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박해명님과 아드님 박정주님, 부자의 문예작품 !
<여순항쟁 서울유족회 박정주님댁 부자父子의 문예 작품들!!>
여순 항쟁 때 희생 당하신 고 박해명님이 생전에 남기셨던 문집을 이곳에 올리고 발표하여 억울하게 가신 고인의 넋을 위로하고 늦게나마 명복을 빕니다.
또 그 유일한 혈족이신 외동아들, 80세를 바라보는 박정주님이 유달리 한시 짓기를 좋아하시고 문예와 서예에 힘쓰시니 억울하게 돌아가신 부친의 명민함을 닮으신 것이 아닌가 하여 이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합니다.
또한 몹쓸 죄명으로 선친을 잃으시어 더구나 열악하고 쓰라리고 굴곡진 삶의 벼랑을 걸어오신 것을 만인이 위로하여 용서할 수 없는 공권력이 저지른 역사의 해악을 세상에 낱낱이 고발하며 100년이 지나지 않은 역사이지만 그 시대 인민들의 습속이나 생각들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하는 의미를 담아봅니다.
1) 고 박해명님 편
아래 사진들은 신고 내역서와 고 박해명님이 남기진 문집으로 한시와 손수 그리신 그림들입니다.
운문편
2) 아들 박정주님(유족)의 문예 작품
(白雪)
地皇帝逝去爲離=지황제서거리위
山川草木喪服衣=산천초목상복의
弘野弔衣待具禮=홍야조의대구례
日任弔問禮具來=일임조문례구내
草家簷淚以爲淚=초가첨루이위루
天皇帝淚哭天動=천황제루곡천동
(백설)
지황제가 서거하셨는지 산천초목이
상복을 입고 초가지붕과 나무마다
넓은 들판도 조의를 갖추고 있으며
해님이 조문을 오니 집 처마 나무잎도
슬퍼서 눈물을 뚝 뚝 흘리고 있어
천 황제 슬픔을 못 참고 천둥을 친다
(계당산)
봉우리에 무지갯빛 영롱하고
지금도 옛 모습 어머니 품 같은 곳
도토리나무 아래 꿩이 알을 품고 아이를
기다리는 마음 믿음직하고 편안한 모습
안개 속에서 꽃뱀조차 친근하게 키워주고
향기가 절로 나는 마냥 즐거웠다
봄이 오면 더덕 딱주를 캐서 먹었던 기억들
언제라도 그곳으로 가면
모든 것을 내어 줄 것 같은 시간들
고사리 취나물 캐던 시절 지금도 생각나는
어머니 젖가슴같이 편안하게 내 마음 품어주던 곳
(霖雨絶韻)
림우절음
雲不肯收碧滿天山村難辨合生烟聊識田家連雨若
운불긍수벽만천산촌난변합생연료식전가연우약
待晴經事似經年
대청경사사경년
(光山懷古)
광산회고
偶然懷古 倚董門 皇華樓孤 尙有村 百巧雲 張時幻態
우연회고 의동문 황화루고 상유촌 백교운 장시환태
万燈星列夜無昏人情未展前朝恨墟堞猶存故國魂
만등성열야무혼인정미전전조한허첩유존고국혼
吾王文物憑誰問只看案頭史冊論
오왕문물빙수문지간안두사책논
(추억)
사월 초팔일이면 절에 가던 날
산넘고 물 건너 흔들리던 양귀비 밭
찔레로 배를 채우고
산딸기 먹으며 쉬어가던 고개
떡갈나무 순 잘라 논밭에 뿌려서
농사짓는 농부
도토리나무 아래 꿩 알 주워오던
그때 지금도 생각난다
산문편-
1. 여보 당신 고마워!
첫 번째는 나를 선택해줘서 감사합니다.
두 번째는 생사고락을 같이 해줘서 감사합니다.
세 번째는 아이들 출산하는데 고생을 하면서 생명이 위험한대도 위험을 무릅쓰고
고생을 하면서 위대한 생명을 셋이나 박씨 가문에 탄생시켜 줘서 감사합니다.
