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부터 지금까지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처음에 쇼츠를 보고 딥페이크인 줄 알았습니다. 전날 운동을 다녀와서 일찍 잠이 들었기 망정이지 미리 알았더라면 밤을 꼬박 지새웠겠지요.

남한 돌발 계엄, 국회 혼란. 미녀 전 대변인 일거에 주목을 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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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반대! 민중 맨몸으로 군 차량 막다. 전 여 대변인 맨손으로 소총을 붙잡다.이 장면은 세계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될 것입니다.
계엄령 반대! 민중 맨몸으로 군 차량 막다. 전 여 대변인 맨손으로 소총을 붙잡다.이 장면은 세계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될 것입니다.

저는 윤석열이 당선된 2021년 12월 ‘[대만이야기 121]주지육림’에서 “약 3,50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에 주지육림 대신 폭탄주로 두주불사를 자랑하는 걸왕과 요부 말희가 등장하여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합니다. 조상의 영령이 보우하시고, 대한민국의 운명이 다하지 않았다면 예서 끝나지 않겠지요!”라고 말했는데, 정말 천우신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나라가 더 이상 망가지기 전에 우리나라 시민들이 구했습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했습니다. 우리 모두 경험상 알고 있지요. 인간이고 짐승이고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단지 겉모습이나 말주변에 속아 우리가 당하고 또 당하면서 후회를 하지만.

대통령선거 기간 윤석열이 열차 맞은편 의자에 구둣발을 올려놓은 사진을 보는 순간, 이 물건이 인간이란 생각을 지웠습니다. 윤석열 당선에 실망한 주변 사람들 보면서도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독재자를 신봉하는 광신도들이 이제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날이 올 거라고 여기면서.

박근혜가 당선되었을 때도 크게 낙담하지 않았습니다. 박정희의 신화가 얼마나 허접하고 망상이었는지 알게 될 거라고 믿었으니까요.

박근혜 탄핵을 외치던 해 한국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가장 추웠던 토요일 그 집회에 우리 ‘한겨레:온’ 필진들과 깃발을 들고 나갔습니다. 그 자리의 장엄함과 뜨거움, 그리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를 때의 감동은 우리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었고 세계 어디를 가도 긍지가 되었습니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2024년 대한민국이 1980년대로 되돌아간 참담함, 중국의 천안문 사태와 아직도 1970년대에 머무는 미얀마 군부독재의 그런 후진국으로 변하는 절망을 맛보았습니다.

대만도 38년간 계엄을 경험한 나라입니다. 그들은 나에게 지금 한국에서 난리 났다고 합니다. 전 세계가 매시간 한국에서 발생한 계엄을 다루었지요. 그때만 해도 분통이 터졌지요.

그런데 생각하지 못했던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중고등학생부터 20, 30대 젊은이들이 대거 광장으로 모여들었고, 그들이 보여준 LED 혁명은 전 세계를 경탄하게 하였습니다.

아이돌 팬 문화가 시위문화에 녹아들어. 남한 20대 여성 반윤석열 물결을 이끌다.
아이돌 팬 문화가 시위문화에 녹아들어. 남한 20대 여성 반윤석열 물결을 이끌다.

이미 촛불 무혈 혁명으로 한국인의 수준을 전 세계에 알려 K-POP과 K-Culture가 꽃을 피웠다면, 이번 LED 혁명을 통해 한국의 K-데모(Democracy)가 민주주의 최선봉 국가임을, 그리고 감탄을 넘어 선망의 대상이 되었음은 만천하에 알렸습니다.

정부가 망가뜨린 나라를 우리 젊은이들이 다시 세워놓았습니다. 이번에 특히 젊은 여성들이 많이 나온 건 그동안 참고 참았던 수치심, 윤석열과 특히 김건희의 후안무치하고 뻔뻔한 작태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울분이 폭발해서가 아닐는지 생각합니다.

남한 계엄후 외국자본 대만 주식 대거 매입. (또 다시 휘청거리는 대한민국)
남한 계엄후 외국자본 대만 주식 대거 매입. (또 다시 휘청거리는 대한민국)

그동안 기득권이 정권을 잡을 때마다 대한민국은 휘청거렸습니다. 반대로 김대중 정부는 빚더미 속에서 인터넷 고속 망을 깔아 구로 공단을 디지털단지로 만들었고, 문화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여 K-Culture를 세계로 뻗어나가게 하였습니다.

기득권층의 집중포화로 자살해야 했던 노무현 정부 시대인 2002년 처음으로 대한민국이 국민소득에서 대만을 앞질렀지요. 비록 집값 폭등으로 정권 재창출은 실패했지만, 전 세계는 문재인 시대에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인정했습니다.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에 진입한 사례는 한국이 유일하지요.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왜 노벨 평화상을 타고, 한강 작가를 전 세계가 주목하는데도 인정을 못하는 공감능력 제로인 사람들은 믿지 않겠지만.

천우신조 혹은 광주의 영령들이 나락으로 빠져들어 가는 대한민국을 구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시위 현장을 흥겨운 파티장으로 만들면서도 질서와 최고의 문화 수준을 보여준 이번 LED 혁명이 있었기에 이제 더욱 큰 목소리와 자긍심으로 어디에서나 외치겠습니다. “I’m from Korea!”

추위에 떨면서 목 놓아 윤석열 탄핵을 외치신 모든 분!
눈물 나게 고맙습니다.

편집 : 김동호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김동호 객원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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