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2009년 4월 22일 노무현 대통령 명품 수수 의혹을 최초로 보도합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일 전인 5월 13일 SBS는 ‘논두렁 시계’를 단독 기사로 내보냅니다. 이른바 ‘받아쓰기’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입니다. 63세로 생을 마감한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언론은 뼈아픈 성찰과 책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권 대통령실, 국정원, 검찰이 자행한 ‘망신 주기’ 수사 행태보다 당시 언론은 더 큰 책임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직 수행 당시 노무현은 1억짜리 피아제 시계의 존재를 몰랐습니다.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이명박 정권이 수사의 칼날을 휘두르자 봉화 마을에서 재산 목록을 작성하던 도중 알았다는 게 역사의 진실입니다. 다시 말해 노무현은 죄를 짓지도 않았고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언론들은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며 없는 사실을 진실인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사실이 아닌 거짓 보도임에도 언론은 권력의 농간에 장단을 맞추며 사회의 공기(公器)로서 본분을 망각했습니다.
사실 ‘논두렁 시계’는 거짓 보도입니다. 있지도 않은 피의사실을 조작해 흘린 것을 언론이 ‘받아쓰기’한 것이지요. 그렇게 절대다수 언론은 노무현의 ‘위선’을 들춰내고 ‘도덕성’을 비판하는데 광분했습니다. 진보 언론들마저 노무현을 비판하자 그는 “더 이상 자신과 민주주의를 연결 짓지 말라”며 절망했습니다. 인생 전체를 부정당하는 현실에서 인간 노무현이 겪었을 상실감은 어떠했을까요? 그가 느꼈을 절망감을 곰곰이 생각하면 16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유서를 남기고 봉화산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할 때 노무현은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마찬가지로 강선우 장관 인사청문 과정에서 다시 ‘받아쓰기’가 등장합니다. ‘갑질’이란 표현은 초장에 인격을 말살하기에 최적의 무기임을 재차 확인한 셈이지요. 사실이 아닌 거짓 보도임에도 경향신문 ‘단독 받아쓰기’ 기사는 대중의 여론을 왜곡하고 낙인찍기에 결정적으로 기여합니다. 2025년 7월 9일자 경향신문(김송이, 김원진 기자)은 단독 보도로 <[단독] 강선우 의원실엔 무슨 일이? 5년간 46번 보좌진 교체···20대 의원실 평균의 3배> 기사를 내보냅니다.
물론 국민의 힘 한지아 의원실에서 받아 쓴 내용입니다. 그러자 다른 신문과 방송 언론들도 앞다퉈 재탕하며 보도합니다. 청문회를 코 앞에 두고 ‘갑질’ 논란이 화제로 급속히 떠오른 순간입니다.
처음부터 강선우 후보는 ‘갑질하는 위선의 표본’이자 ‘도덕성에 흠결이 큰 후보’로 낙인이 찍혔습니다. 벗어나기 어려운 구도로 인사청문회가 흘러가도록 틀을 사전에 짜버린 셈입니다. 그리고 청문회 갑질 논란과 위증을 운위하며 강선우 후보는 ‘갑질 강선우’라는 표현으로 장관 자격이 없다고 단언합니다. (2025. 7. 16. 경향신문 사설 <‘표절’ 이진숙· ‘갑질’ 강선우, 국민주권정부 첫장관 자격없다>를 참고하십시오.
연이어 여성단체와 참여연대조차 16일 비판 성명서를 통해 강선우 후보가 장관 자격이 없음을 주장합니다. 20년 넘게 후원하는 시민단체이지만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자 실망스럽고 우울한 날이었습니다. 한국 사회 내로라하는 NGO임에도 저렇게 가벼울 수가 있는지 의아할 뿐입니다. 7월 9일 강선우 장관 후보의 갑질 논란 포문을 연 경향신문은 이후에도 7월 14일 강선우 후보 갑질 의혹 기사를 싣습니다. (2025년 7월 14일 김송이, 김원진 기자, 보좌관에 “현관 앞 쓰레기 버리라” 메시지 공개···강선우, 거짓 해명 했나)
거기다 7월 9일 SBS 단독보도를 시작으로 집 양변기 ‘갑질’ 논란까지 여러 매체에서 뉴스로 도배되었습니다. 진보 언론으로 평가받는 한겨레 신문(2025.7.10)조차 그에 동조하는 보도기사(보좌관 46차례 갈아치운 강선우…‘집 변기 수리’ 지시 등 갑질 의혹)를 싣습니다.
