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불나불 씨불씨불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
저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의 공복으로 경제발전의 최일선에서 일생을 살았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세 가지를 약속드립니다.
첫째, ‘바로개헌’입니다…….
둘째, 통상해결을 약속드립니다…….
셋째, 국민통합과 약자동행, 즉 국민동행을 약속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
오직 국리민복을 위해, 일하고 또 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선 후보 한덕수 전, 권한대행이 지난 2일 발표한 대선 출마 선언문을 간략했다.
3,311개의 글자(공백 제외)와 1,010개 낱말을 사용한 선언문에서, 그는 ‘국민’ 25회, ‘개헌’ 14회(‘헌법’ 4회 별도)를 언급했다. 그는 당선이 되면 “오직 국리민복을 위해, 일하고 또 일하기 위하여 「바로개헌」을 하겠다”라고도 했다.

나는 무슨 정치 공학적으로 그를 재단할 자리에 있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헌법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그래서 어떻게 바꾸자는 건지 알지 못한다. 그뿐만 아니라, 그토록 헌법정신이 투철한 자가 왜, 헌법을 짓뭉개는 내란수괴를 수수방관했는지, 아니, 책임 있는 자로서 그동안 한 마디 사과도 없이 버젓이 고개를 들고 다시 ‘윤석열 세상’을 위하여 나선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무리 철판을 깔아도 그렇지, 그런 사람이 무슨 낯부닥으로 ‘오직 국리민복을 위해 일하고 또 일하겠다’고 하는지, 정녕 그 더러운 밑살까지 내가 어찌 알겠는가? 처음부터 끝까지 시데부데할 뿐, 그가 살아온 역정이나 성향에 관심이 없고, 그가 내세우는 가치나 이념을 살필 주제가 못된다.

무던한 사람들

그나저나 먼저, 한 후보의 이력을 짚어보자.

▪김영삼 정부: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실 통상산업비서관, 통상무역실장, 특허청장, 통상산업부 차관
▪김대중 정부: 초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경제수석
▪노무현정부: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
▪이명박 정부: 주미대사
▪박근혜 정부: 한국무역협회장
▪윤석열 정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

참으로 화려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매사 차고 넘치는 분 같다. 그러고도 모자란다면 과욕이다. 아니 차라리 사욕(邪慾)이리라. 재물과 권세를 한 몸에 가진 고관대작으로서, 일인지하 만인지상도 모자라 어떤 호사를 더 누리고 싶을까 싶다. 저쯤 되면 특권 의식이 팽배한 특권층으로 군림해도 누가 뭐라 할까? 아랫사람 죄다 나서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다고 변명하고도 남으리라.

그래도 그렇지, 출마를 선언한 지난 2일 밤부터 서울경찰청 기동대 인력이 - 대선 후보로 확정된 공당의 후보인 이재명이나 김문수는 내버려두고 - 무소속인 그의 집 주변에만 24시간 경비를 서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드러내지 않고 숨어서 조종하는 내란 수괴의 꼼수요, 알아서 기는 관료 사회의 속성이요, 알아서 덮어주는 기레기들의 배려가 아니라면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아무려면 지향점이 사뭇 다른 대통령 여섯 분과 두루두루 소통하면서 나름 중책을 맡았으니 한참 무던한 분이 아닐까. 하지만 뒷말이 무성하니 괴이한 일이다.

그에게는 줄곧 ‘노회한 기회주의자’란 꼬리표가 따라붙었는데,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무능하지만 기회주의적인, 노회한 직업 관료의 이미지를 느낀다”고 말하고, 장윤선 정치전문기자도 “한덕수 권한대행은 법인카드와 관용차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 있다”고 꼬집었다. (한겨레신문, 심우삼 기자, 「보수도 진보도 질색하는 “기회주의자 끝판왕” 한덕수」, 2025. 4. 9.)

