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작가의 글 어디에선가 읽은 적이 있습니다. 밥을 먹는데 이가 툭 빠져나왔을 때 허탈함과 상실감을 느꼈다며 자조적으로 표현했던 내용입니다. 당시에는 체감하지 못한 먼 이야기였지요. 이가 아프면 치과에 가서 치료하거나 뽑고 임플란트를 한다고 여기지 밥을 먹는데 이가 툭 떨어진다는 상상은 힘들었습니다.
40대에 신경치료를 받고 금니를 몇 개 씌웠습니다. 당시 금니가 50여만 원 하였는데, 새로 교환하거나 임플란트로 바꿀 때 기존 금니를 챙겨주지 않았습니다. 몇 푼 될 것 같지도 않고, 쪼잔하게 보일까 봐 일부러 달라는 말도 못했지요.
그중 금니 하나가 10여 년 지나서 식사 중에 빠져나와 치과에 가서 다시 끼웠습니다. 10여 년이 또 흐르고, 대만 친구들과 미얀마 여행 중 점심식사 도중에 금니가 빠졌습니다. 한 번 경험이 있어 조용히 혀로 밀어 보니 금니가 있던 자리가 허전하더군요. 이가 삭아 잇몸 부분에서 치근만 남기고 바스러진 상태였습니다.
휴지에 싸서 대만에 가지고 왔고, 대만 치과에 가서 남은 치근을 발치하고 한국에 들어가 임플란트를 했습니다. 대만이나 중국에서 치과 치료를 받아봤지만, 한국에 비해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능하면 한국에 가서 치료를 받고, 특히 임플란트는 꼭 한국에서 합니다.
그렇게 미얀마에서 식사 중에 회수한 금니 한 개가 세면대 위 눈에 잘 안 뜨이는 곳에서 몇 년 굴러다녔습니다. 올해 어금니 하나가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10년 넘게 금니를 씌워 사용하던 이가 심하게 흔들리고 아파서 임플란트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발치하고 금니를 거즈에 싼 후 비닐봉지에 포장하여 제게 건네주더군요.
그렇게 올해 초 건네받은 금니와 그동안 굴러다니던 금니를 가지고 한국에 들어갔습니다. 과거에 구두닦이 부스나 금은방에서 본 ‘금니 삽니다’란 팻말이 떠올라 팔아볼 생각이었습니다. 요사이 금값도 천정부지로 올랐다는 생각이 들어 좀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도 있지 않겠느냔 생각이 들어 찾아봤습니다.
인터넷에 금니를 쳤더니 관련 글들이 많이 떴습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사자성어 중에 삼고초려(三顧草廬)가 있지요. 유비가 제갈공명을 얻고자 초옥을 세 번이나 찾았다는 고사. 고사성어는 아니지만 대만에서 마치 속담처럼 쓰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물건을 살 때, 세 곳을 찾아 가격을 흥정하면 손해 볼 일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어 원문은 생각나지 않아 의미만 적습니다.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구두닦이 부스나 금은방에 가면 형편없는 가격을 제시한다고 합니다. 그들도 모집책에 넘겨야하므로 거간비가 들어감이 마땅하지요.
큰돈은 아니지만 한 곳에만 알아보고 결정하면 아쉬움이 남을 듯하여 두 곳과 연락을 취했습니다.
먼저 금니메이트란 곳과 통화하고 필요한 사진을 찍어 보냈더니 답신이 왔습니다.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간단명료하고 신뢰할 만했습니다.
위 업체로부터 답신과 안내문을 받고, 찾았던 다른 업체에도 사진을 보내고 질문했습니다. 자기들은 직접 방문해서 현금을 주겠다고 합니다. 고맙긴 하지만 교통비도 만만치 않고, 시간 들여왔는데 얼마나 받을지도 모르는 돈이 마음에 안 든다고 그냥 돌려보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예상가격과 비슷하면 팔겠지만 큰 차이가 나면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생길까봐 근거자료로 삼으려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 업체는 그 후에 답신이 없었습니다. 아마 제 글에 마음이 상했거나 제수없는 인간 만났다고 여겼는지 2~3일 기다리다 처음 연락했던 업체에 우편으로 보냈습니다.
우체국 택배에서 발송완료 문자를 받고, 당일 저녁에 위와 같은 사진과 문자를 받았습니다.
한 줌 권력과 술에 취해 불신과 몰상식 그리고 사기만 판치는 대한민국에서 이미 내손을 떠난 금붙이가 꽃이 되어 제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작은 의심과 불안이 못나게 느껴져 바로 고맙다고 답장을 보냈고, 몇 분 후에 입금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은 왕후장상이나 권력자들의 나라가 아니라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우리들이 살아야할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더욱 번창하길 기원합니다.
편집 : 김동호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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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한 정보를 재미있게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