이쯤 되면 장관 이전에 인간 강선우의 인격을 말살하는 수준입니다. 공적인 업무가 아닌 것을 보좌관에게 부탁한 점은 강선우 의원 개인의 불찰임은 분명합니다. 사적인 집안일을 부탁한 것이니까요. 그러나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로서 비데 노즐에서 물이 새고 일에 쫓기는 국회의원 신분으로서 집 가까운 몇 분 거리 지역 보좌관에게 조언을 구한 게 그렇게 인격을 말살할 정도로 비난받을 일인지 의아할 뿐입니다.
지역 보좌관이 수리한 것도 아니고 비데 수리업체에서 출장 나와서 수리한 것을 두고 마치 지역 보좌관에게 집 변기 수리를 시켰다는 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명백히 허위 왜곡 보도이자 언론이 해서는 안 될 거짓 보도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 언론계의 수준이자 그 천박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장면입니다.
적어도 언론인이라면 객관적인 사실을 정확하고 균형 있게 보도해야 합니다. ‘받아쓰기’로 특종을 잡거나 단독 기사를 쓰는 데 광분할 게 아닙니다. 그것이야말로 기자답지 못한 태도입니다. 기레기가 괜히 나온 용어가 아닙니다. 기자라면 적어도 직접 발로 뛰면서 취재하여 진실을 기록하고 알려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 한 편을 소개합니다. ‘제주 강정마을 지키미’로 활동했으나 직장 내 갑질로 고통을 받았던 김가미 비서관의 어머니가 직접 쓴 글입니다. 강선우 장관 후보야말로 ‘성정이...갑질할 분이 아니라며’ 보좌관 ‘갑질’ 논란이 언론에 도배되자 김가미 비서관이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충격 받은 사실을 올린 내용입니다.
[오영애님이 <몇 번을 망설이다 쓰는 글> 7월 12일 오전 8:51 ·
먼저 이 글이 이슈를 더 키우는 건 아닐까 염려가 듭니다. 그래서 계속 망설였습니다. 그럼에도 쓰는 건 사랑하는 제 딸이 식음을 마다하며 힘들어하는 걸 엄마로서 그냥 지켜볼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 딸은 강선우 의원실에서 근무하는 비서관입니다. 강선우 의원의 갑질 뉴스가 보도되었을 때 딸은 눈과 귀를 의심했습니다. 딸을 통해 강선우 의원의 사람 대하는 성정을 익히 알고 있었던 저 또한 그랬습니다. 보도가 나온 그날 이후 딸은 지금까지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합니다. 그런 딸을 보려니 다시금 눈물이 납니다. 딸은 예전에 직장 내 심한 갑질로 큰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때 병원에 입원하는 등 긴 치료도 받았습니다. 그 고통은 지금까지도 딸에게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강선우 의원에게 닥친 갑질이라는 단어가 더 충격으로 와닿았을 수도 있을 겁니다. 딸은 민주당과 진보 진영에 애정을 가지고 성장하였습니다. 십여 년 전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 지킴이로 6개월 간 빨갱이 소리 들어가며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그 열정을 담아낼 수 있는 직업으로 민주당 의원실 보좌진을 택해 오랜 기간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나름 역량을 가졌는지 지금은 홍보 쪽에서 이름이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딸과 강선우 의원과의 인연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마침 그즈음 쉬고 있던 딸이 선거 캠프 홍보 파트 자원봉사로 참여하면서 맺어졌습니다. 선거 후 강선우 의원이 아닌 당시 보좌관으로부터 의원실 근무 제안을 받았고, 자원봉사 때 함께한 의원실 직원들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엄마, 우리 의원님은 의원님 같지가 않아 진짜 친구같애”
의원실 출근 후 일주일 만에 딸이 한 말이었습니다. 엄마로서 더할 나위 없이 기뻤습니다.
딸의 트라우마가 평생을 갈까 늘 걱정이었는데, 이제 좋은 상사를 만났다니, 이젠 그런 일 없겠구나,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 후 딸은 총선과 전당대회 등 여러 번의 선거에서 강선우 의원을 보좌하였고, 12.3 계엄 땐 담을 넘다가 손가락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습니 다. 탄핵 때는 모두 그랬듯 주말마다 광장에서 함께 하였지요. 물론 항상 강선우 의원과 함께였지요. 그리고 이어진 대선까지 딸은 주말도 없이 자정을 넘겨가며 강도 높은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힘든 와중에서도 딸은 출근을 즐거워했습니다. 매일 일이 신나고 즐겁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밝게 일하는 딸을 그 이전 본 적이 없습니다.
