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힐로 주변 구경하기 2 .
- 와이에일 폭포(Wai'ale Falls)와 카우마나 동굴(Kaumana Cave)

< 와이에일 폭포(Wai'ale Falls)>

와이에일 폭포는 레인보우 폭포와 보일링 팟보다 상류 쪽에 있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에서도 볼 수 있는 폭포다. 폭포를 지나 약 500m 트레일도 있다.  

 ▲ 다리에서 찍은 와이에일 폭포
 ▲ 다리에서 찍은 와이에일 폭포

짧은 트레일이니 그리 위험하지 않겠지... 생각하고 폭포를 향해 길을 따라 올라갔다. 길이 좋지 않았다. 미끌미끌한 흙길이었고 덤불이 길을 덮고 있었다. 어떤 길은 절벽 가장자리를 따라 좁게 이어져 있었다. 절벽 길이 위험했던지 사람들이 신을 벗고 강을 건너고 있었다.

▲ 가까이 가 본 와이에일 폭포
▲ 가까이 가 본 와이에일 폭포

폭포 아래 웅덩이 한가운데 자갈 돌섬이 있었다. 돌섬에 그늘막을 치고 아이들과 물놀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돌섬을 향해 물을 건너는 가족들도 있었다. 날씨가 점점 끄물끄물해지고 있었는데 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산행 경험이 많은 남편은 당장은 돌섬이 안전한 것처럼 보여도 저런 계곡에 폭우가 온다면 순식간에 돌섬 주변으로 물이 불어 돌섬에 있던 사람들은 빠져나오지 못해 고립되기 아주 쉬운 곳이라고 했다. 

 ▲ 와이에일 폭포 입구 경고판
 ▲ 와이에일 폭포 입구 경고판

폭포로 가는 입구에 '위험. No 다이빙, 수영, 강건너기'라는 경고판이 있었다. 반항하는 자들이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여놓았지만, 위험하다는 경고는 분명했다. 우리는 경고판 문구를 생각하고 즉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자료에 의하면 와이에일 폭포는 그 아래에 크고 깊은 물웅덩이가 있다. 사람이 없어 한적하게 수영을 즐길 수 있고, 절벽 점프도 할 수 있는 빅아일랜드의 진정한 보석이라고 한다. 하지만 관리와 통제 요원이 전혀 없다. 당연히 인명구조요원도 없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 레인보우 폭포나 보일링 팟과는 안전관리 차원이 다르다. 아름다운 폭포에서 수영을 즐길 권리는 있지만 스스로 위험을 인정하고 즐겨야 하는 권리다. 많은 사람들이 이 강에서 수영하다가 돌발 홍수로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는데..... 와일루쿠 강이 왜 '파괴의 강'으로 불리고 있는지도.... 자연 앞에선 누구나 겸손해야 하는데....  

<카우마나 동굴(Kaumana Cave)>

와일루쿠 강의 와이에일 폭포에서 차로 8분 거리에 카우마나 동굴이 있다. 이렇게 가깝지만, 신기하게도 이 동굴은 와일루쿠 강과 관련이 없다. 와일루쿠 강은 최소 10,000년 전 마우나 케아 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만들었지만, 카우마나 동굴은 약 12,000년 후 마우나 로아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만들었다. 

▲ 빨간 선이 마우나 케아에서 나온 용암이 와일루쿠 강을 형성한 길, 파란 선이 카우마나 동굴 형성 길
▲ 빨간 선이 마우나 케아에서 나온 용암이 와일루쿠 강을 형성한 길, 파란 선이 카우마나 동굴 형성 길

그래서 카우마나 동굴은 하와이에서 가장 젊은 용암 동굴 중 하나다. 1880년대 후반, 마우나 로아에서 화산 활동이 증가했다. 카우마나 동굴은 당시 화산 폭발이 끝나고 흘러나온 용암이 몇 주 동안 흐르다 바다를 만나면서 멈춘 후 만들어진 용암 동굴이다. 탐험할 수 있는 동굴의 총 길이는 약 2km로 상당히 긴 용암 동굴에 속한다. 

카우마나 동굴을 형성한 용암은 거의 40km를 지하로 이동했다. 어떤 구역은 버스가 지나갈 수 있을 만큼 넓지만, 대부분은 산에서 내려오는 빗물에 잠겨 접근할 수 없다. 

▲ 안내판에 경고 글이 가득하다. 
▲ 안내판에 경고 글이 가득하다. 

이 안내판에는 무서운 경고가 쓰여있다.

이 동굴은 사유지와 공원 간 경계가 분명치 않다. 허락 없이 사유지에 들어가면 법에 저촉된다. 동굴은 본질적으로 위험하지만 들어가는 것을 제한하진 않는다. 

