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6일(일) 17시경, 여주중앙청소년수련원에 도착했다.

너른 교정을 지나 수련관과 후생관을 거쳐 화합관에 이르렀다.
연수생 한 명 없이 조용하다.
쉼 없이 매미가 울어 젖힌다.
유난히 많은 딱새가 반가이 맞이하듯 지나는 길목마다 내려 앉아 재잘거린다.

안병규 본 연구회 회장을 비롯하여 먼저 도착한 집행부 넷은 모든 자료를 정리했다.
1기 때 두고 간 30여 개의 크고 작은 상자와, 새로 우송한 20여 개의 상자, 그리고 음료수 3종 – 허쉬초콜릿우유, 사과주스, 카프리선 오렌지망고 –과 구슬 아이스크림 7상자, 생수 등이다. 마지막으로 직접 들고 간 단팥빵과 타르트를 정리하고 저녁을 먹었다.

이어서 강의장과 숙소를 돌아보며 수련원 원장에게 여러 가지를 주문했다. 그때마다 원장은 본부장에게 지시하고 몇 가지는 교육실장에게 의뢰한다. 여느 때처럼 준비물 목록을 대조하면서 각종 탐구마당 재료를 낱낱이 점검하고, 목걸이 이름표와 볼펜을 조립하고, 교재와 에코백을 학급별로 분류한 뒤 아이스 브레이킹 장소로 나르고 강의장마다 빔을 점검했다.
 

지도강사와 인솔교사, 그리고 아홉 분 담임교사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맞이할 준비 완료하고 기다린다고.

“안녕하세요? 드디어 내일 캠프가 시작되네요. 아이들, 선생님들 모두 건강하게 캠프가 마무리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서울신동초교, 구**)

“안녕하세요? 지난번부터 언제가 조금 편한 시간일지 고민하다가 계속 바쁘실 것 같아 그냥 연락드립니다.
처음 공지부터 중간에 인원이 넘쳐서 난리(?)가 났을 때도 오늘 2기 관련 공지까지... 선생님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중간중간 너무 자세한 설명과 선생님의 마음이 느껴져서 그저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6학년에 알게 되어 캠프 참가가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이 벌써 너무나 아쉽기만 합니다. 2기 잘 부탁드립니다.” (서울용마초교, 박**)

학부모 두 분의 메시지도 공유했다. 캠프 하루 전날이다. 따로 말씀은 없지만, 안전을 희구하는 간절한 바람이 잘 드러난 메시지이다. 이를 지도교사 방에 올리고 한 마디를 보탰다.

『35회 접수를 마감하면서 2기를 개설할 때를 회상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든 문자와 카톡과 전화가 지금도 쟁쟁합니다. 도통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접수 대장을 정리할 겨를이 없는데 입금 여부를 확인해 달라, 숙소는 몇 명이 자느냐, 누구랑 같은 반으로 편성해 달라, 차량은 몇 시에 어디서 출발하느냐... 오죽했으면 오래전에 청소년단체 일을 보던 안** 간사에게 연락했을까요? 내가 여기에서 무너지면 안 된다고 스스로 곱다짐하길 몇 번인지 모릅니다.

우리 캠프가 신뢰를 주는 것은 프로그램이나 관록이나 강사들의 명성이 아닙니다. 전현직 ‘선생님’이 운영한다는 점이요, 가장 큰 장점은 누가 뭐라고 해도 ‘선생님’께서 직접 인솔하고 담임을 맡는 점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2박 3일 동안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귀한 자녀를 맡길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선생님’을 믿고 맡기기 때문일 것입니다. 2기 참가자들은 어쩌면 내키지 않은 맘으로 참가를 결정한 분들입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1기에서 밀린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습니다. 선생님들께서도 헤아려 주기 바랍니다.』

쏟아지는 학부모님들의 문의도 공유했다.

