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특검 수사를 통해 내란의 실체 전모를 밝혀 엄벌하고 헌법 파괴의 숙주를 제거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적(敵)이 민주주의 제도를 악용해 권력을 장악하고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시도가 방치되어선 안 된다. 이것이 바로 헌법이 위헌정당 해산 제도를 둔 이유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과 국힘당 해체를 요구하는 시민들 . 경복궁역 (사진 :필자)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과 국힘당 해체를 요구하는 시민들 . 경복궁역 (사진 :필자)

방어적 민주주의

국민의 기본권 중 생존권과 같은 현대적 권리 개념을 헌법에 명시한 최초의 사례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 이후 수립된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헌법이다. 이 헌법은 민주주의 이념을 충실히 담아낸 대표적 모범 사례로 평가받았지만, 불행하게도 아돌프 히틀러에 의해 파괴되었다.

히틀러는 "가장 좋은 헌법과 국가 형태는 가장 좋은 두뇌를 가진 인물을 중요 직위에 앉히는 것", "협의가 아닌 결정은 한 인간만이 내리는 것"(히틀러의 나의 투쟁)이라며 다수결과 의회 민주주의를 부정했다. 또한 국민주권과 공화주의 등의 헌법적 원칙을 경시하며 소수 엘리트 지배를 주장했다. 그는 바이마르 헌법의 제도적 허점을 악용하여 선동과 기만으로 권력을 장악한 뒤, 수권법을 통해 헌법을 무력화하고 독재 체제를 수립했다. 그 결과 유대인 600만 명 이상을 학살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도발하여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을 초래했다.

이러한 역사적 교훈에서 비롯된 것이 바로 위헌 정당 해산제도이다. 이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극단적 정치 세력으로부터 체제를 지키기 위한 방어적 민주주의(defensive democracy)의 일환이다.

1952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히틀러를 미화하고 유대인 혐오와 반공주의를 선동하며 민주적 기본 질서를 부정한 나치 후신 사회제국당(SRP)을 해산했다. 이는 바이마르 공화국이 나치에 의해 붕괴된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단이었다. 이후 독일은 극단주의 정당에 대한 감시와 해산을 정당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있다.

정당의 자유와 헌법적 책임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결집하고 표출하는 민주주의의 핵심 주체이다. 따라서 정당의 자유로운 활동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이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 표현과 집회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 위에 서 있으며, 민주 사회의 본질적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당은 단순한 사적 결사가 아닌,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로서 국민주권, 공화주의와 직결된다. 공화주의는 공동체 정신, 상생, 균형, 평등을 중시하며, 이는 우리 건국 이념인 홍익인간의 정신이기도 하다.

대다수 선진 민주국가는 정당 해산 조항을 두지 않지만, 독일처럼 역사적 교훈을 가진 일부 국가는 극단주의의 위협을 막기 위해 방어적 민주주의를 제도화했다. 우리 헌법 역시 정당 해산 조항을 둠으로써 정치적 자유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나치 히틀러와 같은 민주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세력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금년 1월15일 한남동 관저 앞/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체포 요구 철야 농성/(사진:필자)
금년 1월15일 한남동 관저 앞/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체포 요구 철야 농성/(사진:필자)

내란 세력의 위험성과 민주주의 수호

우리 국민은 최근 내란 세력에 맞서 평화적 시민 저항투쟁으로 국민주권 정부를 탄생시켰다. 이는 오랜 기간 힘든 투쟁의 결과이며, 내란 수괴 파면, 대선 승리, 대통령 취임까지 지난 모든 과정은 피 말리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촛불''응원봉'이라는 상징은 유혈이 아닌 시민의 연대와 자발성으로 이뤄낸 민주주의의 승리를 상징한다.  

민주주의를 위한 국민적 저항의 거대한 물결이 없었다면, 윤석열 일당은 내란 지지 세력 을 등에 업고 제2, 3의 내란을 넘어 내전까지 획책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1930년대 후반 스페인에서 터졌던 프랑코 쿠데타로 인한 비극적 내전의 공포까지 느껴야 했다.

