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특혜, 부자 감세 좋아하는 양상훈과 윤석열
윤석열에게는 ‘옳은 것’과 ‘실행’이 따로 간다.
양상훈과 윤석열의 ‘아무 말’ 잔치에 국민이 개돼지 취급받는 것은 국회 탓이다

약자들 사회 안전망 외면한 2024년 예산안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사진출처: 한겨레, 2023.10.16. https://m.hani.co.kr/arti/opinion/column/1112359.html#ace04ou)
약자들 사회 안전망 외면한 2024년 예산안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사진출처: 한겨레, 2023.10.16. https://m.hani.co.kr/arti/opinion/column/1112359.html#ace04ou)

조선일보 주필이란 직함을 단 양상훈이 작년 말, “‘대장동’보다 더 민주당 망친 ‘압도적 의석’”이란 표제의 글을 올렸다.(조선일보, 2022.12.22.)

개요를 소개 하면, 1) “절제를 잃은 다수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를 반신불수로 만들었다”, 2) “2020년 총선 이후 민주당이 주요 선거에서 패배했는데, 그 이유는 압도적 의석을 믿고 자만했기 때문이고, 그래서 앞으로도 패할 것이다”, 3)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을 일방 처리한 순간 민주당은 방탄 정당이 되었다”, 4) “‘지지율이 1%가 되더라도 해야 할 개혁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대통령(윤석열)이 나왔다는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고, 대통령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이를 나라에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5) “세계 주요국 전부가 반도체에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있고, 중국은 아예 법인세 면제까지 하고 있는 판에, 민주당은 반도체 특별법을 ‘재벌 특혜’라고 반대하고, 1980년대 운동권 논리로 국운이 걸린 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양상훈의 주장은 다소간 현실을 전도, 왜곡한 것이다. 첫째, 민주당이 절제를 잃었다고 했는데, 그 절제의 기준이 모호하며, 양상훈의 눈높이에 그렇다는 말 같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는 반신불수 된 것이 아니다. 입법부, 사법부를 무시, 안하무인으로 독주하기 때문이다. 윤석열과 법무부 한동훈은 검찰 수사권 축소 입법 취지를 개무시하고 시행령으로 검수원복 중에 있고, 사법부에서 출장비 까라고 했음에도, 한동훈은 몇 달이 지난 지금도 까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유해할 수 있다는 보고서는 까뭉개고, 무해하다는 홍보자료만 우리 돈 거금을 들여 일본 기시다를 위해 제작 배포해주었다.

둘째, 다수당이 자만한다고 했으나, 무엇이 자만인지 그 기준을 밝히지 않았다. 주먹구구로 양상훈이 보기에 그렇다는 말이겠으나, 반드시 그런 것이 아니다. 선거 패배로 자만 여부를 가리자는 것이라면,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국힘당이 패배했으니 국힘당이 자만했던 것이 틀림없다.

셋째,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을 일방 처리한 순간 민주당은 방탄 정당이 되었다”는 말은 서로 인과관계조차 성립하지 않는다. 앞말을 뒤집으면,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지 않았다면 방탄 국회 아닌 것이 되나? 아니다. 검찰 수사권과 방탄국회 여부는 서로 별개의 사안이다. 그저 양상훈이 하고 싶었던 말은, 검찰 수사권 뺏기면, 혹여 검찰이 국회의원을 불러다 조질 수 없어져,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 같아지지 않을까 염려된다는 뜻이겠다.

넷째, “지지율이 1%가 되더라도 신경 안 쓰고” 독주하는 것은 ‘민주’가 아니라 ‘독재’인데, 이런 독재의 발상은 현행 헌법을 위반한 것이다. 양상훈은 ‘흔치 않은’ 독재의 윤석열을 통해 이를 나라에 기회로 만드는 개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다섯째, 양상훈이 말하는 ‘기회’란 반도체에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중국같이 아예 법인세 면제까지 하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반도체 특별법을 ‘재벌 특혜’ 라고 반대한다. 이에 대해 양상훈은 “1980년대 운동권논리로 국운이 걸린 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의 발목을 잡는다”고 했다. 1980년대 운동권 논리는 전두환 군부독재에 대한 항거이다. 결국 양상훈은 “국운이 걸린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빌미로, 전두환 독재, 재벌 기업 및 부자 감세를 ‘드문 기회의 개혁’이라 규정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것은 ‘노동 개혁, 교육 개혁, 연금 개혁’ 등”이라고 한다. 그런데 ‘노동 개혁’이란 것은 노동조합을 폭도로 매도하는 것, ‘교육 개혁’은 교육예산을 훌쩍 깎아버리는 것이 되어 버렸고, ‘연금 개혁’이란 것도 연금 고갈을 대비하여 더 많이 거두고 더 적게 받도록 하는 것이 될 전망이다.