▪캠프장에서 휴대전화 사용은 금지된 것으로 안다. 그래서 만 원짜리 작은 카메라를 갖고 가서 캠프 중간중간 사진을 찍으려고 한다. 괜찮은가? (한신초교 3학년, 이**)

▪아이가 인형을 꼭 대여섯 개씩 침대에 올려두고 자는데, 이번에 가는 캠프는 혼자 행동하는 것이 아니고 단체행동이니 인형을 데려가면 안 된다고 하였다. 하지만 아이가 가족과 완전히 떨어지는 것은 처음이니 한 개만 가져가면 안 되냐고 해서 선생님께 여쭈어본다고 하였다. 매일 여러 민원을 접수할 텐데 하나 더 보태서 미안하다 ㅜㅜ (서울구산초교 4학년, 황**)

▪지난 월요일, 열이 나고 목이 아파 이비인후과에 들러서 코로나, 독감 검사를 받았는데 음성이어서 약 처방 받고, 증상은 모두 호전되었으나 기침이 좀 남아 있다. 아이가 기침 때문에 집으로 돌려보내질까 기침을 참으려 하기에 문자 남긴다. 기침 소리가 다소 크더라도 양해 바란다. ^^;;(5학년 김**)

▪우리 아이는 화장실에서 물티슈를 쓰고 있다. 그런데 물티슈를 휴대하지 말라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울월촌초교 6학년, 배**)

학부모님 문의 가운데 학년별로 한 개씩만 간추린 것이다.
때로는 담임교사를 통하여 응답해 드렸다. 민원이라기에는 절로 웃음까지 안겨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중에서 인형을 안고 잔다는 아이를 보고 싶다고 했는데, 경황이 없었다. 그러다가 퇴소식 직전에 부모님과 함께 먼저 귀가한다고 계단을 내려가는 아이를 보았다. 불러 세웠다.

‘아, 네가 서*이구나... 인형!!!’
아이는 해맑게 웃었다. 손을 흔들어 주었다. 같이 가던 친구도 나도 웃었다.

“선생님, 오늘 아무래도 가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어젯밤에 지켜봤는데 속이 안 좋고 열도 나서요. 아이가 너무 가고 싶어 했는데 아쉽네요.”

얼굴은 모르지만, 며칠 동안 맘 졸이다가 결국 오지 못한 어린이(서울세륜초교, 조**)와 부모님의 모습이 삼삼하다. 안타깝다. 연이 잇다면 다음에 뵐 수 있길 바란다고 문자를 보냈다.
 
2기 개소식은 참으로 흥겨웠다. 그것은 3학년 아이들 때문이었다.
사회자 홍성우 선생님이 ‘국기에 대하여 경례’라고 하자, 그야말로 가지각색이었다.

왼손을 오른쪽 가슴에 대는 아이,
오른손을 왼쪽 어깨에 올리는 아이,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대더니 고개를 숙여서 꾸벅 인사를 하는 아이,
곁눈질하면서 왼손과 오른손을 번갈아 가슴에 댔다 뗐다 하는 아이....

이어서 환영사를 하기 위하여 안병규 회장이 등단했다.

누군가가 환호하자 덩달아 환호성이 쏟아졌다.
‘교장선생님께 경례’라고 구령을 붙이자, 가관이다.
대여섯 명이 거수경례하는데, 손 모양과 위치가 제각각이다.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는 아이, 엄지를 이마에 대고 네 손가락을 펼쳐 보이는 아이... 그대로 흉내를 내는 내가 더 우스꽝스러웠는지도 모른다. 자못 진지해야 할 개소식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분위기가 누그러지자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선생님, 우리 엄마가 영어 학원 제대로 안 다니면 게임기 압수한다고 했어요”

“수학 문제집 안 풀면 영재 캠프고 뭐고 다 없다고 했어요.”

“선생님하고 영어 캠프 통화할 때 제가 다 듣고 있었거든요. 우리 엄마는요, 나 때문에 뇌졸중 걸린대요.”

그 이후에도 3학년 아이들은 큰 웃음을 안겨주었다.

풍선 자동자 경연대회장이다. 풍선 속 바람이 빠지는 힘으로 자동차가 앞으로 나가는 원리다. 그런데 여의치 않자, 납작 엎드려서 숫제 자동차 몸체를 입으로 불고 있었다. 심사하던 문돈식 선생님이 ‘0.2 미터. 다음!’이라고 하자, 대뜸 일어서서 다른 아이를 가리키면서 “선생님, 쟤도 그랬잖아요. 예, 예!!” 하면서 선생님 코밑에 얼굴을 들이대고 다그친다.

한번은 점심을 먹고 퇴식구 앞에 줄을 서 있는데 갑자기 한 아이가 내 앞으로 불쑥 끼어든다. 영문을 알지 못해 앞에 있던 아이한데 니 동생이냐고 물었다. 아니란다. 3학년 아이다. 절로 웃음이 나온다. 내 뒤에 늘어선 10여 미터의 긴 줄을 가리키면서 다음부터는 너도 줄 뒤에 서야 한다고 일렀다. 알 듯 모를 듯 묘한 표정을 짓더니, 식판에 남긴 잔반까지 통째로 올려놓고 그냥 가버렸다. 웃을 수밖에.