그런가 하면 그는 2002년 7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에서 물러난 뒤 곧바로 김앤장의 고문으로 들어가 8개월 동안 1억 5천여 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2012년 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한국무역협회장으로 19억여 원의 급여와 약 4억 원의 퇴직금을 받았다. 2017년 12월부터 2022년 3월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지내면서 총 19억 7천여 만 원을 받았다. 이를 두고 당시 야당에서는 "전관예우의 끝판왕"이라고 맹비판했다. (시사인, 김수혁 기자, 2025. 5. 3./ 오마이뉴스, 최경준 기자, 2025. 5. 6.)

18년 전에 벌써 처갓집 땅을 팔아 '50억 시세 차익'을 남겼다고도 한다. 입을 다물 수가 없다. 2017년 12월부터 4년 4개월 동안 회의 4번 참석하고 20억을 받았다고 하지 않은가. 숨이 턱 막힌다. 화를 오래 끓이면 병이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가 무던한 것이 아니라 병치레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무던해 보인다.

아무튼 그런 그가 “저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의 공복으로 경제발전의 최일선에서 일생을 살았다.”라고 했다. 또, ‘국민통합과 약자동행’을 강조했다. 결코 빈말이 아니기를 비손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공염불이다. 공허하기 그지없다. 실없는 희언(戲言)에 불과하다. 아닌가? 그렇게 보는 내가 시덥잖은가?

예로부터 부귀빈천(富貴貧賤)이 물레바퀴 돌 듯 세상만사 늘 돌고 돈다고 했다. 부귀도 빈천도 상대적이다. 그래서 더 그렇다. 부귀하나 잘난 체하지 말고, 빈천하나 구차하게 처신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왜?

아무려면, 촌무지렁이 주제인 내가 죽었다가 깨어나도 비견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님을 왜 아니 모르겠는가? 그저 훈장질 40여 년, 한평생 아들과 딸 건사하기 바빴으니, 미관말직이랄 것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고백한다.
술덤벙물덤벙 어영부영 살면서 허구한 날 싱겁이 소리를 달고 사는 모지리다. 그러니 하늘이 내린 첫 손주 – 우리하니 -를 하늘로 보내고도 아무 말 못하고 허탈 발작 한 번 없이 그냥저냥 살아가는 벙텡이다, 얼마 남지 않은 여생, 유치 뽕짝 소릴 들어도 그만이다. 이 세상 놀이터 삼아 우리 손주들과 사부작거리며 살다 갈 따름이다. 

저도 호남사람입니다

지난 5월 2일, 한덕수 후보는 출마 선언과 동시에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
광주가 어떤 곳인가? 어쩌자고 뜬금없이 가장 먼저 광주를 찾아간 걸까? 기든 아니든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더 있는가.

세상천지 모르는 이 없는 ‘5·18민주화운동’을, 자꾸자꾸 ‘광주사태’라고 왜곡하는가? 그렇다면 살인마 전두환 도당과 함께하겠다? 그런 의지를 재천명하기 위하여 광주를 찾은 건가? 그리하여 호남인 가운데 전두환을 옹호하고 찬양하는 이가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하여 그렇게 주접을 떨었는가?

결과적으로 ‘내란세력청산·개헌으로 사회대개혁’을 표방하는 ‘광주비상행동’과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대책위’ 관계자들에게 둘러싸인 그는 참배는커녕 민주묘지로 들어서지도 못하고 18시 3분, ‘민주의문’ 앞에서 되돌아갔다. 도착한 지 20여 분 만이었다. 그날의 역동적인 장면을 그대로 옮겨 본다. 아래는 KBS 뉴스, 오마이 TV, TV조선 등을 참고한 스케치다.
 