강선우 의원이 보좌진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었다면, 소위 갑질을 일삼는 사람이었다면, 그 밑에서 비서로서 2년 가까운 기간을 그렇게 행복하게 근무할 수 있었을까요? 며칠째 밥알이 모래알 같다는 딸의 전화를 받고 어제 다시 신안에서 올라왔습니다. 도움이 될까 민어를 들고 왔습니다. 한끼라도 먹여볼 심산으로. 억지로 떠먹였습니다. 딱 두 숟갈 먹더니 멈춥니다. 그러곤 울먹이며 말합니다.
"엄마. 의원님도 지금 못 드셔. 의원님이 더 걱정이야“
딸은 오해로 고통받는 의원님 때문에 가슴이 찢어지고, 저는 마음 약한 딸 때문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강선우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삼십 년 이 바닥에서 살면서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자부하는 저는 확신합니다. 강선우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부하에게 갑질 따위나 하는 그런 사람이 절대 아닙니다. 평소 믿는 경구를 딸에게 들려주며 맺습니다.
"한 사람을 오래 속일 수 있고, 여러 사람을 잠시 속일 수 있겠지만, 많은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는 것. 그것이 진실이 가진 힘“
힘내세요. 강선우 의원님.
힘내거라. 사랑하는 가미야]
실제로 강선우 의원은 남모르게 선행을 실천한 분입니다. 2021년 지적 장애를 지닌 67세 노인이 폐지를 가득 실은 리어카를 끌다가 외제차 아우디를 긁었습니다. 아우디 소유자가 강력히 처벌을 원하자, 판사는 잔인하게도 벌금 30만 원을 선고해 버렸습니다. 그러자 강선우 의원이 몰래 벌금을 대납했습니다. 폐지를 리어카에 한가득 실어도 5천 원이 될까 말까 한 현실에서 30만 원은 그 노인에게 너무나 큰 액수였습니다.
리어카 사건은 결코 마음이 따뜻한 분이 아니라면 감히 선행을 실천할 수 없는 사건입니다. 게다가 보좌관을 통해 가난한 노인에게 쌀과 고기도 보내고 관할 주민센터에 복지서비스를 받고 있는지 확인까지 해주었습니다. (강청완 SBS 기자 2021년 6월 5일자 기사 참고하십시오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343951&plink=SHARE&cooper=COPY)
아무 연고도 없는 약자를 바라보는 강선우 장관 후보의 평소 시선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강선우 의원은 강서구 갑 지역구에서도 평판이 매우 좋습니다. 지난 22대 총선에서도 60%에 가까운 득표로 2위 국민의 힘과의 격차가 20% 가까이 날 정도로 압승한 지역입니다.
갑질의 프레임을 씌워 도덕성을 비난하는 ‘받아쓰기’ 언론은 더 이상 이 땅에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점에서 시민언론 민들레 김호경 에디터는 서울신문이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국회 사무처 자료를 분석한 7월 17일자 기사(서울신문 김성은 기자, <[단독] 국회의원 138명, 강선우보다 보좌진 '더 자주 교체'…4년 분석 결과>
http://www.seoul.co.kr/news/politics/congress/2025/07/17/20250717500156)를 인용해 ‘받아쓰기’ 기사의 문제점을 통렬하게 비판합니다. 전체 의원 보좌진 평균 면직자 수가 23.9명인데 강선우 의원 보좌진 면직자는 23명으로 전체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 보도기사입니다. 명백히 왜곡 보도임에도 서울신문 이외에 다른 언론들은 단 한 곳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며 언론의 의도성을 비판합니다.(시민언론 민들레 김호경 에디터 2025년 7월 18일자 기사 <강선우 갑질 논란에 드리운 마녀사냥의 그림자>
(http://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4625)
설령 보좌관 갑질을 주장한다면 양쪽 모두를 직접 취재해 진실에 접근한 상태에서 균형 있게 보도해야 마땅합니다. 한쪽 이야기만 듣고 상대를 ‘갑질’이라며 도덕성을 운위하는 행태는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닙니다. 더구나 강선우 의원을 칭찬한 보좌관들 인터뷰한 내용을 기사화하지 않는 것은 균형을 잃은 보도 태도입니다. 결국 판단은 국민이 하겠지만 내일 대통령실에서 임명 여부를 결정한다고 하니 이재명 대통령의 현명한 결단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번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언론계 스스로 자기 성찰과 혁신을 촉구합니다.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 조형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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