역시 퇴식구 앞에 줄을 서 있었다. 한 아이가 내 앞으로 다가와서 날 빤히 쳐다본다. 대뜸 ‘잘생긴 할아버지?’ 하더니 ‘에이, 못생겼잖아.’ 하고는 씨익 웃고 도망간다. 수업 시간에 자칭 ‘잘생긴 할아버지’라고 강조한 탓이리라.

평소 05시면 눈을 뜬다. 그런데 어제는 눈을 뜨니 09시다. 그때마다 청량제가 따로 없다. 학부모님들의 정감 어린 말씀을 동료들과 공유했다.
 

▪수고 많으셨어요. 덕분에 아이가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 보내고 잘 왔습니다. 겨울에도 기회가 되면 또 가고 싶다고 할 정도로 좋았대요. 태풍 때문에 교사진에서 마음 졸이셨을 텐데 태풍 오기 전에 일정 끝나서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서울신용산초교, 신**)

▪감사했습니다. 몸살 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꼭 겨울 캠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열심히 클릭해 보겠습니다. 남은 여름 건강하세요. (서울대진초교 김**)

▪선생님! 드디어 2기도 끝났습니다. 너무너무 애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일 아침. 저녁 신나는 목소리로 통화하는 아이들을 보니 더욱더 선생님들께 감사한 마음이 한가득합니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이 보내준 사진 덕분에 아이와 처음 떨어진 엄마 마음도 편안히 지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아이들과의 캠프가 선생님들께도 즐거운 시간이었기를 바래요. 건강하시고, 좋은 기회에 또 뵙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번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울일원초교, 재* & 재*)

▪아침에 눈 뜨자마자 캠프에서 만든 활동 결과물을 하나씩 꺼내 가족들에게 보여주는 **이입니다.^^ 하나하나의 물품들을 보며 그 안에 담긴 선생님들의 노고도 같이 보여서 더욱 감사했어요. 고맙습니다~^^ (서울은진초교, 송**)

▪어제 아이의 캠프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들으면 들을수록 준비해 주시고 애써 주신 선생님께 정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중간중간 연락해 주시고 아이들의 안전까지 꼼꼼하게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겨울캠프도 꼭 참석하고 싶어요 ^^ (서울자곡초교, 조**)

▪아고, 2기까지 잘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가 오늘까지도 캠프에서 있었던 얘기들 종알거리느라 쉴 틈이 없네요!~ 너무 재미있게 보내고 온 듯합니다!!! 아직 초3이라 밤마다 엄마 보고 싶어서 울었다면서도 너무 재미있었다고~ 같이 간 친구들도 겨울에 또 가고 싶다고 벌써 엄마들에게 신청 꼭 하라고 난리더라구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한신초교 이**)

▪안녕하세요?
준비하시는데 방해가 될까 싶어서 늘 조심스레 짧게 인사만 드렸는데 마지막이니 몇 자 적어봅니다. 아이가 캠프에서 돌아온 날 저녁에 피곤한 눈을 비비며 잠자리에 누우면서도 다시 캠프, 캠프! 되뇌며 지금 당장 다시 가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많은 고민과 노력으로 알차게 만들어 주신 프로그램일 테니 아이가 좋아할 거라고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솔직히 놀랬답니다. 집 떠나 처음 가 본 캠프이고 엄마, 아빠도 보고 싶었을 거라 짐작했기에, 돌아온 날 다시 가고 싶다고 할 줄은 몰랐거든요..^^;;
많은 아이들이 신청하여 경황 없고 힘드신 와중에 사상 초유 2기까지 만들어 주신 캠프라 더더욱 깊은 감사의 말씀을 다시 한 번 전해드립니다.. 남은 여름 더위 조심하시고 다음 캠프 때 다시 뵙게 되길 소망합니다♡ (서울공연초교, 김**)

▪안녕하세요?
다녀오자마자 겨울 캠프 날짜부터 알아봐 달라고 친구 없어도 혼자라도 가겠다고 하네요 ㅎㅎ 쉴 틈 없었지만 너무 재밌었다고, 당장 내일도 또 가고 싶다고, 선생님도 너무 좋으신 분이었다고, 조개 해부 설명도 하고 재잘재잘거려요. 처음 알게 된 캠프였는데... 선생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서울양강초교, 김**)