(오른손을 들어 단호한 표정으로) 여러분, 조용히 해 주세요. 여러분, 여러분, 조용해 주세요. 조용해 주세요, 여러분, 여러분! 여러분, 조용해 주세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손나발을 크게 만들어 소리 높여 비분강개한 목소리로, ‘호남’에 방점을 찍어서) 저도, 저도 호남사람입니다. 저도 호남사람입니다. 저도 호남사람입니다. 여러분! 여러분, 우리 통합되어야 합니다. 서로를 사랑해야 됩니다. 저도 호남사람입니다. 사랑해야 됩니다, 여러분. 서로 사랑하고 아껴야 됩니다. 여러분, 저도 호남사람입니다. 저도 호남사람입니다. 우리 서로 사랑해야 됩니다. 여러분, 저도 호남사람입니다. 우리 5•18 영령들의, 영령들의 가슴이 아픕니다. 저도 호남사람입니다. 여러분, 호남사람입니다. 여러분! (입을 다물고 지친 듯 노려보다가 다시 손나발을 크게 하고) 여러분, 호남사람입니다 (알아듣지 못함) 사랑해야 합니다.

(끊임없이 ‘한덕수 물러가라’는 외침이 진동하는 가운데 주위 사람들과 몇 마디 주고받던 그는 ‘일동 묵념’ 구령에 맞춰서 약 9초 동안 묵념한다. ‘내란주범 한덕수는 (알아듣지 못함) 말아라’, ‘내란 공모자들은 물러가라’ 등의 외침이 가열하게 끊임없이 들려온다)

(분기탱천한 표정을 애써 감추고 다부진 목소리로) 여러분, 우리 통합되어야 합니다. 여러분, 저도 호남사람입니다! 우리 5•18 영령들의 (잠시 호흡을 멈추고) 영령들의 가슴이 아픕니다. 여러분, 저도 호남사람입니다.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아껴야 합니다. 같이 뭉쳐야 합니다, 여러분! 여러분, 저도 호남사람입니다.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서로 아껴야합니다. 서로 서로 용기를 주어야 합니다. 저도 호남사람입니다, 여러분!

이로써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여러분’을 스무 번, ‘호남사람’을 열다섯 번 되뇌다가, 그의 ‘5•18참배대작전’은 무산되고 막을 내린다. 그는 버스에 오르면서 자못 엄숙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사방을 휘둘러보더니 네 번 절하고 버스에 올랐다.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광주시민단체와 5•18단체 회원들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출처: 한겨레신문, 정대하 기자, 2025. 5. 2.)


그의 외침은 절대 건조하지 않았다.
외침이라기보다는 숫제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비장한 애원(哀願: 애처롭게 사정하여 간절히 바람)이었다. 나중에는 슬피 원망하는 애원(哀怨)이요, 통사정이요 넋두리로 바뀌었다. 나는 입때까지 그토록 처절한 호소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는 아마도 동성애자가 커밍아웃하는 심정으로 큰 용기를 내서 하소연하지 않았을까? 호남 사람이 호남에 가서 호남 사람이라고 사정사정하다니 세상만사 참으로 웃픈 일이 왜 이리 범람하는가.

“여러분, 저도 호남사람입니다.”

환청이 여전하다.
만면에 가면을 쓰고 마지못해 호남에 들러 표를 구걸하던, 그 어떤 대선 후보도 이토록 애절하게 ‘호남사람’을 노래한 이는 없었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김대중 말고 호남인은 없었으니까. 빨갱이 소탕하듯 ‘광주’를 학살한 전두환이도 일찍이 전주를 찾아 같잖게 웃으면서, 전주는 자기 시조가 태어난 본향(本鄕)이라고 뇌까리긴 했지만, 냉혈 인간 본연의 노회 근성일 거다. 사특하고 저열할망정 저렇게까지 비루해 보이지는 않았다. ‘완산 전씨’는 전라북도 특별자치도 전주시를 본관으로 하는 한국의 성씨다. 천하의 사이비 교주 전광훈이도 완산 전씨 후손으로 알려져 있다.

'앙리마티스'가 지난 5월 2일 뽐뿌(PPOMPPU) 커뮤니티에 올린 사진을 갈무리함.

