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적인 종교가 전쟁을 부른다면, 차라리 종교 없는 평화는 어떨까?

수많은 성현과 지도자가 지나가고 위대한 종교가 가득하지만, 이 세상은 조용한 날이 거의 없고 평화로운 시대가 거의 없다. 크고 작은 전쟁이 없는 시대가 거의 없었지만 근래 일어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인간으로서 분노를 자아내게 하더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은 절망과 슬픔을 갖게 한다.

109번째 번뇌 2023-4 / 모바일그림 / K1모바일화가 정병길 작
109번째 번뇌 2023-4 / 모바일그림 / K1모바일화가 정병길 작

나는 종교를 가지지 않았지만, 우주를 관장하는 신은 있다고 믿는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미물이듯이, 우리 인간도 우주의 눈으로 보면 보이지도 않는 극 미물에 불과할 수도 있다.

세상의 중심으로 알았던 지구도 우주에서 보면 티끌에 불과하고, 지구 하나 없어져도 이 우주는 눈 하나 깜짝 않고 그대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우주를 인식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인 인간(현재까지의 인간 상식으로는)이 없으면 (인간에게는) 우주도 존재가치가 없다.

그래서 인간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같은 미물이기도 하지만, 우주를 넘나드는 우주의 영장이기도 하다. 종교도 인간이 만든 산물이다. 인간이 만들었기 때문에, 그 인간들이 사는 토양과 문화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진다. 저쪽이 이교도이고 이단이라면, 저쪽에서 이쪽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신이 있어 인간을 창조했다면 가장 잘못한 게, 인간에게 준 무한 탐욕이다. 가장 잘한 것 한 가지를 고르라고 수능에 출제된다면, 동계교배(혈족결혼) 배제를 찍을 것이다. 그것은 한 혈족이 세상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섭리에 묻어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저쪽 인간 이쪽 사람들이 섞여가며 잘 어울려 살라는 뜻일 것이다.

지금 지구의 곳곳에서는 내 인종이 아니면 괴물이라는 논리로 저쪽 인간을 괴물로 만들고 자신들도 스스로 괴물로 되어가고 있다. 이편 저편 갈라져 점차 온 지구가 괴물화 되어가고 있다.

배타적인 종교가 전쟁을 부른다면, 차라리 종교 없는 평화는 어떨까? 선택받은 나만이 세상을 지배해야 한다는 논리는 어리석은 탐욕이며 공멸을 재촉하는 길이라고 나는 역사를 보며 예언한다. 영감에서 나온 예언은 점술이지만, 역사에서 나온 예언은 진리에 가깝다. 역사는 비슷하게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이 혼돈의 시대. 신은 어디에 계실까? 사찰, 교회나 성당에도 계시지만, 신은 내 마음속에 있다. 나만이 주인이라는 탐욕을 버리고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다음에 돌아오는 선거의 표에 급급하지만, 세계 시민들은 자라나는 예쁜 손주를 보며 대대손손 평화공존을 바란다.

편집 : 정병길 객원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정병길 객원편집위원  bgil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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