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울로아 암각화(Pu'uloa Petroglyphs)
'Hōlei Sea Arch'를 구경하고 나서 다시 '체인 오브 크레이터스 로드'를 타고 올라가다 '푸울로아 암각화(巖刻畫) 트레일'을 걸었다. 암각화란 바위나 절벽 또는 동굴 내 벽면 등에 사물이나 기호를 깎거나, 쪼거나, 새기거나, 칠하는 등의 기법으로 그린 그림이다. 하와이어로 '키이 포하쿠'(ki'i pōhaku, 돌에 새겨진 이미지)라고 한다.
<푸울로아 암각화(Pu'uloa Petroglyphs) >
푸울로아 암각화(Pu'uloa Petroglyphs) 트레일은 왕복 2.25km의 거리로 약 1~1.5시간 걸리는 짧고 쉬운 코스다. 하지만 이 길은 고르지 않고, 불안정하며, 때론 날카롭기까지 한 용암 길이다. 등산화를 신고 가는 것이 좋다.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그늘도 없으므로 모자는 필수다.
약 550년 전 '카네 누이 오 하모'(Kāne Nui O Hamo) 화산이 폭발했다. 이 때 흘러온 용암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돔형 언덕이 '푸울로아'(Pu'uloa)다. 주로 표면이 매끄러운 파호에호에 용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푸우(Pu'u)는 '언덕', 로아(Loa) 는 '긴'이란 뜻이므로 말 그대로 '긴 언덕'이란 의미다. 하지만 '긴 언덕'은 기본 의미이고 숨겨진 의미는 '긴 생명(장수)의 언덕'이라고 한다. 그 의미에서 느껴지듯 이 언덕은 그냥 언덕이 아니다. 하와이 원주민들은 이곳을 매우 신성한 장소로 여겨, 500년 이상 종교적 의미를 갖는 의식을 치러왔다.
빅아일랜드에서 가장 많은 암각화가 발견된 지역이 바로 '푸울로아'다. 섬세한 암각화는 긁힘, 마찰 등이 생기면 침식 과정이 악화하여 쉽게 손상된다. 이 때문에 나무 산책로에서만 봐야 한다. 가까이 보고 싶어서 바위로 내려가는 것은 금지다.
산책로 사이사이 곳곳에 23,000개 이상의 암각화가 보일 듯 말 듯, 하지만 제각각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새겨져 있다. 500년 동안 그렇게 자주 흘렀던 용암은 어찌 이 지대를 비켜나 암각화를 보존해 주었을까? 신기하기만 하다.
돌에 새겨진 문양의 대부분(84%)은 큐플레(cupule, 움푹 들어간 곳)이다. 구멍에는 신생아의 탯줄 일부를 놓아 아이의 장수와 풍요로운 삶을 기원했다고 한다. 이 외에 원, 반원, 동심원, 기하학적 디자인, 인간을 표현한 디자인, 알 수 없는 다양한 문양들이 촘촘히 새겨져 있다. 주로 돌로 된 손도끼로 바위를 깎거나 새겨서 만들었다고 한다.
하와이 암각화를 해석하는 사람들은 문양이 단순한 의미는 아니라고 한다. 더 깊은 목적을 담은 메시지라고 주장한다. 하와이섬 주변 여행을 기록하고, 인간의 장수와 행복을 이야기하고, 현재와 과거의 사건을 기록하고, 경계와 길을 표시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푸울로아는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 내에서 용암에 생성된 암각화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아니다. 해안의 여러 곳에서, 킬라우에아 화산의 경사면을 따라, 각각 고유한 어떤 목적으로 새겨진 여러 문양의 암각화가 발견되고 있다.
그 당시 거칠고 척박한 땅에서 삶을 꾸린 원주민들은 인간의 노력만으론 살아가기 힘들었다. 때론 신에게, 때론 자연에, 종족의 가혹한 운명을 맡겨야 했다. 생존과 행복의 간절한 갈구는 의식을 부르고, 의식은 증거를 남겼다. 그 증거가 어떤 의미인지 현대인들은 정확히 모른다. 다만 암각화를 보면서 숙연한 마음에 절로 두 손을 맞잡게 되니, 시공을 초월한 갈망이 잠시 전달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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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이트 : 하와이 화산공원 홈페이지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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