▪저희 남매가 이번 캠프를 통해 힘들기도 했지만, 또 가고 싶은 그런 알찬 캠프라고 얘기를 합니다. 특히 남동생 민*이는 정약용 반에서 조**이라는 친구와 우정을 쌓으며 서로 도와가며 지냈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x세대라서 저희 때는 선생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된다고 배웠고 저 역시도 예절 존경에 대해 굉장히 강조를 합니다. 그러나 요즘의 세태를 보면 너무도 안타깝고 선생님들께 죄송해요.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드리고 겨울에는 좀 더 길게 캠프 일정이 잡혔으면 합니다. 3박 4일 정도요 ㅎㅎㅎ
선생님 건강하시구요. 감히 자부합니다만 저와 같은 상식을 알고 기본을 아는 학부모들이 꼭 선생님들을 옆에서 지킬게요. 감사합니다. (서울미래초교, ** & **)
 

짧게는 1년, 길게는 30년 가까이 동고동락하는 동료들이다. 동료들도 한마디씩 거든다.

▪이번 캠프는 유독 활기차고 학생들 호응이 아주 좋았다. 1기와 똑같은 프로그램인데 2기는 힘든 줄 몰랐다. 왜 그랬을까? 강사 1인당 학생은 20명이 적정선인 것 같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는 역시 환상의 조합 아닌가? 영재 강사 여러분, 아자아자!! -홍성우(서울북성초교 교사)-

▪풍력로봇을 하는 5학년 어린이가 마냥 울상을 짓고 손을 놓고 있었다. 안타까웠다. 도움을 받고 완성하자 활짝 웃었다. 선풍기 앞에서 바람개비를 돌리며 소리를 지르던 녀석이 삼삼하다. -안병규(홍대부속초교 교장)-

▪매번 행사 때마다 선생님들의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 너무 존경스럽고 우주과학영재캠프 때마다 저희 교육팀도 많은 것을 배운다. 아이들이 집으로 가면서 나한테 겨울에도 꼭 ‘핑크머리’ 하고 있으라고 했는데 겨울 캠프 때도 많은 아이들을 볼 수 있길 바란다. 모든 선생님들의 노고에 큰 박수를 보내드리면서 변함없이 건강하길 기원한다. -이다송(수련원 교육실장)-

▪압화 손톱깎이 수업하기 전에 강사 소개를 하는데 학생들이 큰 박수로 환영해 주었다. 지금까지는 수업 시작할 때 이런 일이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네 분 선생님을 큰 박수로 환영해 주었다. 깊은 감동을 받았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할 수 있었다. -문돈식(전, 서울아현초교 교사)-

▪이라희(상명초 4년) 학생은 8월 16일 일본으로 이민을 가는데 마지막으로 영재캠프 참여하고 싶다고 해서 2기에 참여했다.
오늘 퇴소식 때 겨울에 다시 오고 싶다고 손을 들기에, 귀가하는 버스 안에서 물었다. 진짜로 올 거냐고. 그랬더니 대뜸, 오고 싶어서 손을 들었다고 했다.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김진원(상명초교 교장)-

▪아이들 표정이 유난히 밝고 반응이 좋았다. 덩달아서 나도 신나게 가르쳤다. 아이들과 헤어진 뒤 비로소 피곤이 몰려왔다. 집에 돌아온 후 한나절이나 낮잠을 잤다. 벌써, 밝고 행복한 아이들 모습이 다가선다. 참 좋았다. -신기쁨(위례고교 교사)-

▪3학년 대상으로 마우스 트랩의 작동 원리를 물었다. 내가 요구하는 답은 고무줄의 탄성을 운동에너지로 바꾸는 것이었다. 먼저 손을 든 송지율(조원초)이 고무줄의 탄성을 에너지로 바꾼다고 말했다. 좀더 정확한 답을 요구하자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순간 퇴소식을 진행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오늘이 생일인 지율이를 소개하고 기념품을 주었더니 금세 풀어졌다. 귀가하는 차 안에서 물었더니 운 게 아니라고 하면서 능청스럽게 웃어넘겼다. 겨울에도 꼭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 -성유경(서울조원초교 교사)-