내가 부모복을 못 타고 나서 연약한 환경에서 배우지 못한 나를 택해 준 것에 너무 감사합니다.
살아가는 동안 이해 안 가는 점도 있고 서운한 점도 많았을 것입니다.
다 그런 고비를 이겨내고 인생 황혼에 서서 과거를 돌이켜 보면 내가 일을 저질러 놓고도 내 자신 뉘우친 적도 많았오. 하지만 후회해도 아무 소용없는 생각일 뿐입니다.
자식들을 이만큼 훌륭하게 길러줘서 감사합니다.
또 열심히 신앙생활 해줘서 고맙고, 몸이 고달픈데도 건강 열심히 관리해줘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욕심부릴 것도 없고 자식들한테 손 안 벌리고 몸 건강 유지하면서 후회 없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갑시다.
지금까지 내 옆에 있어 줘서 감사하고 감사할 일이 너무 많소. 돈복은 없어도 자식 복은 타고 난 것 같으오. 다 당신 덕이오 이것이 하늘이 내려준 운명이고 복입니다.
당신 따라 하나님께로 인도해 준 것도 감사합니다.
요즈음 자식 위해서 손주 돌보는 것도 만만치 않음에도 마다 않고 열과 성을 다해서 돌봐줘서 고마워요. 후일에 고맙다는 말이나 할른지 모르겠오. 훈육은 우리의 세대와 현세대 너무 차이가 있어서 안타까울 뿐이오. 당신 몸 상할까 걱정이오. 몸 건강도 생각 하시오. 나는 당신이 있어야 되고 당신이 필요합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남편 박정주
2021. 8.27
2. 自我人生路
인생로가 이렇게 힘들 거라면 차라리 세상에 나오지 않은 것만 못하지 않았을까. 나는 누구를 위해서 태어났을까. 지나온 과거를 돌이켜보면 누가 잘 살았다고 할까. 앞으로 남은 여생 얼마나 될까. 모든 병마가 지뢰밭처럼 깔려있는 시점에서 먼저 저 세상으로 간 친구가 문득 내 머리를 스쳐 지나는구나.
어차피 나는 위로 받지 못한 인생인가. 삶에 대한 애착이 가면 갈수록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귀하게 태어나서 조모 하에 자라서일까. 남한테 악하게도 안 하고 서운하게도 안 하고 욕도 잘 안 하고 일 열심히 하고 노력파라고 인정도 받았는데 왜 허무한 생각이 들까.
앞으로의 희망이 무엇인가. 건강하게 또는 노후대책도 하고 즐겁게 살아보는 것이 가면 갈수록 힘들게 느껴진다. 처음부터 내가 무거운 짐을 지고 태어난 것일까. 가장 측근에 있는 사람한테도 인정을 못 받을까
지나온 과거가, 가시밭길을 걸어온 삶이 참으로 보잘것 없구나! 이 모든 짐 나 혼자 지고 가야 되는것인가. 짐을 벗어버리고 싶은 심정이 곳곳에서 고개를 든다.
왜 이렇게 물질 모으기가 힘이 들까. 세상 사람들은 참 쉽게 모으는 것처럼 보이는데 뭐가 내게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일까.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 내 복은 이것뿐인가. 조금만이라도 벗어나면 좋겠다.
正道 - 바른 길을 걸어도 인정받지 못하고 평범한 인생으로 역사 뒤에 무명으로 사라지는 하나의 인생일 뿐이구나!
3. 수기
내가 오늘은 늦깎이 공부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생각인가 생각해 본다. 지난날의 恨을 풀기 위해서, 또한 지나간 일에 대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추억을 回想하면 너무도 처참한 생활이 뼈가 저리다. 아픈 과거와 不幸했던 시절을 조금이라도 씻어버리기 위해서 좀 더 노력해본다. 어디까지 전진할 것인가. 내 자신의 인내력과 싸워 가면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 노력을 해 본다.
젊어서는 내 가족을 위해서 하루라도 놀면 안 되는 生活을 하며, 親戚이나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처참한 과거가 가도 가도 終末이 없는 생활에 정말 서글픈 처지였다.
