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카렌코와 페스탈로치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관계자들이 지난해 7월 3월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 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에 반대하며 청소년 인권 확장을 요구하고 있다.(출처 : 글과 사진 한겨레 김정효 기자) <유엔인권이사회>조차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을 보이는 윤석열 정권의 행태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가 존재함을 전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관계자들이 지난해 7월 3월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 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에 반대하며 청소년 인권 확장을 요구하고 있다.(출처 : 글과 사진 한겨레 김정효 기자) <유엔인권이사회>조차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을 보이는 윤석열 정권의 행태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가 존재함을 전했다.

학창 시절 맞은 기억이 많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꿀밤을 맞거나 슬리퍼로 뺨을 맞았다. 중학교 시절엔 학우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야단을 맞았다. 고교 시절엔 운동장을 오리걸음으로 걷고 대걸레 자루로 풀 스윙을 당하기도 했다. 20대 학창 시절과 군 시절도 마찬가지다. 경찰서에 연행돼서 맞거나 군대에서 얼차려를 받았다. 가장 흔한 얼차려가 ‘대가리 박아!’, 아니 그냥 ‘박아!’였다. 60~80년대 그 시절은 한국 사회 일상에서 폭력이 난무한 사회였다.

최초 서울 진보교육감 곽노현 교수(출처 : 김진수 한겨레 기자). 곽노현 교육감은 공정택에 이어 민선 2기 교육감으로 학생 체벌금지, 두발단속 금지, 강제 자율학습 금지 등 학생인권 신장에 지대한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곽노현 교육감 시절 2012년서울시 의회에서 통과된 <학생인권조례>는 2024년 국민의 힘 의원이 다수인 서울시 의회에서 폐지됐다. 학생인권과 교사인권은 충돌하지 않음에도 윤석열 정권 교육부 관료, 수구정치인들과 수구언론들은 그런 프레임을 씌웠다.
최초 서울 진보교육감 곽노현 교수(출처 : 김진수 한겨레 기자). 곽노현 교육감은 공정택에 이어 민선 2기 교육감으로 학생 체벌금지, 두발단속 금지, 강제 자율학습 금지 등 학생인권 신장에 지대한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곽노현 교육감 시절 2012년서울시 의회에서 통과된 <학생인권조례>는 2024년 국민의 힘 의원이 다수인 서울시 의회에서 폐지됐다. 학생인권과 교사인권은 충돌하지 않음에도 윤석열 정권 교육부 관료, 수구정치인들과 수구언론들은 그런 프레임을 씌웠다.

그러나 87년 6월 시민 항쟁 이후, 인권이 크게 진전됐다. 교도소와 군대는 물론이고 학교 사회도 인권이 조금씩 개선됐다. 적어도 공립학교에선 2010년 곽노현 진보 교육감 당선 이후, 학교 사회에서 체벌이 완전히 사라졌다. 

지난 해 서이초 교사 비극 이후, 국회 앞 대로에서 교권 보호 입법을 촉구하는 집회 장면(출처 : 하성환)
지난 해 서이초 교사 비극 이후, 국회 앞 대로에서 교권 보호 입법을 촉구하는 집회 장면(출처 : 하성환)

오히려 지금은 교사가 학생이나 학부모 폭력에 적잖이 노출되는 현실이다. 거기엔 2014년 시행된 「아동학대처벌법」 독소조항(제10조 1항)이 크게 작용한 탓이다. 학대 범죄로 “의심이 있는 경우” 교사 누구나 신고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7월 서이초 교사 비극 이후, 교권보호 입법을 촉구하는 여의도 교사집회 장면(출처 : 하성환)
지난 해 7월 서이초 교사 비극 이후, 교권보호 입법을 촉구하는 여의도 교사집회 장면(출처 : 하성환)

신고 대상으로 전락하는 순간, 해당 교사는 직위해제를 당하거나 신분상 불안정 상태에 처하게 된다. 지난해 서이초 교사 비극 이후, 집회에서 적지 않은 교사들이 울분에 찬 목소리로 절규한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 해 7월 서이초 교사 비극 이후, 교권보호 입법을 촉구하는 여의도 교사집회 장면(출처 : 하성환)<죽지 말고 살아가자 손을 잡고 연대하자>는 문구가 학교현장의 절박함, 절실함이 담긴 것임에도 마음 속에서 슬픔이 일어난다.
지난 해 7월 서이초 교사 비극 이후, 교권보호 입법을 촉구하는 여의도 교사집회 장면(출처 : 하성환)<죽지 말고 살아가자 손을 잡고 연대하자>는 문구가 학교현장의 절박함, 절실함이 담긴 것임에도 마음 속에서 슬픔이 일어난다.

그러나 50도에 이르는 그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 속에서 수십만 교사들이 한목소리로 촉구했음에도 그 독소조항은 건재하다. 따라서 오늘날 교사 신분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이다. 22대 국회에선 「아동학대처벌법」 독소조항(제10조 1항) 중 그 문구(“의심이 있는 경우”)를 삭제해야 마땅하다.

