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기
지구촌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올림픽 축제
색색의 국기가 응원을 한다
얼음 나라, 사막 나라
캥거루 나라, 코뿔소 나라
흑인 나라, 백인 나라
아무 차별 없이 당당하게
실력을 겨루는 올림픽 경기장
나란히 어깨동무한 국기들
달리다가 쓰러진 친구
어서 일어나라
펄럭펄럭
더 높이
더 빠르게
허공을 흔드는 국기들
국경을 허무는 웃음이
쉴 새 없이 펄럭인다
우리집 벽화
30년이 넘은 우리 아파트
장마철도 아닌데
벽지가 몽땅 젖었다
12층 보일러 터지고
9층 화장실 터졌는데
물은 8층 우리집으로 모인다
똑 똑 똑 또르륵
어느 길로 오는 걸까
물길 찾는 관리소 아저씨
똑똑 떨어지는 땀방울도
우리집에 고인다
눅눅한 벽을 타고
그림 그리는 곰팡이
냄새까지 묻혀
거실 벽을 알록달록 칠한다
화장실 물
설거지물
수돗물까지 모여
붓질을 해대고 있다
우리 집이
그리도 좋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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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란 동시는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적 화자가 청자인 독자에게 전달하는 일정한 줄거리를 가진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어떤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서 상대방에게 설명하는 일을 말한다. 일정한 줄거리를 가지고 하는 말이나 글이 곧 이야기다. 전영란 시인은 자신의 작품에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도입하여 어떤 구체적인 사건이나 사실을 전하면서 그로부터 얻어진 깨달음이나 진실을 보여준다. 그것은 '이야기를 말하는 시' 즉 이야기시로 , 내면의 주관적 표출인 서정시와는 달리 서사 구조를 갖고 있다. 전영란 동시는 언어 미학적으로 이미지를 중시하는 전통의 동시와는 구별되는, 동심이 담긴 이야기 체 시라는 점에서 그 가치와 개성을 지닌다. 그의 시가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 있기에 동시의 1차 독자인 어린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며, 또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동시라는 것은 큰 장점이다. (신현배 해설)
편집: 조형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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