- 바닥은 젖었고, 미끄럽고, 단단하지 않고, 고르지 않고, 불안정하다.
- 완전히 깜깜하며 빛은 아주 낮은 수준이다.
- 낮은 천장으로 인해 머리를 크게 다칠 수 있다.
- 돌발홍수의 위험이 있지만 미리 경고는 없다.
- 탐험 길은 복잡하고 길 표시가 완전하지 않다.
- 바위 표면이 날카롭고 들쑥날쑥하며 낙석과 천장 붕괴가 있다.
 

특히 지진이 활성화되어 있을 때는 이 위험성은 모두 증가한다. 하와이 카운티는 이 동굴의 안정성이나 적합성을 보증하지 않는다. 이 경고를 보고도 동굴에 들어가는 것은 하와이 카운티가 보호해줄 수 있는 당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뭐지? 개방한 걸 보면 들어가 보라는 건데... 경고판을 보면 '들어가면 다친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조심해서 들어가 보라는 거겠지. ..  

▲ 왼쪽 동굴로 들어가는 입구.
▲ 왼쪽 동굴로 들어가는 입구.

수십 년 전 동굴 천장 일부가 무너져 입구 두 개가 생겼다. 왼쪽 동굴의 입구 바위는 이끼와 다양한 덩굴과 잎이 넓은 덤불 나무로 뒤덮인 채  흠뻑 젖어 있었다. 제 색을 감춘 동굴 입구로 들어가는 길은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처럼 신비했다. 곰이 겨울잠을 자야 어울릴 것 같은... 앞이 보이지 않는 동굴 저 안에는 무엇이 숨어 있을까? 

▲ 왼쪽 동굴 안에서 쭈그리고 앉아...
▲ 왼쪽 동굴 안에서 쭈그리고 앉아...

왼쪽 동굴은 입구가 매우 작고 낮으며 탐험 거리도 짧았다. 입구에서 아주 멀리까지 가진 않는다. 하지만 수그리고 가거나, 바위를 기어오르거나, 용암 측면에 붙어서 걸어야 하는 길이 있다. 동굴은 무너진 바위로 막혀 짧게 끝나지만, 아무래도 헤드랜턴이 있어야 맘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  

▲  오른쪽 동굴 입구, 왼쪽에 비해 높이와 넓이가 있다.
▲  오른쪽 동굴 입구, 왼쪽에 비해 높이와 넓이가 있다.

오른쪽 동굴은 왼쪽 동굴에 비해 훨씬 널찍하고 높지만, 어둡고 칙칙한 것은 같다. 어떤 인위적조명이 없는 완전한 어둠으로 싸인 길을 우리 앞에 온 팀들은 휴대전화 손전등을 켜고, 별 장비도 없이 들어갔다. 하지만 금방 보이지 않았다. 길이 지그재그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 동굴 천장에서 내려온 이상한 덩굴손이 커튼을 만들었다.
▲ 동굴 천장에서 내려온 이상한 덩굴손이 커튼을 만들었다.

동굴 천장에서 이상한 덩굴손 같은 뿌리인지 줄기인지가 내려와 주황색 커튼을 만들었다. 구멍 많은 용암 위에서 자라는 나무뿌리가 내려온 것일까? 아니면 영화 <반지의 제왕>의 캐릭터처럼 나무 수염이 내려온 것일까? 아니면 소나무에 기생해서 자라서 '소나무겨우살이'라고 불리는 '송라' 같은 지의류의 일종일까? 이런 지의류는 나무만이 아니라 바위에 붙어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주렁주렁 자라기도 한다는데...  아니면 석회동굴에서 만날 수 있는 종유관이 실 형태로 변형된 것일까? 이 희한한 생명체(?)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자료를 찾지 못했다. 무척 궁금하다. 

동굴 위 지상 바위에서 자라는 무엇이 뚫고 내려온 것 같아 지상과의 두께가 가비얍게 느껴졌다. 그래서 훅 무너지기도 하는가 보다.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라 그런지 모든 것에 스며 떨어지는 물방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차갑고 축축한 공기가 훅 들어왔다. 좀 으스스한 느낌이다.

▲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만나는 오른쪽 동굴 입구에서 아이들이 의논하고 있다.
▲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만나는 오른쪽 동굴 입구에서 아이들이 의논하고 있다.

아이들이 오른쪽 동굴 입구에서 동굴 탐험을 할까 말까 의논했다. 나는 심한 복시라 어두운 곳에서는 바닥이 더 안 보여 잘 넘어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포기했다. 남편도 나와 있어 준다고 포기했다. '너희들은 다녀오라'고 했는데... 아이들은 가지 않는 쪽을 택했다. 휴대전화 손전등을 비추면서 갈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안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했겠지... 아이들이 호기심보다는 안전을 우선시했던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좀 미안했다. 나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해서... 덜 미안하게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갔다 왔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남편은 아이들이 무서워서 안 간 것이라며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나를 위로했다. 