지난 6월 대선에서 민주 세력은 압도적 승리를 기대했지만, 내란 정국에서 선거가 실시되었음에도 내란 세력을 옹호하는 정당이 40% 이상 득표했다. 이는 내란 세력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준다. 언제 내란 세력에 의한 민주주의 후퇴, 2, 3의 내란이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내란 세력의 견고한 카르텔, 내란의 숙주, 그 정치 세력이 엄존하기 때문이다.

위헌적 정당 존재의 심각성

12.3 비상계엄 선포는 내란이었다. 비상계엄 선포의 헌법적 어떠한 조건도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헌법기관의 침탈, 정치적 반대 세력의 체포를 시도했으며, 북한을 자극하여 전쟁 발발을 유도하기도 했다. 또한 정당과 언론기관의 접수를 위해 병력을 출동시켰다.

그동안 파면된 내란 수괴는 수십 번의 국회 통과 법안의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 다수당과 대화와 타협을 거부했다. 이는 사실상 의회 민주주의와 다수결 원칙을 부정한 행위이다. 검찰을 사유화하여 정치적 반대파를 탄압했고, 수많은 조작, 은폐, 부정 등 불법을 자행해왔으며 공공연히 가짜 뉴스를 전파했다. 이는 희대의 독재자 히틀러의 정치적 행태와 다를 바 없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손바닥에 왕()자를 쓰고 다녔던 자로서 헌법, 국민주권, 공화주의에 대한 건전한 의식이 전혀 없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국민의힘당은 내란 수괴를 배출한 정당이다. 이 당의 다수 의원들은 내란 수괴와 한 몸이 되어왔으며, 비상계엄 해제와 내란 진압에 비협조적이었고, 탄핵소추안도 당론으로 반대했다. 이들은 노골적으로 내란을 옹호, 동조하던 극우 성향의 정당(자유통일당)과 긴밀하게 연대했고, 내란 수괴 체포 영장 집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심지어 그 자통당의 전 대표(김문수)는 내란 수괴 배출당의 대선 후보가 되기도 했다. 국힘당은 또한 자당이 정상적으로 선출된 대선 후보를 불법적으로 교체도 시도했다.

이같은 행태는 헌법상의 민주적 기본 질서를 부정하는 위헌 행위이며, '민주적 정당 운영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52년 독일 사회제국당 해산 결정의 사유와 그 궤를 같이하며헌법재판소가 헌정 질서 수호의 관점에서 해당 정당의 존립 여부를 심사해야 할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  

국민주권 정부의 완성

정치적 자유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세력에 대한 방어 장치를 내포해야 한다.

한나 아렌트는 그녀의 명저 혁명론에서 피의 숙청이 반복된 프랑스나 러시아 혁명을 실패한 혁명으로 규정하고, 폭력적 수단이 아닌 시민 공동체의 합의와 소통을 통한 새로운 권력의 탄생을 진정한 혁명으로 보았다.

애국 시민들은 폭력이 아닌, 수백만의 연대와 소통, 자발적 행동으로 헌법 파괴 세력을 제압했다. 이는 역사상 거의 유례없는 평화적 방식의 구체제 해체이며, 진정한 혁명의 표본이다.

그러나 이를 완성하려면 언론 및 검찰, 교육 개혁 등이 수반되어야 하고 바른 민주시민 교육, 역사교육도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철저한 특검 수사를 통해 내란의 실체 전모를 밝혀 엄벌하고 헌법 파괴의 숙주를 제거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적()이 민주주의 제도를 악용해 권력을 장악하고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시도가 방치되어선 안 된다. 이것이 바로 헌법이 위헌정당 해산 제도를 둔 이유이며, 민주주의와 헌법 정신을 지키는 길이다.

 

편집: 김영수 객원편집위원. 조형식 편집위원

김영수 객원편집위원  kimy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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