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 남녀 청소년의 소통을 위해 학교를 '공적 담론의 장'으로 만들 수 있을까

지난 7월 24일 저녁 8시. 오마이뉴스 편집부에 ‘초중고등학교 시민교육 강화 방안’에 관한 기사를 송고하였다. 학교시민교육교원노조 집행위원장이면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기도 해서 기고했다. 우리 노조는 21대 대선 기간 중 더불어 민주당이 만든 교육 공약 웹 홍보물을 보고 ‘초중등학교 시민교육 강화 공약’를 어떻게 제도화시킬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 기사는 국정기획위원회 홈페이지의 ‘모두의 광장’에 ‘초중등학교 시민교육 강화 공약에 관한 제도화 방안’으로 제안되었던 내용을 좀 더 쉽게 설명했다. 이 방안에 대한 필요성과 이런 방안을 성공시킨 외국 사례를 소개하는 기사였다.

 

21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중앙선대위 교육위에서 내건 교육 공약 중 네 번째 <초중고 시민교육 강화> 웹 포스터와 그에 근거해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 위원장인 정유진 선생님이 <모두의 광장>에 올린 초중고 시민교육 공약 제도화 방안 제언 글(출처 : 김원태)
21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중앙선대위 교육위에서 내건 교육 공약 중 네 번째 <초중고 시민교육 강화> 웹 포스터와 그에 근거해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 위원장인 정유진 선생님이 <모두의 광장>에 올린 초중고 시민교육 공약 제도화 방안 제언 글(출처 : 김원태)

 

송고한 기사 제목은 “초중고등학교 시민교육 강화 공약 - “양두구육? 이번에는 확실해?”. 부제목은 “학교시민교육노조 - ‘도덕·시민’ 과목과 ‘헌법·정치’ 과목 시급히 개설 촉구”였다. 기사를 보내고 밤새 기사로 채택되었는지 초조한 마음(기사로 채택되지 않으면 어찌해야 하나 걱정하면서)으로 기사 검색하다가 잠이 들었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에서는 25일 오전에 기사 제목을 “한국 15점, 유럽 90점... 초중등 시민교육 강화 시급하다”로, 부제목은 “청소년의 독립적 사고와 판단 능력 기르기는 민주공화국 최우선 과제, 대통령이 결단해야”로 바꾸어 게재하였다.

 

편집자가 부제목에서 부각시킨 “대통령이 결단해야”

김원태 학교시민교육교원노조 집행위원장이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변경된 기사 제목(출처 : 김원태) 양두구육이라는 좀 더 강력한 제목으로 기사를 송고했으나 오마이뉴스 편집부에서 순화한 느낌이다. 다만, 부제에서 <대통령이 결단해야>라는 표현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김원태 학교시민교육교원노조 집행위원장이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변경된 기사 제목(출처 : 김원태) 양두구육이라는 좀 더 강력한 제목으로 기사를 송고했으나 오마이뉴스 편집부에서 순화한 느낌이다. 다만, 부제에서 <대통령이 결단해야>라는 표현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주제목과 부제목에 양두구육? ‘도덕·시민’ 과목과 ‘헌법·정치’ 과목 시급히 개설 촉구라는 내용이 빠져 섭섭했다. 무난하게 제목이 다듬어진 점이나 노조의 구체적 제안 내용이 추상적으로 표현된 점이 아쉬웠다. 그러나 편집부가 부제목에서 부각시킨 “대통령이 결단해야”라는 표현을 보고 안도했다. 이 기사 말미에 쓴 다음 내용을 편집자가 기가 막히게 부각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유·초·중등 교육에서 청소년이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형성하는 것은 민주공화국의 최우선 과제이다. 국가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 현 대통령도 “백년지대계 교육은 국가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초·중·고등학교시민교육 강화’ 문제는 대통령이 결단할 문제다. 1970년대 초 독일 수상 빌리 브란트처럼, 1980년대 중반 프랑스 대통령 프랑수아 미테랑처럼, 1990년대 말 영국 수상 토니 블레어처럼> 

 

초중고 시민교육 강화 제도화 방안을 촉구하는 기사를 보냈을 때 이재명 대통령이 새벽 4시 33분에 보내준 <감사하다>는 답장에 스스로 놀랐다(출처 : 김원태)
초중고 시민교육 강화 제도화 방안을 촉구하는 기사를 보냈을 때 이재명 대통령이 새벽 4시 33분에 보내준 <감사하다>는 답장에 스스로 놀랐다(출처 : 김원태)

 

“제가 전화기를 지금 수십 년째 같은 걸 쓰고 있는데”