▲ 오른쪽 동굴입구를 나오면서 
▲ 오른쪽 동굴입구를 나오면서 

어둠에 싸인 동굴을 보고 있다가 돌아가기로 해서 뒤로 돌자 갑자기 광명이 비추는 것 같았다. 빛이 나무 줄기를 타고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입구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과 따뜻한 빛을 만나니…. 돌아 나온 아이들에게 고마웠다. 아이들이 탐험을 결정했다면 돌아올 때까지 마음 졸였을 거다. 

안내판에서 경고한 바와 같이 카우마나 동굴은 안전한 곳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동굴이 부분적 붕괴로 인한 낙석으로 폐쇄되었다가 올 1월 재개방되었다. 사망 사고도 있었다. 카우마나 동굴에서 일어난 사고는 아니지만 같은 용암 동굴에서 일어났다. 2019년 11월 카우마나 동굴이 형성된 용암이 흘러간 곳을 사유지로 갖고 있는 한 사람이 정원을 손질하다 지반이 무너져 약 7m 아래 용암 동굴로 떨어져 사망했다.

하지만 이튿날 화산공원의 용암 동굴을 가보고 나니, 빅아일랜드에서 '동굴 탐험'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진짜는 이곳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설프게 갈 수 있는 곳은 절대 아니다. 심각한 부상이나 생명도 앗아갈 수 있는 '알 수 없는 위험'을 간직한 동굴이기에, 탐험하고 싶은 여행자들은 반드시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 발목까지 오는 트레킹 신발, 두꺼운 모자나 안전모, 물, 헤드랜턴 1개 이상, 긴 웃옷과 바지, 방수 재킷은 필수다. 그리고 혼자가 아닌 친구나 가족과 함께라면 낯설고 험한 동굴 탐험을 즐길 수 있으리라 본다. 단 날씨 확인과 조심조심은 필수!!!

▲ 동굴 입구 주차장에서 만난 야생 닭
▲ 동굴 입구 주차장에서 만난 야생 닭

반얀트리 언덕에서도 만났지만, 이런 야생 닭들이 와일루쿠 강 주변에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막 걸어 다닌다. 집에서 키우면서 풀어놓은 닭은 아니지 싶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먹이 구걸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는 닭이 고고해 보인다. 검정 몸털을 살짝 덮고 있는 황금빛 털 빛깔도 너무 곱고 벼슬도 멋지다. 서 있는 발의 각도도 탄탄하다. 마치 당당한 닭 모델이 서 있는 것 같다. 부디 사람에게 잡아먹히지 말고, 차에 치이지 않고, 야생에서 자유롭게 살다 제 수명 다 채우길...

<힐로 파머스 마켓>

구경을 마치고 차로 10분 거리 힐로 중심가에 있는 '힐로 파머스 마켓'에 갔다. 힐로 파머스 마켓은 힐로에서 가장 신선하고 저렴한 상품을 파는 시장 중 하나라고 한다. 200개가 넘는 상점에서 수공예품, 현지 티셔츠, 열대 의류, 현지 재배 커피, 열대 과일, 마카다미아, 채소, 잼, 빵, 떡 등을 판다.

신기한 것이 떡이었다. 우리 약식과 거의 같은 설탕과 간장(?)을 섞어 만든 찹쌀떡도 있었고, 버터로 버무린 찹쌀을 큰 잎에 싸서 찐 떡도 있었다. 사탕수수 농장에 일하러 온 아시아인들이 전한 음식이 아닐까 싶었다. 여러 종류의 떡과 빵을 사서 과일과 커피와 함께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먹었다. 뭔가 시골 오일장에 놀러 간 것 같이 소박하고 구수했다. 이렇게 쉽고 편하게 점심을 해결하다니.. 완전 시간 절약했다~~~ ^^  

▲ 힐로 파머스 마켓에서 산 과일 파파야, 바나나, 용과와 가지, 떡, 빵, 음료 등  
▲ 힐로 파머스 마켓에서 산 과일 파파야, 바나나, 용과와 가지, 떡, 빵, 음료 등  

한국 와서 제일 생각나는 하와이 먹거리가 과일 파파야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하와이 파파야의 95%가 빅아일랜드에서 난다고 한다. 제철 제고장 과일이다. 빅아일랜드 가시는 분은 파파야 실컷 드시라고 권하고 싶다. 그런데 껍질이 너무 노란 것은 사지 마시길... 잘 익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속이 너무 익어 물커덩하다. 껍질이 파란 것도 속은 맛나게 잘 익었다. 

 힐로 북쪽의 '아카카 폭포'와 '오노메아' 트레일은 다음 편에...

참고 사이트 : 위키백과
참고 사이트 : https://www.gohawaii.com/
참고 기사 : Kaumana Cave Closed After Partial Collapse
참고 기사 : Popular Hawaii cave set to reopen after lengthy repairs
참고 기사 : A man dies in Hawaii after falling into a lava tube in his yard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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