위는 앙리마티스가 지난 5월 2일 뽐뿌(PPOMPPU) 커뮤니티에 올린 사진이다. 여기에 달린 댓글을 보면 한결같이 흉흉하기만 하다.

▪이완용도 조선사람이야 -@leleleon1466-
▪싸이코패스가 틀림없음 -블루버드21-
▪호남사람이..내란공범에 내란특검을 거부하고, 뻔뻔하게 광주5.18 묘역을 찾아가? -가을의 햇살-
▪아가리 닥쳐 - 가우디-
▪필요에 따라 호남사람이었다 서울 사람이었다 하죠 –가루리-
▪저 XXX가 우리나라 정치 수준을 어떻게 보는지 빤히 보이는 거지. 지금 시대에도 지역 갈라치기 하려고 어느 지역 출신 들먹이는 꼬라지 진짜 토쏠리게 역겹네 –수수로롱-
▪저 하버드 나왔습니다가 더 먹히지 않았을까 –majame-


고향까지 세탁할 정도라면

‘네이버’는 그의 출생지가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덕진구 진북동’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다음’, ‘더시드위키’, ‘위키백과’, ‘나무위키’ 등 거의 모든 포털 사이트에서 그의 출생지를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로 특정하고 있다.

실제로 2022년 5월, 인사청문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나는) 전주에서 태어났다. 원적이 전주이고 본적이 서울”이라고 하면서, “단 한 번도 (전주 이외) 다른 곳을 (고향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러나, 그의 고향 세탁 얘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한덕수는 족보를 숨긴다, 부고장도 안 낸다”

2024년 12월 26일, ‘몽드메’가 ‘보배드림’의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 제목이다. 한 후보의 부친, 배우자, 장인 관련 정보의 출처까지 망라하고 있다. 과연 한덕수 후보는 자신의 출생지를 두고 감추거나 말을 바꾼 적이 없는가?

그런 가운데 두 개의 지방지에 그의 출생지가 등장한다.

한 총리의 원래 고향은 정읍 소성면 보화마을이다. 청주한씨 400년 세거지(世居地: 대대로 살고 있는 고장)이다. “한 총리 선친과 위 형들은 이곳에서 태어났으나, 일제 때 부안으로 이사를 하였다가 다시 전주로 이사를 하였다. 한 총리는 전주에서 태어났지만, 그 선영은 모두 이곳 정읍에 있다.”(보화마을에 거주하는 청주한씨 종손 한명희 선생 증언).(전북도민일보, 2022. 7. 21.)

한덕수 대통령 대행 출신 지역이 ‘부안군 부안읍 행중리’로 알려져 있다. (부안인터넷신문, 2025. 4. 11.)

부안군 부안읍에 한덕수 총리 조부(한규철, 청주한씨) 묘소가 있다. 6촌 되는 한◯수 씨에게 언론사에서 전화를 해와 전화통이 불난다고 말한다. 대통령이 될 명당인지 보고 싶다며 위치 확인을 한다는 것이다. 같은 집안이라는 한◯◯ 씨는 "원래 한 총리 집안은 정읍에 살고 있었으나 조부께서 부안에 정착하였다"고 말했다. (부안인터넷신문, 2025. 4. 23.)

연고지라도 내세워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지방지를 탓할 일은 아니다. 다만, 그의 집안은 정읍에서 살다가 부안으로 이사한 뒤에 다시 전주로 옮겼다는 사실이다. 한 후보의 형 넷은 부안 출생이나 그는 전주 출생으로 전주국민학교에 입학한 뒤에 서울재동국민학교를 졸업했다는 게 팩트다.
 

한편, 지난 2022년에 한덕수를 향하여 ‘고향이 비빔밥이냐?’고 하면서 ‘한의 졸라 얍삽함’이 국민 통합에 심각한 걸림돌이 된다고 강조한 사람이 있다. 다소 장황하지만 그 기사를 간략한다.

