걸었다.

 

-세균실험실 OUT!

-가짜 유엔사’ OUT!

-박상학 전쟁 도발 OUT!

-평화협정 안 할 거면 OUT!

-70년 분단이 웬 말이냐!

-척양척왜!

-일본놈까지 끌어들여 동족을 죽이라느냐?

-우리 땅 우리 평화 우리가 찾는다!

-(선조 말씀) 미국놈 믿지 마라, 일본놈 일어선다!

-강 대 강 대결은 공멸이다!

-전쟁 말고 외교로 하라!

-무기 장사 이제 그만!

-지혜로운 자 평화 일구고 멍청한 놈 전쟁 부추긴다

-다시 온다!

무용가 이귀선씨가 생명 평화 율려 춤을 추며 대동 놀이를 이끌었다.
무용가 이귀선씨가 생명 평화 율려 춤을 추며 대동 놀이를 이끌었다.
핑순이와 깃발은 재활용이 가능하다.  전쟁 도발하며 무기 팔아먹기에 골몰했던 미국, 이제 무기 장사는 그만 할 때가 되었다.   (사진: 자주시보)
핑순이와 깃발은 재활용이 가능하다. 전쟁 도발하며 무기 팔아먹기에 골몰했던 미국, 이제 무기 장사는 그만 할 때가 되었다. (사진: 자주시보)

 

전광훈 일베들 덕분에 사방으로 통하는 길에 정체가 생겼다. 안정리 게이트는 일찌감치 철문을 닫아 폐쇄해 버렸다. 그 앞 삼거리의 교통은 통제되고 뒤엉켰으며 정체되었다.

​​​경찰의 비협조로 가짜 유엔사로 향하는 차량시위도 원활하지 못했는데 경찰은 윤게이트를 지나 유엔사 입구로 들어가는 입구까지 막아섰다. 집회신고 허가증을 꺼내어 보여주며 담당자에게 전화하는 동안 고압적이던 경찰은 슬그머니 길을 열어주었다. ‘평택 경찰은 미국의 개라는 말이 행사 내내 입안에서 맴돌았다.

 

<미국에서도 핑순이가 한 몫을 시작했다>

 

행사 십여 일 전 핑순이 한 덩이를 가지고 미국으로 떠났던 정연진 AOK대표가 워싱턴 행사의 사진을 올려놓았다. 핑순이는 이제 서서히 세계의 군사패권 지역으로 퍼져나가게 될 것이다. 핑순이는 재활용이 가능하다. 우리는 핑순이의 활약방법에 대해 머리를 모아 지혜를 짜 낼 것이다. 2만 야드의 핑순이가 마르고 닳기 전에 무기 장사꾼, 전쟁장사꾼이 사라지기를 희망해본다

 

미국 워싱턴에도 핑순이가 등장했다! PEACE IN KOREA   KOREA PEACE NOW
미국 워싱턴에도 핑순이가 등장했다! PEACE IN KOREA   KOREA PEACE NOW

 

이번 요구 서한에서 권말선의 <한미동맹은 없다> 영역한 것을 붙여넣었다. 우리가 미국에 지금 당하고 있는 것(분단 고착, 전쟁 도발, 무기 장사, 세균실험, 기지 점유, 불평등 조약 등)을 거꾸로 미국도 당해 볼테냐 하는 내용이다. 나는 가끔 바이든의 페북 댓글에 이 영역 시를 붙여놓고는 하는데, 언젠가는 누가 악성 답글을 달았다.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그래,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한국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니까!

우리보다 오히려 전광훈의 대중동원으로 미군들은 많은 불편을 겪었다. 그래. 당신들의 고민은 어쨌거나 이제 시작되어야 한다! 한국의 깨시민들은 이제 점점 더 미국의 횡포에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할 것이다.

 

<요구 서한 전달을 막아? 방법은 있다! >

어제 경찰의 방해로 전달하지 못한 구겨진 서한을 들고 오늘 새벽 안정리게이트로 향했다. 게이트로 다가가니 사방에서 출입을 저지하는 소리가 들렸다. 왼쪽 초소에서 직원이 손을 저으며 튀어나왔다. 나는 그가 가까이 오자 그의 발아래 봉투를 투척했다. 상관에 전달하라 말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왔다. 경찰은 어제 왜 쓸데없이 투척을 막았을까. 참으로 식민지의 경찰들은 바보가 아닌가.

  • 네들이 막아도 방법은 있다.
    네들이 막아도 방법은 있다.

     

 
고은광순 객원편집위원  koeunks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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