▪불과 5분 사이에 북쪽 하늘 구름이 걷혀 북두칠성을 맨눈으로 관측할 수 있었다. 오춘분 선생님이 별지시기로 큰곰자리 꼬리인 북두칠성을 그리자, 아이들은 탄성을 질렀다. 북두칠성조차 밝은 서울의 밤하늘에서는 볼 수 없는 별이다. 4명의 망원경잡이는 잽싸게 6번 별 미자르를 망원경에 담았다. 아이들은 1개인 줄 알았던 미자르가 사실 2개의 밝은 별과 흐린 별 1개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고 놀라워했다.
밤하늘 상황이 시시각각 변할 것을 예상하고 여러 대안을 준비해 둔 덕분에 학생들에게 유익한 경험을 제공한 것 같아 뿌듯했다. 물론 여러 대안을 준비하는 과정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지만, 오늘만큼은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자부한다. ‘별 볼 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보람 있었다. -최병성(서울금화초교 교사)-

▪6학년 마시멜로 챌린지 장면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자신 없어 하던 여학생 두 명이 50g 추 한 개를 올리는 것까지 성공하자 기뻐하던 모습, 1등과 3등이었던 친구들이 제한된 이쑤시개 50개를 넘게 사용했다고 스스로 실토하던 모습, 그로 인해 다른 친구가 상품을 받게 되자 환호하던 모습, 처음에는 쑥스럽고 데면데면하며 옆 친구 어깨를 만지던 아이들이 끝날 땐 서로 손을 맞잡고 파이팅을 외치던 모습...
이번 기수는 정말 아이들이 열심히 참여했다. 실력도 좋고 정직한 아이들이었기에 강사 입장에서 다음 겨울 캠프를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박진이(정발고교 교사)-

▪내가 사용한 꽃은 둥근잎조팝꽃이다. 꽃을 따서 물을 올리고 낱꽃 한 장 한 장을 다듬는다. 건조매트를 이용하여 말린 후 조팝꽃 3송이, 나비 2마리, 고비잎 등을 포장하여 1인용 재료를 준비한다. 시중에서 구입하는 꽃은 색깔이 곱지 않다. 중국산이라서 그런 건 아니겠지만, 선명하지 않고 우중충하다. 또 나비 문양을 만들다 보면 부스러지기 쉽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이 꽃 한 송이를 다룰 때도 아주 조심스러워했다. 완성한 작품은 정말 ‘내가 만든’ ‘나만의 손톱깎이’다. 좋아하는 아이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 -김이숙(플로리스트)-

▪깊이 있는 우주 과학 지식을 전수한다기보다는, 나 스스로 열정을 갖고 전문적 소양을 쌓으려고 노력하였다. 특히 실험과 탐구, 경연을 통하여 이론과 실제를 접목하는 것은 정말 유익했다. 동료 강사와 담임교사들과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배울 수 있었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협력이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 캠프를 통해 우주과학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지고 자신감이 붙었다. 모든 어린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김흥연(서울등서초교 교사)-

▪캠프 기획부터 자료 준비, 강의, 그리고 완성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후속 처리 등으로 힘든 것이 사실이다. 때로는 02시를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여 뭔가를 탐구하고 문의하고 해결하고 제작하고 활용하는 어린이들을 보면서, 나를 채찍질하며 더 열심히 지도했다.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이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할 때, ‘재미있어요’ 하고 웃을 때 내가 행복했다. 잠시나마 무더위를 날려버린 소중한 캠프였다. -김주성(목운중학교 교장)-

▪1기 때는 달이 보였지만 금세 구름 뒤로 숨어버리는 바람에 강당에서 글자찾기로 대체했다. 2기 때는 달도 보이지 않았다. 서실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도 눈으로 보이지 않는 별을 보여주려는 강사들의 마음이 하늘에 닿았을까? 어쩌면 아이들을 대하는 역대급 담임샘들의 따뜻하고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이 이번 캠프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고 본다. -오춘분(전, 구산중학교 교사)-

163명 학생 가운데 1명(6년 조**)이 결석했다.
그리고 1명(4년 지**)이 몸이 안 좋아 하루 먼저 귀가했다.
결석한 학생은 1기에서 2기로 양보한 학생이었고, 조기 퇴소한 학생은 서강초교에서 단 한 명 지원한 과학 꿈나무였다. 아버지 품에 안겨 힘없이 손을 흔들던 민*이가 아련하다. 어여 떨치고 일어나 일상으로 되돌아가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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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학부모님!
그리고 사랑하는 어린이 여러분!

