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4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에서 발언하고 있습니다.
살면서 어떤 사람이 반갑고 기쁘고 또 만나고 싶다면 아마도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긴말이 필요 없고 대화 중에 짜증이 날 일도 없지요.
부정확한 표현임에도 나의 의도를 더 잘 파악해서 대꾸하는 경우도 있고, 오해의 소지는 크겠지만 몸짓이나 눈빛으로 소통하기도 합니다.
경지에 이른 사람끼리는 마음으로 道를 전하니 이심전심(以心傳心)이요, 미소로 그 깨달음을 입증하니 염화시중(拈華示衆)입니다.
세속에 두 발을 담그고 사는 우리야 어찌 그 경지를 논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도를 넘는 불통의 시대가 길어지니 한여름이 오기도 전에 울화에 뒷덜미 부여잡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한동안 ‘동훈서답’이라는 말이 유행하더군요. 누가 무슨 말을 하면 내용이나 의도는 무시하고 오로지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한 꼼수로 꼬투리를 잡거나, 공격하는 한동훈 화법을 일컫습니다. 본인은 그걸 능력으로 생각하고, 일부 추종자는 열광합니다. 무조건 말 많이 하고 큰 목소리로 화를 내면 상대방을 굴복시켰다고 생각하는 떼쟁이 어린아이들 수준이지요.
그런 한동훈도 자기가 모셨던 윤석열이 별거 아님을 눈치챘는지 이제 막가자고 덤빕니다. 윤석열 정도는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더 크고 확실한 무기가 수중에 있다고 확신하는 모양새입니다.
지금 우리는 역대 어떤 정권과도 비교 불가한 막가파식 정권하에 살고 있습니다. 이미 한계상황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전쟁이나 30년 불황의 길로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한 입으로 두말하려면 머뭇거리거나 눈치를 보지요. 하지만 윤석열의 뇌리에는 생각과 양식이 부재합니다.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고함을 지르더니, 특검이 잘못이라고 말을 바꾸고, ‘국민이 다 옳다’고 하더니 언론이 안 알려줘서 무식한 국민이 알아먹지 못한다고 생떼를 씁니다. 일구이언(一口二言)이 몸에 배어있으니 어찌 이부지자(二父之子)라 일컫지 않겠습니까. 부모를 싸잡아 욕보이는 아들 윤석열의 어머니 아버지는 지하에서 얼마나 억울할까요?
윤석열 입장에서 생각해 봅니다. 본인은 얼마나 답답하고 울화가 치밀까? 의지와 상관없이 파블로프의 개처럼 술만 떠올려도 입이 벌어지고, 침이 넘어가고, 행복해지며 다른 사고기능은 작동을 멈추는데 어떻게 하라고? 술이 없는 오전에는 머리 지끈, 위장 꿈틀, 정신 혼미하니 울화만 치솟습니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지요.
국민이 옳다는 그 말은 술에 취했을 때만 옳다는 말이지요. 맨 정신에는 ‘소귀에 경 읽기(牛耳讀經)’이고, ‘말귀에 동쪽 바람(馬耳東風)’입니다.
이제 우리는 아무 소용이 없는 윤석열 귀에 경 읽기(尹耳讀經) 그만하고, 귀가 열려있어 말을 들을 줄 아는, 사람 귀를 가진 대통령이 필요합니다.
편집 : 김동호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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