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그랜드 캐니언, 브라이스 캐니언을 가기 전에 '라스베이거스'에 들른다고 했다. 요새 핫한 '스피어(Sphere)'를 구경한단다. 나는 라스베이거스에 간다면 벨라지오 호텔에 들러 달라고 했다. 벨라지오 호텔에는 '데일 치훌리(Dale Chihuly)'의 유명한 유리공예 작품이 있다. 예전에 사진으로 봤지만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데일 치훌리'는 2021년 9월 몬트리올 미술관 야외 조각공원에서 작품 ‘Sun’으로 만났다. 'Sun'은 유리를 입으로 불어 이글거리는 태양을 표현한 작품이다. 화려한 색과 독특한 모양으로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인상 깊어 '데일 치훌리'의 다른 작품도 보고 싶었다.
치훌리는 유리공예에 관한 한 미국 최고라 인정받는 예술가다.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작품이 'Fiori di Como(코모의 꽃)'다. 그가 1998년 벨라지오 호텔에 장식한 '코모의 꽃'은 세계에서 가장 큰 유리공예 작품이다. 이탈리아 스타일로 건축한 벨라지오 호텔의 컨셉에 맞춰 이탈리아 코모 호수의 이름을 딴 '코모의 꽃'은 56평 넓이에 무수한 꽃을 달았다. 무게만 18톤이라고 한다. 그 무게를 어떻게 지탱하고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작품도 대단하지만, 방대한 작품을 설치한 엔지니어들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형형색색 눈부신 유리 꽃 2,000송이가 천장 가득 활짝 피었다. 고개를 숙이곤 볼 수 없는, 고개를 젖히고 우러러 바라보아야만 볼 수 있는 하늘 정원이다. 유리 천장을 투과하는 자연광에 따라 꽃 색과 형태도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바닷속 해파리 수천 마리가 물속을 뚫고 들어온 햇빛을 받아 여러 가지 색과 형태로 끔벅끔벅 유영하고 있는 모습 같다고 하면 치훌리가 슬퍼할까?
매우 놀랍고 경이로운 작품을 본 순간 '와우'라는 감탄사 외에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 모습에 매료되어 꼼짝 못 하고 사진만 찍어 댈 정도로 그 위용과 화려함은 대단하다. 사진으로는 도저히 담아지지 않는다. 그런데 꽃 색이 너무 찬란해서 오래 보고 있으면 어찔어찔 사람을 홀리는 느낌이라 약간 부담스럽기도 하다. 하긴 미국의 대표적 카지노 호텔에 설치한 것이니만큼, 홀려야 하는 것이 당연한가?
'데일 치훌리'는 1941년 워싱턴주 타코마에서 태어났다. 1960년 워싱턴 대학교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유리를 접한다. 1965년 위스콘신 대학교의 미국 최초 유리 프로그램에 등록하면서 본격적으로 유리공예의 길로 들어선다.
1968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베네치아 유리 공장에서 연수했다. 그곳에서 '유리 불기(blown glass)' 제작팀의 방식을 배워 현재도 그의 작업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유리 불기' 분야에서 순수 예술로서의 유리 공예를 벗어나 다방면으로 유리 공예를 발전시킨다.
하지만 그는 현재 유리를 불지 못한다. 1976년, 치훌리는 영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눈을 실명했다. 1979년 바디서핑 사고로 오른쪽 어깨가 탈구되었다. 더 이상 유리 불기 파이프를 잡을 수 없게 되었지만, 다른 사람들을 고용하여 자신의 작품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치훌리는 세계 곳곳에서 60여 회 전시회를 열었다. 2021년에는 일본에서도 열었으나 한국은 아직이다. 그의 작품은 미국, 캐나다, 영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 400개 이상의 영구 컬렉션에 전시되고 있다. 가장 큰 상설 전시장은 '오클라호마시 미술관'이다. 플로리다주 세인트 피터스 버그의 '모린 아트 센터(Morean Arts Center)'와 워싱턴주 시애틀의 '치훌리 가든 앤 글라스(Chihuly Garden and Glass)'에서도 그의 유리공예 작품들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그의 작품을 보러 시애틀에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호텔 안에서 카지노는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보통 카지노라고 하면 무거운 입구가 있고, 내부는 안내인의 점검에 의해 입구를 통해서만 들어가겠지... 생각할 수도 있는데, 여기 카지노는 그냥 사람들 지나다니는 통로 옆으로 쭉 늘어서 있었다. 돈만 있으면 아무나 할 수 있는 거다.
아이들이 라스베이거스 도박을 한 판 해보고 싶어 했다. 블랙잭을 선택했지만, 우리 누구도 블랙잭을 할 줄 몰랐다. 딜러의 설명을 듣고 100불로 칩 4개를 사서 아이들이 도박에 뛰어들었다.
사위는 그래도 몇 번 돌다 졌다. 딸은 두어 번 만에 졌다. 50불이 5분도 안 돼 날아갔다. 딸이 딜러에게 "왜 당신은 그렇게 운이 좋은가요?"하고 물었다. 딜러는 으쓱하며 우리에게 게임은 그만하고 저기 실내 정원이 아주 예쁘니 가서 구경하라고 했다. 어디서 온 시골뜨기 초자 손님들이 빨리 자리 뜨길 바라는 눈치였다. 기껏 100불어치 칩을 샀으니... 우린 잔챙이 손님인 게지. 다른 돈 많은 손님들을 받고 싶은 게지... 아들도 한 번 해봤으면 했을 텐데... 우리는 상대도 해주지 않는 딜러를 뒤로하고 실내 정원으로 향했다.
실내 정원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Flower Show'였는데... 벨라지오 호텔의 주인이 MGM이라서 그런지 '백설 공주', '호두 깎기 인형' 등을 콘셉으로 잡았다. 우리 취향은 아니어서 사진만 몇 장 찍고 바로 나왔다.
스피어(Sphere) 관람은 다음 편에...
참고 사이트 : 위키 백과. 다음 백과
참고 사이트 : 치훌리 가든 & 글라스 (chihulygardenandglass.com)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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