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chloe라는 작은 도시의 거리를 걷고 있자니 유치원이 눈에 띈다. 필자의 홍보물을 보여주겠다고 손을 흔들었더니,
동료여선생도 부른다. 멋진 아침이다.
도시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설명하는 PlanB가 홍보판으로 제작되어 거리를 장식하고 있다. 본받을 만한 거버넌스다. 독일의 탈원전은 거저 된 것이 아니다.
아이와 얘기를 나누며 달리는 안전한 2인승 자전거, 그리고 그 길이다. 인구밀도도 낮은 농촌지역의 차도옆에 이처럼 안전한 자전거길이 놓이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선진국의 모습이리라!
점심무렵 줌회의를 할만한 장소이자 식당을 발견했다. 이 노련한 고양이는 낯선 나그네가 야외테이블에 앉자마자 옆에 와서 느긋하게 눞는다. 아니나 다를까 주문한 요리가 나오자마자 동그랗게 눈을 뜨고 다가와 나그네 접시의 요리를 달라고 보챈다. 그 치명적 '매력과 두려움'에 주지 않을 수 없다.
2만킬로 떨어진 곳에서 즉석 온라인 회의가 열린다. 가히 노마드의 시대다.
걸어가는 동안 김해창교수 발제의 탈핵사랑방 줌회의가 열렸다. 회의의 주요결론의 하나는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일본에서 책임지고 처벌받은 인사가 아무도 없었다는 것.
원전문제의 핵심적 본질은 사고가 나도 아무도 처벌받지 않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 윤석열과 같이 원전위험무시의 어처구니 없는 도발적 망동이 연일 터져 나오는 것.
아름답고 한적한 길을 걸으면서 분노를 삭이는 것도 시대가 주는 경험이다.
어느 날 숙소가 2킬로쯤 남은 지점에서 작은 풀장을 만난다.
농사짓는 분들이 휴식을 즐기는 아름답고 작은 풀장이 나그네를 기다리고 있다. 지은 지도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단순하면서도 관리는 깔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이 맑은 물을 그냥 지나칠 게 아니다. 바로 풀장에 들어갈 태세를 갖추고,
발을 들여 놓았으나 물이 너무 차갑다. 도저히 몸을 담글 수 없다. 기념사진만 한 컷.
누구나 쉽게 이런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인드와 배려는 감탄스럽다. 공공심 두터운 독일 다운 장면이다. 진짜 삶의 질은 이런 배려에서 배어나오는 것이 아닐까.
잔디 깎는 기계로 잡초를 깎아낸다. 노는 땅도 이렇게 관리되고 있다.
나그네에 호기심을 가진 주민이 자전거를 세우고 다가왔다. 설명을 듣더니 셀피때도 필자가 준 홍보물을 앞세운다.
철도위를 넘어가는데 또다시 다리난간에 방어장치가 보인다. 이걸 보니 예전에 독일에서 있었던 커다란 철도사고가 생각난다. 바로 Eschede train disaster 다.
에세데 사고 - 나무위키
불과 며칠 전에도 큰 사고가 있었다.
[Garmisch-Partenkirchen에서 발생한 열차 탈선 사고, 사상자만 수십 명 | 구텐탁 코리아 : 독일 한인 포탈 사이트]
기술대국 독일에서도 이런 사고가 일어난다. 생각해 보면, 열차사고는 회복이 가능하지만 원전사고는 회복이 불가능하다. 한국처럼 조밀한 나라에서 25개 핵발전소 어디에서 하나만 터져도 나라가 망한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 자(윤석열)는 정신이상자인양, '원전위험을 무시'하는 메세지를 내고 있다. 상상도 못한 언행이 난무하고 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나무 물통. 물이 아주 깨끗하다.
한국에 보낼 급한 일을 처리하느라 잠시 마을의 빈 공간에서 노트북 작업을 하던 중, 다가온 호기심 가득한 마을청년과 함께. 파카를 입고 있는 필자의 모습에서 당시 독일 기온이 짐작된다. 노마드시대의 기념사진이다.
이런 농가주택이 대세다. 신축주택은 대부분이 대형태양광패널을 깔 것을 설계단계에서부터 신경쓴다.
사우스코리아를 좋아하는 부부. 남편은 부산을 잘 알고 있다.
구글은 이런 길도 서슴지 않고 안내해 준다.
보리 수확한 밭에 이삭을 줍느라 비둘기떼가 몰려 있다.
주택가 동네에서 만난 아이들. 외지인인 필자에게 짖궂게 굴기에 그중 나이 든 아이에게 축구얘길 해주었다. '너, 사우스코리아에 2:0 깨진 것 알고 있지?' 금새 분위기가 잡힌다. 그리고는 걸어가는 얘기를 해주고는 함께 셀피~
이 가족들은 나그네를 좋아한다.
