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달 반 동안 우리나라를 혼란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중후군)가 다행히도 서서히 종식되어 가고 있다. 사스에 모범적으로 대처했던 우리나라가 이번 바이러스 질병에 유독 취약함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언급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전통적인 식생활이 더 큰 확산을 축소시켰을 것이라 필자는 판단한다. 이를테면 거의 매일 김치를 비롯한 다양한 발효식품과 일부이지만 막걸리와 같은 미생물덩어리를 식음함으로서 장내미생물 균총의 건강한 균형에서 오는 면역력 때문일 것이다. 바이러스 같이 세포벽이나 단백질합성기구가 없어 숙주에 기생하는 생물체는 항생제로 구제할 수 없고 오로지 백신에 의한 치료 방법에 의존한다. 게다가 빈번한 변종의 출현과 사람과 동물을 공통 숙주로 하는 신종 바이러스의 급습은 사람을 난감하게 만들곤 한다. 그러나 우리 인간에게 침입하는 다양한 병원체들은 매우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방어시스템인 인간의 면역 장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몸 안밖에는 약 1500종의 미생물과 공생하고 있는데 장내에는 본인의 뇌 무게에 해당하는 1.5~2킬로그램 정도의 미생물 덩어리를 항상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미생물 집단의 세균숲(마이크로바이옴)이 유익한 균종으로 구성되어 있을 때 바이러스를 포함한 다양한 병원체 공격에 대응하는 면역력은 물론 기억력과 같은 뇌건강, 뿐만 아니라 설사, 소화불량 및 과민성대장중후군과 같은 장내건강과 더불어 아토피, 건선 등의 피부건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연구결과 밝혀지고 있다.

막걸리 한 병에는 효모, 유산균 등의 유익 생균이 수백억 마리가 들어 있으며 이들은 유해세균의 생육 억제는 물론 소화물의 장내 흡수 물질로의 생물전환 역할을 수행한다. 아울러 펩타이드, 당질, 비타민 및 콜린 등의 생리활성물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다량의 펩타이드와 식이섬유는 콜레스테롤 수준을 감소시켜 혈압상승의 억제와 심혈관 질환의 유발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 사진출처(청와대 만찬 간 남도 막걸리는 ‘웰빙 비서관’ /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374465.html)

또한 항암물질인 파네졸은 동일 량에 대하여 맥주의 25배, 청주(사케)의 50배, 와인의 100배를 포함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항암 항종양 역할을 하는 스쿠알렌이 상당량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물론 과유불급으로 과음은 간 건강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일일 2잔(약 30그램의 알코올)정도가 적당하다는 것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양조장에서 장기간 근무한 종업원의 손이 유달리 희고 매끄러운 것은 곡류의 미생물 분해 결과물에서 오는 미백효과이다. 일본 유명 미백 화장품이 곡류 발효물질 유래와 일치하는 것이다.

최근 국내 과학자에 의하여 막걸리에 존재하는 유산균인 락토바실러스 사케라는 균주가 어린이 아토피의 치료효과에 매우 뛰어남을 확인하고 상품으로 개발 출시되고 있다. 항생제 처방비율 26%로 세계 5위의 불명예로 인하여 면역력과 직접 연관이 있는 장내 유익미생물의 사멸과 상존하는 병원균의 항생제 내성 유발로 우리나라도 슈퍼박테리아에 의한 사망률이 급상승하고 있다. 적절한 장내의 미생물 숲의 조성을 위한 각자의 노력은 매년 창궐할 가능성이 있고 미처 백신개발이 안된 신종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면역장벽 높이기 일 것이다. 세계 최고의 유익 발효미생물 덩어리인 김치를 안주삼아 적당량의 막걸리를 반주로 삼는다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남보다 건강한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2015년 7월 6일 전남일보에 게재된 글임)

김진만 전남대 생명산업공학과 교수

편집 : 박효삼 부에디터

김진만 주주통신원  jinmank1@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