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이제 한 달이 훨씬 지났다. 침상에서 떨어지셔서 대퇴부골절상을 당한 어머니께서 생사를 오가는 불안한 날을 지낸 지, 다행히 중환자실을 나오신 후 회복이 진행되어 수술을 포기한 채 요양병원으로 옮기신 상태에서 자식들의 병문안을 받으시며 잘 지내고 계신 상태다. 세상의 그 어떤 변화보다 시급한 것이 가족의 건강 특히 부모님이라는 사실을 절감하는 일상을 지내고 있다.
계엄 후 대선이라서 외면하기에 너무나 안타깝고 답답한 날이다. 하루 속히 정권교체의 날이 와서 보다 안심하고 살고 싶다. 할 수 있는 댓거리가 쉽게 가능한 페이스북에 글 올리기여서 속푸는 마음으로 답답함을 대신하며 살고 있으나 일상이 죄짓는 마음이기도 하다. 어제는 새벽부터 어머니 뵈러가는 들뜬 마음도 들고 잠도 오지 않아서 아래와 같은 마음을 담아보았다.
아직은
아직은 어머니라고 부르면 으응하고 대답해주시는 어머니가 계시다 아직은 어머니가 살아계시다 중환자실에 가시기전
그 어머니는 눈을 감고 입을 닫고 오감도 다 닫으시고 우리 곁을 떠나시는가 했다 그렇게 중환자실에 문을 열고 가신 어머니께서
팔남매 자식들이 수술을 해서 가망없는 모든 장기파손으로 회복하실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일인실로 모셔서 얼마 동안이라도
아버지와 팔남매 자식에 손자손녀 증손자손녀까지 편히 만나시게 하자는 결정으로 닫혔던 중환자실 문을 열고 나오셨다
그런 어머니가 아직은 살아계시다 나는 아직은 엄마가 계시다 아직은 내 엄마가 있다 생활이 벅차고 삶이 지친다고 해도 아직은 행복하다 내 이름을 불러주시는 어머니가 내 부름을 알아듣는 어머니가 지친 병상에서 환갑이 된 아들을 아직도 낳고 계시는 듯 고통을 견디고 계시다 나는 아직도 새롭게 태어나는 환갑된 자식이다
아직은 아직은 아직 아직은 그래 어머니 계신 병상이라도 찾아가 손잡아볼 어머니가 계시다니 얼마나 복된 인생인가 나는 오늘밤에도 벅찬 일상을 마치면 아직은 살아계시는 어머니께서 평생을 사시는 집으로 가서 아버지와 아들 주형이 아내와 함께 자고 아버지 모시고 어머니를 뵈러 갈거다
그렇다 아직도 나는 찾아뵐 어머니가 계시다 아직도 나를 낳고 계시는 어머니 사랑해요 보고 싶어요 환갑이 된 자식을 아직도 낳고 계신 어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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