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way Falls’를 구경하고 다음으로 향한 목적지는 작은 '요세미티'라고 불리는 ‘Pfeiffer Big Sur’ 국립공원이다. 공원 크기는 대략 1,000에이커(4.07㎢)이고 빅서 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공원으로 바다 바로 옆에 있다. 이 공원엔 미국삼나무가 많기로 유명하다. 삼나무는 소나무목의 나무이고 최대 112m까지 자란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나무라고 한다. 사진을 보니 삼나무가 마치 하늘을 뚫고 쭉쭉 올라갈 것 같이 보였다.

Pfeiffer Big Sur 공원으로 가는 해안가 고속도로는 너무 멋있었다. 절벽을 따라 이루어진 해안 도로엔 푸르른 태평양, 우뚝 솟은 산줄기, 산을 따라 곳곳 피어있는 꽃들, 그야말로 황홀한 드라이브였다. 이곳이 왜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라고 하는지 알 거 같았다.

Pfeiffer big Sur 공원 근처에 도착하자 환하게 비치던 햇빛은 온데간데없고 길게 쭉 뻗은 삼나무로 인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불과 몇 분 만에 깊숙한 숲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사진에서 본 것과 마찬가지로 삼나무로 사방이 둘러싸였다. 마치 삼나무 요새에 들어온 것 같았다.

차에서 내리니 공기는 차가웠고, 짙은 나무 냄새가 우리를 확 사로잡았다. 새로운 환경에 벌써 신이 났다. 산길을 따라 이동하니 하늘로 높이 치솟은 삼나무가 펼쳐졌다. 삼나무 트렁크는 거대한 지지대같이 굵직하게 땅에 자리 잡고 있었다. “우와~” 라는 감탄사만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와 길이의 나무였다. 고개를 올려 삼나무를 쳐다보고 있으니 아찔하며 어지러웠다.

신기하게도 고도가 높아질수록 삼나무 수가 감소했다. 꼭대기에 다다랐을 땐 삼나무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드디어 정상에 올라섰다! 아쉽게도 안개가 자욱해서 파노라마 같은 풍경은 즐기지 못했지만 그래도 정상에 오른 쾌감은 여전했다!

Pfeiffer 힐스 탐방로 꼭대기에서
Pfeiffer 힐스 탐방로 꼭대기에서

나는 산 정상에만 오르면 그동안의 답답했던 숨통을 다 틔우고 가는 것 같다. 내 이름이 이지산이라서 그럴까? 우리 부모님은 지리산에 홀딱 반해 내 이름을 지리산의 가운데 '리'자를 빼고 지산이라고 지었다. 지산이라는 이름은 (주)지산, 지산동, 지산스님 등 상호, 지역명, 법명 등에 많이 붙이지 사람 이름으로는 잘 쓰지 않는다. 그래도 난 중성적 느낌이 나는 내 이름이 좋다. 특히 '산'자가 들어가서 더 좋다. 그래서 나는 바다에 가는 것보다 산에 오를 때 더 풍부함과 다감함을 느끼는 지도 모르겠다. 

 

내려오는 길에도 우리는 길쭉한 삼나무를 감상하며 내려왔다. 아쉽게도 다음 일정이 있어 삼나무 숲 탐방은 여기서 끝내야 했다. Pfeiffer Big Sur 공원에는 여러 종류의 탐방로가 있다. 다음엔 이런저런 탐방로에서 삼나무 숲만 오래 감상할 수 있도록 별도 여행 계획을 짜고 싶다. 

그다음 목적지는 ‘Garrapata State Park Bluff trail’로 Pfeiffer Big Sur 국립공원에서 30분 북쪽으로 이동하면 있는 주립공원이다. Garrapata 공원은 Point Lobos 공원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규모는 Point Lobos보단 작았다.

Garrapata State Park Bluff trail에서
Garrapata State Park Bluff trail에서

탐방로는 해안가 절벽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멀리서부터 노란 꽃이 뒤덮여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호기심과 기대감에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Garrapata State Park Bluff trail에서
Garrapata State Park Bluff trail에서
Garrapata State Park Bluff trail에서
Garrapata State Park Bluff trail에서

아니나 다를까 해안 절벽을 따라 만들어진 탐방로는 아름다웠다. 노란 꽃은 해안을 뒤덮고 있었다. 곳곳에 색다른 자그마한 꽃들이 바람에 살랑살랑하며 인사를 했다. 천국이 만약 있다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유명한 탐방로가 아니어서 그런지 사람도 거의 없고 조용했다. 오직 들리는 건 파도 소리, 갈매기 소리 그리고 선선하게 부는 바람... 새무리도 이를 즐기듯 일렬로 나란히... 하늘을 유유히... 날아가고 있었다.

Garrapata State Park Bluff trail에서
Garrapata State Park Bluff trail에서

자연에 흠뻑 젖어 있을 무렵, 갑자기 남자친구가 바다를 보더니 소리치기 시작했다. “지산아 저기 수달 아니야??” 저쪽~ 멀리~ 귀여운 수달이 얼굴을 빠끔히 내밀고 분주히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물장난을 하는 건지 조개를 까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새하얀 얼굴을 바다에 동동 드러내놓은 수달은 정말 귀여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우린 한참 수달이 물에서 노는 걸 구경했다. 왠지 모르게 씨익~하고 미소가 지어지며 마음이 그렇게 따듯할 수가 없었다.

 

4탄에 계속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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