오후 6시가 되어도 햇빛이 짱짱하다. 동네주민이 일러준 안전한 길로 수km를 걸어가자니 그늘이 없다. 이 길로 자전거만 타고 다닌 그 주민은 안전한 길이라고 친절을 베풀었지만,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는 여름에 걸어가는 사람에게는 그렇지가 않다.
기술도 마찬가지다. 여건이 바뀌면 가치가 달라지고 기술의 지위도 달라진다. 기술을 안고 살아가야하는 현대의 숙명이다. 위기의 시대다.
어느 마을 한가운데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
오늘은 장거리다. 오후 늦게 휴식을 취한다.
어느 마을 베이커리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만난 종업원. 이태리 시칠리아에서 일하러 온 젊은이다.
독일의 지역사회(Gemeinde) 안내도의 하나
이런 알뜰한 태양광은 독일이라야 볼 수 있다.
나그네에 호기심을 가진 지역주민들. 오른쪽의 할아버지(?)는 필자의 걷는 이야기에 감동했던지 지갑을 열어 20유로를 주신다. 필자는 맛있는 점심을 먹겠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리고 가운데 여성은 갑자기 등장한 분으로 필자의 컨디션을 꼼꼼이 체크한다. 3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는 의문의 인물이다.
한적한 코스로 접어들었다. 이즈음의 그늘에서 자리를 깔고 앉아 눈감고 졸고 있자니, 지나가던 차에서 어떤 중년부인이 내려 나그네에게 괞찮으냐고 묻는다.
누구나 사춘기 때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었던 기억이 날 것이다. '껍질을 째는 아픔' 운운하면서 자랄 때의 통증을 시적으로 묘사한 독일의 그 작품을. 헤세에 심취했던 그 시절을 더듬어 올라가면 싯다르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지(知)와 사랑)의 작품도 떠오른다. 그 실감나는 듯한 현장에서 필자는 보헤미안처럼 독일남부를 떠돌고 있다.
자유로운 양계장, 그러면서 야생의 천적으로부터 보호받는 이런 양계장은 지구촌에서도 드물다.
이 숲속길에서 또한 차례 독일인들의 친절한 공공마인드를 겪었다. 배낭을 내려놓고 쉬는 동안 지나가는 차량에 반갑다는 제스추어를 크게 했더니, 그걸 오해했던지 한참 있다가 그 차가 되돌아와서는 혹시 무슨 문제가 있나, 도와드릴까 하고 그러는 것이다. 젊은 남녀였다.
어느날 비가오는 아침에 완전무장을 하고 걷는 필자의 모습
비가 잠시 그쳤을 때 보인 그림같은 농촌
멀리서 소들이 나그네를 보고 있다가,
가까이 가니 일어서서 반겨준다. 마치 철학자 분위기가 난다.
알프스 북단으로 눈녹은 물 그리고 숲이 머금은 물이 상시 흘러내려서 이 지역은 수질도 좋다. 이 동네는 건강에도 유리하고 다뉴브강으로 이어지는 물자의 교역에도 유리하다. 일찍부터 독일남부가 잘 사는 것도 이유가 있는듯.
어느 처마밑 마른 벤치에 앉아 빗소리와 함께 휴식을 즐긴다.
코리안 나그네를 알아본 주민들이 차를 세우고 다가온다. 이 부녀중 스무살의 따님은 즐거운 표정이 가득하다. 서울에서부터 왔다고 하니까 환호를 지른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버찌 파는 아낙네가 나그네에게 공짜로 작은 박스를 선물한다.
독일은 작은 도시들이 매력이 넘친다.
역사의 향기가 느껴진다.
대형거울에 비친 나그네의 모습.
어느 동네 어귀에서 쉬고있는 나그네에게 커피를 들고 온 친절한 부부. 아마도 걷고 있던 나그네를 익히 눈여겨 보아둔 듯하다.여자분에게 혹시 따님되시느냐고 물으니 와이프란다. 순간 이 분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해진다. 급기야는 맛있어보이는 과자와 10유로의 노잣돈도 챙겨주신다. 나그네의 의문의 1승이다.
연식이 오래된 주택이지만 태양광을 알뜰하게 얹어서 아름답게 느껴지는 그림이다.
갑자기 한 무리의 주민들이 아이들을 태운 자전거를 끌고 지나간다. 이중 젊은 주부는 나그네를 반기더니 자신은 일본인이란다. 필자의 걸어온 이야기, 그리고 히로시마에서 나가사키까지 걸은 이야기를 포함해서, 듣더니 연신 감탄사를 낸다.
또 한팀의 가족은 독일인 가정이다. 특히 앞에 찍힌 꼬마는 나그네를 무척 좋아한다.
드디어 알프스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한다.
뮌헨을 출발한 지 일주일쯤 지나 알프스로 들어가는 입구에 도착한 것이다.
이원영 객원편집위원
(글쓴이 이원영은, 국토미래연구소장이자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 대표로서, 주로 도보행진을 통하여 탈원전운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