늦게나마 始作하고 하다가 안 되면 멈출 것인가, 道中에 무슨 일이 닥칠 것인가. 내 자신도 예상하기 힘든 시간들!
그러나 나는 시작했다.
72歲부터 시작해서 75歲초에 검정고시를 졸업하고 보니 그동안 무시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다가 멈추면 마누라 볼 면목도 없고 또는 아이들 손자들한테 좋은 본보기가 못 될 것 같아 참으로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은 터널 속을 지나온 기분으로 지금은 未來를 꿈꾸고 있다. 최후에는 어떤 모습일까. 내게 치매가 오기 전에 할 때까지는 해보자. 항상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현시점에 적응하며 學者는 못되지만 지식을 계속 업그레이드 하며 살고 싶다.
그러다보면 내 가족들이 아버지를, 할아버지를 지금보다는 모두 신뢰하겠지.
돈 많은 삶을 원하는 것은 누구나 다 원하고 또 원할 것이다.
하지만 더 값진 것은 學文이라는, 항상 배운 사람들 옆에 있으면 기가 죽어서 ‘나는 왜 저런 복을 못 가지고 탄생했을까. 원망도 해봤지만 다 소용없는 일, 한 걸음부터 올라가 보자.
1985년도에 신설동에 있는 수도학원을 1년 동안 다녀서 중학 과정을 공부했다. 검정고시를 치르려고 원서접수 하는 과정에서 초등학교 졸업장이 없어서 허위로 작성하여 통과, 합격 통지를 받았으나 그것도 잠시 후 무효처리 되었다.
이제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물색하던 중 옛날 수도학원에도 전화도 해보고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 청운 학원을 알게 되었다. 연결하던 중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교육관리부 국장이 전화로 연결되었다. 그분의 조언을 받아 교제비만 내고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오로지 집에서 혼자 독학하다시피 하였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와서 보니 너무나도 어렵고 해서 스터디를 찾게 되었다.
학우들과 공부도 하고 선배들이 봉사 정신으로 간식들을 대접해주고 조언도 해주고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될 수 있으면 학습관으로 나와서 서로 소통하며 참으로 학교 생활을 여기서 느끼고 있다.
공부하다가 학습관에서는 간식 시간에 다과를 베풀고 희생해주는 선배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하게 도움 받고 있다.
어떨 때는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나 너무나도 미안할 때가 많다.
선배 강사님들 정신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기가 좋습니다.
참으로 스터디 동아리가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
선배 강사님들, 그리고 임원진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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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격랑 속에서 선대부터 당한 처참한 해악은 대를 이어가며 고난과 더할 수 없는 고통을 우리민족에게 안겨왔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끈길긴 생명력, 문화 예술을 사랑하여 어떤 여건에서도 창작을 향한 열정은 우리 민족의 타고난 기질이며 천재인 것 같습니다.
12월 들어서면서 우리 민족이 국헌유린이라는 또 한번의 국가적 사태 앞에서 신세대들의 <응원봉>으로 이룩한 혁명은 바로 위와 같은 선대의 유전인자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감히 생각해 봅니다.
고 박해명님처럼 그 우수하고 빼어난 무수한 인재들이 학살 당하지 않고 온전히 현대를 걸어 올 수 있었다면 우리는 얼마나 눈부신 발전과 더한 행운을 누릴 수 있었을까요.
참으로 안타깝고 쓰라린 유족 박정주님의 가문이 부디 자손만대 번성하시기를 기원하며 두 분의 작품이 널리 회자되어 늦게나마 억울하게 가신 고 박해명님의 넋을 기리고 또한 그의 유일한 혈족 박정주 님의 창작에 대한 열정으로 고인께서 저승에서라도 더욱 기뻐하시기를 빌어마지 않습니다. 저승에서 키우신 외동 아들 박정주님의 앞날에 큰 영광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도치된 문장 아니고는 조금 어색하더라도 원문을 그대로 싣는 것으로 원칙을 세웠습니다.
*. 모든 자료는 유족 박정주 선생으로부터 제공받았음을 알립니다.
2024년 12월 16일
시인, 소설가 김자현 감히 아룁니다.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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