이 기사 내용을 널리 알리기 위해 여러 카톡방에 날랐다. 조합원의 홍보 책무를 다한 것 같아 우쭐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웬걸 “대통령이 이 기사를 읽어나 보려나 몰라”라는 반응이 들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31일 고위공직자 워크숍 '국민주권시대, 공직자의 길'이라는 특강에서 “제가 전화기를 지금 수십 년째 같은 걸 쓰고 있는데 대통령이 되면서도 아직 안 바꿔 이런저런 많은 메시지를 웬만하면 다 읽어본다”라고 말씀하시는 장면을 유튜브를 통해 보고 듣는 순간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성남 시장으로 재직할 때 저장해 두었던 전화번호가 내게 있고, 더구나 가끔 내가 보낸 잔소리(주로 학교 시민교육에 관련된 내용이지만)에 꼭 간단한 인사말이라도 남겨 준 적이 여러 번 있었기에 문자를 보냈다. 8월 3일 내 이름도 모르는 ‘이재명시장’에게 위 오마이뉴스 기사 주소를 포함한 위와 같은 문자를 보냈다. 기대하지 않은 답장이 8월 5일 오전 4:33에 “감사합니다”라는 문자로 왔다.

 

휴가중 새벽 4:33에 문자에 답글 보내는 대통령

답장 시각이 오전 4시 33분인 것을 확인하고는 기쁘기도 했지만, 이 사실을 참모들이 알면은 얼마나 잔소리를 들으려고 이러시나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쓴다는 시중의 이야기 중 대표적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이 대통령은 어디선가 의미 있는 소리가 있으면 반드시 듣고 있습니다. 누군가  한테 의견을 물어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뒤져보기도 하고 커뮤니티도 가고 다  양한 방법으로 의견을 종합하는데, 이 의견을 종합하는 마음이 가장 큰 사람이요. 그 각종 SNS들, 커뮤니티들, 유튜브들, 주요한 의견 표명이 있는 소스들을 다 뒤져 봅니다.”(유튜브, 한다면 하는 이재명의 상호주관성)

 

동행 체계로 가려는 마음은 초중고 학생들에게도 향할까?

위 문자 화면 캡처 사진을 ‘대통령이 기사를 읽어나 보려나 몰라’라고 말한 친구에게 의기양양하게 보냈다. 그 친구에게서 “그 양반이 하루에 보통 700여 개의 문자를 보고 답을 한다는데 어디 그 긴 기사를 그 새벽에 읽어볼 시간이 있겠느냐”는 구사리를 얻어 듣고 말았다. 그런들 어떠랴, 대통령이 동원 체계가 아니라 동행 체계로 가려는 마음, 독단적 주관성의 시대에서 상호주관성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애쓰는 대통령의 마음을 내 몸으로 직접 확인했으니 더 이상 기쁠 수가 없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중학교 과정과 고등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쳤다. 대입 입시도 고등학교 검정고시 준비하면서 8개월 만에 마쳤다. 대부분의 보통 사람을 이해하기는 교육적 정책 집행에서 어려울 수 있다. 지능에서 덜 타고 난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서 교육에 무관심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교육 문제에 관해서 최소 수혜자의 관점으로 살펴보셔야 되지 않을까? 대통령 이재명과 동행 체계로 가려면은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청소년이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형성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학교를 '공적 담론의 장'으로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는 이유

학교는 학교 시민들의 '공적 담론의 장'이 되도록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 학교에서 최소한의 '공적 담론의 장'(박구용)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도덕 과목과 (일반)사회 과목을 개혁해야 한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은 1950년대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과목의 정체성 변경에 유연했는데, 한국은 70년 이상 도덕 과목과 (일반)사회 과목의 정체성이 변하지 않고 있다. 농경 시대에 만든 과목 정체성을 AI시대에도 계속 고집하는 것은 한국 정치문화가 세계 70위권을 계속 유지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도덕과 사회과 교육학자들이 모여 차기 교육 과정 개정 시기(2030년)에 논의할 수 있다는 말은 교육 과정 수시 개정 체제를 무시하면서 무력화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검찰의 민주화를 위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안을 소관 부처에 면밀하게 검토시켰더니, 소관 부처인 검찰청에서 개헌 이후 준비 기간 5년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판단해서 검찰 개혁을 차후로 미루는 것과 같다.

일부 학자들이나 몇몇 교육계 고위관계자들이 하는 “교육개혁이 검찰 개혁보다 더 힘든 일이다”라는 자조 섞인 말을 늘 들어오고 있었다. 70년간 켜켜이 쌓여온 한국의 도덕과 (일반)사회과의 문제를 독일, 프랑스, 영국, 다시 말해 빌리 브란트, 프랑수와 미테랑, 토니 블레어가 했듯이 최고 정치 지도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도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두터운 교과목의 기득권 구조 때문에 변화가 불가능하다. 지금 10대 20대 30대의 같은 세대 내의 남녀 갈등 문제와 정치 갈등 문제는 곧 40대로 확대될 것이고, 10년 후에는 50대로 확대될 것이다. 시민교육에 대해 대통령의 결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

김원태  kwt5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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