일단 한덕수 씨는 TK(대구·경북) 쿠데타 세력과 PK(김영삼) 세력이 집권했을 때 철저히 자기의 고향을 숨겼다. 이에 관한 김기만(동아일보 전, 파리 특파원) 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의 회고는 이렇다.

1995년 일이다.
초대 민선 전북지사로 29, 30대 전북지사인 유종근 박사(전 아태재단 사무총장)는 취임 이후 ‘전북 경제 살리기’를 강조했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절실했다. 중앙부처 요직에 전북 출신이 누가 있는지 찾아보던 중 상공부 국장 한덕수를 발견, 그를 찾아가, “전북 경제가 많이 어려우니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이런 대답을 들었다.
“나는 전북 출신 아니니 앞으로 절대 나를 찾아오지 마시오.”

1996년 12월 한덕수가 특허청장에 임명됐다. YS 정권 말기였고, 호남 출신 장차관이 아주 적었던 때였다. 그를 잘 아는 전북 출신 기자들이 그의 출신지를 ‘전북’으로 썼다(동아일보는 ‘군산’으로 썼음). 그러자 그는 해당 언론사에 일일이 연락해 자신의 본적이 ‘서울’임을 밝혔다. 이때부터 한덕수의 고향은 공식적으로 서울이 된 것이다. 자, 그로부터 고작 15개월 뒤에 벌어진 다음 사건이 오늘의 하이라이트다.

김대중 정부 출발점이던 1998년 3월, 그는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발탁되었다. 언론사는 1년여 전의 경험이 있어 그의 본적을 ‘서울’로 썼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가 각 언론사에 팩스를 보냈다. ‘전주가 고향이며, 초등학교 일부도 전주에서 다닌 전북 출신’이라는 요지였다. 가명인(假明人: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임시로 이름을 붙여서 만들어 낸 사람.)이라는 말이 머리에 맴돌았다.

생각해 보라. 호남은 박정희 집권 이래 수십 년 동안 그야말로 처절한 차별을 당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깡패나 사기꾼은 전부 호남 사람이었고, 이 때문에 호남 사람은 서울에서 하숙도 구하기 어려웠던 황당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한덕수 씨, 만약 이 칼럼에서 다뤄진 당신의 고향 세탁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할 참이라면 언론중재위원회건 소송이건 뭐든지 당장 시작하라. (출처: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고향 세탁’ 의혹 한덕수 씨는 답하라, 당신 고향은 호남인가 서울인가?」 2022. 4. 11.)

ChatGPT-4o 기반 AI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하여 제작된 것임.
ChatGPT-4o 기반 AI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하여 제작된 것임.


절라도는 구시렁질, 갱상도는 빈지렁질

여러분!
여러분, 조용해 주세요.
저도 호남사람입니다, 여러분!
저도 정말 호남사람입니다, 여러분
저도 정말 진짜 호남사람입니다, 여러분
저도 정말 진짜 참말로 호남사람입니다, 여러분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서로 아껴야 합니다. 서로서로 용기를 주어야 합니다. 저도 호남사람입니다, 여러분, 여러분, 여러분!

 

둔갑하라 위장하라 짝퉁상품 명품되니

호남사람 명심하라 성씨빼고 다바꿔라

학벌세탁 경력세탁 자본세탁 국적세탁

아비세탁 어미세탁 본적세탁 조상세탁

얼굴세탁 신분세탁 하다하다 고향세탁

카멜레온 찾지마라 육정육갑 울고간다

날라리기 날라리판 날라리패 날라리춤

절라도는 구시렁질 얼척없이 짜웅짜웅

갱상도는 빈지렁질 끼리끼리 짝짜꿍이

 

앞서가는 나발수는 쉴새없이 간실간실

뒤따르는 나발쟁이 너나없이 해뜩해뜩

잡것들아 물렀거라 거덜쫄개 권마성에

호남인은 쥐죽은듯 피맛골로 피신하고

막가모자 탈옥하여 용산대로 활보하고

사방팔방 예서제서 미쳐뛰는 계엄좀비

찌날라리 생날라리 나불나불 씨불씨불

절라도는 몽상몽상 맨날만날 사바사바

갱상도는 궁정궁정 끝도없이 군지렁질

이 이미지는 ChatGPT-4o 기반 AI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하여 제작된 것이다.
이 이미지는 ChatGPT-4o 기반 AI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하여 제작된 것이다.


