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왕좌왕하는 80대 재미 교포 안내하기

홍대입구역에서 환승하기 위해 역내 꽃집을 지나서 천천히 2호선 탑승장으로 향하는데, 어르신 한 분이 살그머니 종이를 내미신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택시 타는 곳을 알려달라고 하신다.

몇 번 출구가 편하실까? 생각하다가 다시 행선지 여쭤보니 국립박물관이라고 하신다. 아마도 '케데헌'의 열풍은 이 분께도 닿았던 모양이다.

 

홍대입구역 역내에 있는 꽃집 전경
홍대입구역 역내에 있는 꽃집 전경

 

그 순간 동시에 떠오른 건 경의중앙선 탑승장이다. 이촌역에 내리시면 바로 그곳까지 연결되니 얼마나 다행인가? 

이런 말씀을 드리고나서 지나온 길로 돌아서는데, "이제 마지막 한국 방문이 될 것 같아요."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되물으니 80대 초반이라고 하신다. "90대 어르신께서도 건강하게 활동하시는 분이 많으니 자신감을 갖고 자주 모국을 찾아 오세요." 격려의 말씀을 드리며 걷다 보니 어느새 탑승장이다.

5번 째 정거장인 이촌역에 내리시라고 여러 번을 전하니 고맙다고 끄덕이신다. 천천히 2호선 환승하는 장소로 이동하며 꽃들을 바라보니 오늘따라 유난히 더 예쁘기만 하다.

이상직 주주  ysang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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