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이초 교사 1주기를 앞두고

지난해 서이초 교사 비극을 접했을 때 그 선생님이 생각났습니다. 서이초 교사 비극 이전에도 볼썽사나운 부모들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그 선생님은 아이들 인격을 존중하며 그윽한 눈빛으로 아이들 내면을 바라보았던 분입니다. 학교 사회 부당한 관행에 언제나 맞섰고 아이들이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긴 호흡으로 기다렸던 분입니다. 학교 변화뿐만 아니라 우리 교육이 근본에서 변화하기를 갈망했기에 교육 운동에도 관심과 열정을 놓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 선생님은 교사로서 살아가는 삶 자체가 운동의 연속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동료 교사들에게도 배우지만 아이들을 통해서도 교사는 자기 성장을 합니다. 그런 경험은 무수히 많습니다. 어떤 학생은 너무도 인품이 훌륭해서 교사인 저를 절로 흐뭇하게 합니다. 대체 어떤 부모님과 더불어 생활했기에 저렇게 아름다운 덕성을 지녔을까 하고 내심 부모님을 뵙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학생은 사회학을 전공한 뒤 현재 생명을 살리는 공익 활동에 몸담고 있습니다.

2014년 전후 일본군 위안부 수요 집회 당시 옛 일본 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여의도고 NGO 동아리 학생들이 손수 제작한 피켓을 들고 시위 중이다.(출처 : 하성환) 제일 왼쪽 학생이 대학시절 외국인 이주 노동자를 비롯해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NGO 활동을 했던 학생이고 그 옆에 있는 학생은 생명을 살리는 공익활동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학생이다. 그 옆에 있는 학생들 모두 인품이 훌륭해 감동을 준 학생들이다. 
2014년 전후 일본군 위안부 수요 집회 당시 옛 일본 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여의도고 NGO 동아리 학생들이 손수 제작한 피켓을 들고 시위 중이다.(출처 : 하성환) 제일 왼쪽 학생이 대학시절 외국인 이주 노동자를 비롯해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NGO 활동을 했던 학생이고 그 옆에 있는 학생은 생명을 살리는 공익활동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학생이다. 그 옆에 있는 학생들 모두 인품이 훌륭해 감동을 준 학생들이다. 

또 다른 학생은 대학 시절 ‘남북 어린이 어깨동무’ NGO 활동을 했던 좋은 은사를 만나서 외국인 이주 노동자를 위한 NGO 활동에 열정을 쏟았습니다.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몸이 망가질 정도로 일하다가 젊은 날 병상 신세를 졌던 적도 있습니다. 글쓴이는 바쁘다는 핑계로 병상 위문조차 가보질 못했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 적잖이 미안한 마음만 남아 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신문사 사회부 기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고 비판하며 우리 사회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리라 확신합니다.

제가 오늘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그 선생님은 저에게 아이들을 대하는 교사의 자세를 말없이 가르쳐준 분입니다. 언젠가 학교에서 선도위원회(옛 징계위원회)가 열렸던 적이 있습니다. 해당 학급 담임 교사가 징계를 요청했고 그 담임 교사 바람대로 그 학생은 퇴학 처분을 당했습니다. 그 학생의 내면을 읽지 못한 채, 사무적으로만 대하며 징계를 원했던 그 담임 교사는 학생과 관계 맺기보다 관계 끊기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속으로 그 정도 일로 퇴학 처분을 하다니 놀라워하면서도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그 선생님은 퇴학 처분 소식을 듣고 그날 여의도 한강 변을 거닐면서 마음을 추스르며 울었다고 했습니다.

자기 학급 학생도 아닌데, 퇴근 후, 해야 할 집안일도 많을 텐데, 아니 다른 할 일도 많았을 텐데 퇴근 후 늦도록 마음을 추스르며 한강 변을 거닐었다는 그 말에 저는 교사로서 그 선생님을 높게 보았습니다. ‘아! 교사는 저렇게 아이들을 사랑해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진심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아이들 성장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지난날들이 부끄러웠습니다. 그 사건 이후 ‘교사란 무엇인가?’, ‘교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두고 곰곰이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답이 없는 물음이지만 아이들을 관행처럼 징계하고 습관처럼 대했던 지난날을 성찰하게 해주었습니다.

지난해 7월 18일 서이초 교사 비극 직후 정부종합청사 뒷편 공간에서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아스팔트 위에 연좌한 채, <교사의 교육권을 법으로 보호할 것>을 촉구하는 3차 교사집회 장면(출처 : 하성환) 연좌 시위하는 교사들 모습이 사직터널 가는 방향으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다. 그 모습은 교사들이 학교현장에서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마디로 서이초 교사 비극은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 시행 이후, 교사의 교육권이 얼마나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지난해 7월 18일 서이초 교사 비극 직후 정부종합청사 뒷편 공간에서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아스팔트 위에 연좌한 채, <교사의 교육권을 법으로 보호할 것>을 촉구하는 3차 교사집회 장면(출처 : 하성환) 연좌 시위하는 교사들 모습이 사직터널 가는 방향으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다. 그 모습은 교사들이 학교현장에서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마디로 서이초 교사 비극은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 시행 이후, 교사의 교육권이 얼마나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그런데 다른 학교로 떠난 뒤에 그 선생님 소식을 전해 듣고 놀랐습니다. 어떤 무지막지한 학부모를 만나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휩싸였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병가에, 연이어 질병 휴직을 내고 몇 년 동안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저는 한두 번 연락을 취한 뒤에 연락이 닿지 않자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지냈습니다. 그러다 서이초 교사 사건을 접한 뒤에 다시 그 선생님을 떠올렸습니다.

2023년 7월 18일 강남구 서이초등학교 스물네 살 2년 차 선생님이 교실 옆 교수-학습자료 준비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발생했다. 서이초 비극 이후, 폭염 속 50도가 넘는 아스팔트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그리고 비가 내리는 우천 속에서도 연인원 75만 명에 이르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교사 집회가 열렸다. 청계천 변에서 교육권의 기본 중 기본인 <생활지도권 보장>을 촉구하는 팻말을 든 선생님들 모습(출처 : 하성환)
2023년 7월 18일 강남구 서이초등학교 스물네 살 2년 차 선생님이 교실 옆 교수-학습자료 준비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발생했다. 서이초 비극 이후, 폭염 속 50도가 넘는 아스팔트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그리고 비가 내리는 우천 속에서도 연인원 75만 명에 이르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교사 집회가 열렸다. 청계천 변에서 교육권의 기본 중 기본인 <생활지도권 보장>을 촉구하는 팻말을 든 선생님들 모습(출처 : 하성환)

교사를 무릎 꿇리거나 인간의 존엄을 무질러버리는 못된 부모들을 적잖이 목격했습니다. 그에 버금가는 아니, 그 이상의 부모들 횡포에 맞서 고난의 시간을 잘 이겨냈으리라 믿고 싶습니다. 삭막한 사회, 아이들을 사랑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밤하늘 별처럼 빛났던 그 선생님이 보고 싶습니다. 모욕적인 현실에 고립되거나 굴하지 않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환한 모습으로 우뚝 서길 기원합니다.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

하성환 편집위원  ethics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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