작년에간 각설이패 다시올리 없건마는

세월네월 수상쩍어 하마다시 기어들까

난신적자 활보하고 내란공범 헛코고니

헤까닥도 유분수라 정당이냐 사당이냐

피에주린 악귀악령 천하없는 사신이요

무재아귀 등골빠는 음충무쌍 간상배야

시거든 떫지말고 얽거든 검지마라

제발제발 던적스레 나불나불 대지마라

얼씨구나 엇돌아간다

절씨구나 헷돌아간다

어절씨구 씨돌아간다

품바품바 맴돌아간다

 

김가는 날나발

한가는 쥐나발

홍가는 코나발

안가는 헛나발

권가는 총나발

MBC뉴스, '본회의장 나간 국민의힘‥'윤석열 탄핵안' 투표조차 안 했다', 2024.12..7.
MBC뉴스, '본회의장 나간 국민의힘‥'윤석열 탄핵안' 투표조차 안 했다', 2024.12..7.

 

기레기들 쎗부닥에 희고누런 백태설태

눈만뜨면 공갈놓는 앞못보는 청맹과니

정론간쟁 간데없이 소금없이 간내먹고

흡혈박쥐 후손답게 백성고혈 빨고지니

나발소리 장구소리 눈에삼삼 귀에쟁쟁

소태껍질 씹었더냐 흰눈깔이 웬말이냐

소금지고 물로가고 섶을지고 불로간들

부디부디 던적맞게 씨불씨불 대지마라

얼씨구나 엇돌아간다

절씨구나 헷돌아간다

어절씨구 씨돌아간다

품바품바 맴돌아간다

 

방가는 조나발

홍가는 중나발

김가는 동나발

이가는 문나발

조가는 국나발

 

눈빨갱이 백팔조폭

광란성파 칼춤추니

따글따글 양아치떼

찌라시들 판을치고

씨근벌떡 법비떼가

덩달아서 멍멍짖고

 

팡가는 깽나발

검가는 칼나발

벵가는 똥나발

 

나발나발 개나발

안절부절 병나발

씨불씨불 손나발

깐죽까죽 깽나발

허랑방탕 개좆불

제호 위에 띄운 일장기 띄운 조선일보(한겨레, 조선·동아일보 ‘오욕의 100년’ 오롯이 담다, 2019. 10. 19.)

<뜻풀이>

◾육정육갑(六丁六甲): 둔갑술을 할 때에 부르는 신장(神將: 사방의 잡귀나 악신을 몰아내는 귀신)의 이름.
◾거덜: 지체 높은 지배자의 곁에서 “쉬~ 물렀거라” 하고 외치면서 길거리에서 온갖 악행을 다 저지르던 하인
◾권마성: 말이나 가마가 지나갈 때 위세를 더하기 위하여 그 앞에서 하졸들이 목청을 길게 빼어 부르는 소리
◾막가모자: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본떠서 ‘Make Korea Great Again’이라고 새긴 윤석열 모자.
◾사신(邪神): 원한을 품고 사람에게 재앙을 내리는 요사스러운 귀신.
◾무재아귀(無財餓鬼): 음식을 언제나 탐하면서도 지극히 가난하여 먹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날나발: 함부로 지껄이는 허튼소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
◾코나발: 코로 흥얼거리거나 콧방귀를 뀌는 소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
◾광란성파(狂瀾盛波): 미친 듯이 날뛰는 사나운 물결.

편집: 박춘근 편집위원, 하성환 편집위원

박춘근 편집위원  keun7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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