민들레 수업을 할 때 어린이들과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식물은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교재 13쪽에 일부를 언급했지만, 자기애는 물론 우애와 배려가 남다릅니다. 일례로 개나리의 잎은 2장이 마주보고 납니다. 한번은 좌우로 마주하고 한번은 앞뒤로 마주합니다. 이를 십자마주나기라고 합니다. 그것은 햇볕을 골고루 나눠 가지려는 마음 씀씀이에서 비롯됩니다.

밀림에 사는 아이들은 훨씬 더 절박합니다. 그런 이유로 화원에서 쉬이 볼 수 있는 몬스테라 아단소니나 라피도포라의 잎에 난 구멍을 볼 때 절로 고개가 숙어집니다. 이파리에 난 구멍은 곧 아래에서 자라는 형제와 햇볕을 나눠 가지려는 배려심을 드러낸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잎은 곧 평생 밥공장으로서의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식물은 무수히 많은 잎을 냅니다. 따라서 햇잎을 향한 구애는 처절하지만, 머리털처럼 많은 잎 한 장 한 장이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은 눈물겹게 아름답습니다.

그런가 하면 스스로 가지를 잘라내는 자연낙지 현상이나, 나무의 끝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크라운 샤이니스(crown shyness) 현상을 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를 지키기 위하여 상대방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배려심은 곧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를 올곧게 내세울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수업 시간에 서슴없이 말합니다.
『친구를 배려할 줄 모르고 나만 내세우려 하거나, 하물며 친구의 허물을 들춰가며 따돌림을 조장하는 ‘놈’이 있다면 나는 ‘그놈’에게 말한다. ‘그놈’은 분명 개나리만도 못한 ‘놈’이요, 하찮은 풀이나 나무보다 못한 ‘놈’이라고』

8일이 입추, 10일이 말복이었습니다. 폭우와 폭염과 태풍이 몰아쳐도 자연은 제 길을 가고 있습니다. 장미는 붉게 물들고 금불초는 노랗게 수를 놓았습니다.

사흘간의 캠프가 벌써 까마득하고 아련해집니다. 우리 캠프는 말 그대로 빡센 일정입니다. 일어나서 누울 때까지 잠시도 쉴 짬을 주지 않고 휘몰아칠 정도입니다. 고백합니다. 자칫하다가는 느긋한 쉼이 일탈을 부를지도 모른다는 우려 탓입니다. 모든 과정을 수료한 우리 161명의 어린이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 강사들끼리 한 말이지만, 아직도 며칠은 지나야 일상으로 되돌아갈 것 같습니다. 어린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긴 여정이었습니다.
긴장했기에 이겨낼 수 있었지만
손잡아 주고 다독여 주는 동료들과 함께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굳세고 꿋꿋하게, 서로 손잡아 주고 다독이던 우리 어린이들과
한마음으로 여겨보고 응원해 주신 학부모님들 덕에 무탈하게 마쳤습니다.

33명의 지도교사를 대표하여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연이 닿는다면 다음에 다시 만나기를 비손합니다.

                                                           2023년 8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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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서울초중등우주과학교육연구회(회장:안병규 홍대부초 교장)가 주관한 제35회 우주과학영재캠프 제2기(2023,8.7.~9.)를 마치고 참가한 학부모님들께 보낸 후기 전문이다.

본 캠프는 코로나 19로 1년 6개월 동안 중단한 것을 제외하고, 2002년 여름부터 입때까지 20년째 실시하고 있다.

그중에서 35회 캠프는 유난스러웠다.
그것은 2023.06.26.(월) 07시부터 20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고 공지했는데 불과 10여 분 만에 거의 400명 가까이 신청하는 바람에 바로 접수창구를 닫을 수밖에 없었다.

시도 때도 없이 거센 항의가 몰아쳤다. 결국 탈락한 학생을 대상으로 부랴부랴 예정에 없던, 제2기를 개설했다. 하지만, 겉잡을 수 없는 야유와 폄훼까지 이어지던 분위기는 2023년 7월 18일,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일부 학부모님들의 자성과 격려로 분위기는 반전했다.

아무튼, 제1기는 유행하는 열감기 시국에서 결석생 한 명 없이 230명 전원이 참석, 몸이 아파서 먼저 귀가한 학생 한 명을 제외하고 229명이 수료했다.

편집 : 박춘근 객원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박춘근 객원편집위원  keun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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