조선일보 및 그 주필 양상훈의 가당찮은 주장은 현실적으로 힘을 얻고 있다. 그 힘은 논리의 타당성 여부와 무관하게, 권력에서 나온다. 그 힘은 두 가지 원천에서 나온다. 하나는 양상훈이 방패 치는 윤석열의 무대뽀 독재, 다른 하나는 제왕적 국회의장의 전횡 앞에 허약해 빠진 다수 민주당의 타성적 무기력이다.

양상훈은 윤석열 정부가 식물이 되어 있다고 하나, 사실은 식물이 되어 있는 것은 민주당이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장 김진표가 국회법조차 무시하고 개기면서 발목을 잡고 있어, 민주당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국정 조사와 특검이 발의만 되고, 묻힌 채 잠자고 있는 것이 그러하다. 김건희가 연루된 양평 고속도로 국정 조사는 발의된 지 석 달이 지나도 소식이 감감하고, 도이치 모터스 주식 관련, 채널A 검언 유착, 윤석열이 연루된 판사 사찰 문건 관련하여 발의된 특검은 현재로서 해를 넘겼어도 종적이 묘연하다고 한다.

윤석열이 지난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통합이란 어떤 가치를 기제로 해서 통합이 이뤄지는 것이고, 우리의 가치 기제는 우리의 헌법 규범이다”라고 했단다.(이데일리, 2023.10.18.) 헌법이 시대와 사람을 따라 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시대와 사람을 헌법에 맞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전두환이 남긴 마지막 작품이 1987년 헌법이다. 무려 40년이 다 돼가도록 개정한 적이 없어 구닥다리가 된 그 헌법에다가, 강산이 4번 변한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을 맞추라 주문하는 것이다. 윤석열이 보기에, 헌법이 민주 위에 군림한다.

그런데 윤석열은, 하루 뒤인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등이 있는 자리에, 뜬금없이 새 구호를 들고 나왔다. “국민이 늘 무조건 옳다”는 것이다. 혹자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힘당이 패배한 이후, 기존 입장을 수정하여 전에 없던 새 구호와 함께 ‘민생’을 외치기 시작한 것이라고도 한다.

문제는 국민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윤석열에게는 눈곱만큼도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윤석열에게는 ‘옳은 것’과 ‘실행’이 따로 간다. 국민이 ‘옳고’, 그 국민이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를 싫어한다면, 방류하지 못 하도록 조치해야 할 텐데, 윤석열이 행여 그렇게 할 것 같지는 않다. 

양상훈이 말하듯이, 윤석열은 “한 사람이 지지해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밀고 나갈 보기 드문 사람”이므로, 국민 다수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것 같다. ‘한 사람이 원한다 해도’라고 했으나, 그 한 사람이 자기 자신일 수도 있다. 

윤석열은 ‘옳은 것’이나 국민 다수가 원하는 것을 행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것, 자기에게 이득이 되는 것을 좇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은 양상훈을 닮았다. 양상훈은 논리에 닿지 않는 말로, 80년대 운동권 원리를 부정하고 반도체 기업의 감세를 주장했다. 윤석열이 말하는 바, ‘늘 무조건 옳은’ 국민도 하릴없다. 부자 감세하여 세수 부족이 50조에 달하는 형편에, 그 부담이 죄다 국민 민초의 부담으로 돌아올 전망이기 때문이다.

양상훈과 윤석열이 되는대로 내뱉는 ‘아무 말 잔치’가 먹혀드는 것은 논리나 일관성이 아니라,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권력 앞에 국민 민초가 휘둘리고 농락당하는 것은 오로지 국회 탓이다. 형편을 빤히 알고 있는 국회가 ‘대의제’란 미명하에 국민이 개돼지 취급받는 것을 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칼자루 들고 공직자 처벌하는 꼴을 국회의원 나으리들도 용납하기 싫은 것이다. 그래서 식물국회로 연명을 해도 그 권력은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최자영 주주  paparuna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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