그러함에도 예나 지금이나 좋은 선생님은 과연 어떤 분일까? 아이들에게 친절하며 친구 같은 교사일까? 아니면 아이들에게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지성미 넘치는 교사일까? 또는 교수-학습 과정에서 아이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잘해주는 배려심 깊은 교사일까? 그것도 아니면 아이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아이의 성장에 관심을 주는 따뜻한 교사일까? 그 모든 걸 떠나서 한국 사회는 학벌주의 사회가 공고한 만큼, 세칭 명문대를 쑥쑥 잘 보내는 학습과 진학 코칭의 달인인 교사일까?

일상에서 아이들에게 친절하되 동시에 인격에 감화를 주는 교사는 분명 훌륭한 교육자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삶의 나침반까지는 아니더라도 삶의 지향점 또는 가치관(세계관)을 내면에 각인시키는 교사는 성숙한 인간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훌륭한 교사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온몸으로 실천하며 일상에서 그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교사가 아닐까? 싶다.

그것을 대표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러시아 교육자이자 교육학자, 안톤 마카렌코를 들 수 있다. 그는 1905년 러시아 혁명 당시, 자신이 가르치던 철도학교 학생들과 함께 혁명 대열에 참여한 인물로 과거 소비에트에서 가장 훌륭한 교사이자 대표적인 교육학자이다.(교사양성연구회, 『근대교육사』, 1962)

그는 막심 고리키의 사회주의적 휴머니즘을 받아들여 1920년 혁명 직후, 10대 부랑아나 불량청소년 120명을 거두어 집단 노동교육 공간인 ‘고리키 노동촌’을 건설했다. 그는 ‘고리키 노동촌’ 청소년의 내면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파악하며 교육활동에 임했다. ‘고리키 노동촌’은 러시아 역사상 최초의 집단교육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Zajda 씀, 김동규 옮김, 『소련의 학교교육』, 1984)

서울여고 본관 로비 벽면에 걸린 액자(출처 : 하성환)
서울여고 본관 로비 벽면에 걸린 액자(출처 : 하성환)

올해 계약직 시간강사로 나가는 서울여고 본관 벽에 걸린 액자엔 최고의 교사, 곧 ‘스승’을 “아이에게 감화를 주는” 교사로 꼽고 있다. 설명을 잘하여 아이들에게 지적 성장을 꾀하고 모범을 보이는 우수한 교사를 넘어서서 “아이에게 감화를 주는” 교사를 제1의 교사상(‘스승’)으로 제시한다. 역사 속 아이들에게 감화를 주는 교사로 우리들은 보통 페스탈로치를 떠올린다.

그는 교육을 통해 인간을 구원하고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었던 교육자이다.(김정환, 『교육의 철학과 과제』, 1974) 그는 당대 상류증 자녀 중심 교육에서 민중 자녀 중심 교육으로, 그리고 암기 중심 교육에서 어린이의 생활과 경험을 중시하는 교육으로, 나아가 학교 교육 중심에서 어머니가 하는 가정교육, 사회교육, 민중교육으로 교육의 방향을 180도 바꾼 인물이다. 18-19세기초 당대 교육 모순이나 낡은 교육 질서와 맞서 싸우며 학교에서 쫓겨나기도 했지만, 그는 「스위스 교육협회」(1808)를 창시해 오늘날 ‘스위스 교원노조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다.(김정환, 『전인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1997)

통상 그를 스위스 혁명 와중에 고아가 된 아이들을 거두어 돌본 성자, 바로 ‘사랑의 교사’이자 ‘거지의 교사’로 부른다. 그러나 페스탈로치는 박애를 실천한 교사상에 머물지 않았다. 그것은 분단사회가 초래한 지식의 왜곡이다. 왜냐하면 페스탈로치는 교육사에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불러온 문제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역사의 진실이다.

그는 루소의 교육사상에 심취해 목적적 존재로서 아이들 인격을 존중하며 자신의 교육철학을 학교 현장에 접목해 실천했던 인물이다. 특히 노작교육을 통해 노동이 세계를 인식하는 기초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한 교육자이다. 페스탈로치 제자이자 유아학교(유치원) 창시자(?)로 불리는 프뢰벨을 비롯해 유럽 각국에서, 그리고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 교육자, 교육학자들이 견학 온 이유이다. 그런 점에서 페스탈로치 연구의 권위자, 고 김정환 교수(고려대 교육학)는 페스탈로치를 시대의 낡은 질서와 맞서 싸운 불온한 교육자, 바로 “전투적인 교사상”의 전형으로 규정했다.(김정환, 『인간화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1995)

강서구 관내 등촌초등학교 입구 길가에 내걸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펼침막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출처 : 하성환)
강서구 관내 등촌초등학교 입구 길가에 내걸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펼침막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출처 : 하성환)

30년 교직 생활을 마무리한 퇴직 교사로서 생각하기에 ‘좋은 선생님’은 아마도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발견하도록 돕고, 나아가 아이마다 고유한 자신의 꿈을 가꾸어 가도록 돕는 교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꿈이 있을 때 아이들은 힘든 상황도 스스로 이겨내고 저마다 행복한 얼굴을 하는 걸 가끔 목격한 적이 있다. 교육이란 결국 ‘행복한 인간’을 길러내는 사회 과정이기 때문이다.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

하성환 편집위원  ethics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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