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학의 '쉬운 역학(易學)' 59. 아리랑은 고개인가?

김상학 주주통신원l승인2017.12.26l수정2017.12.26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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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고부(姑婦姑婦)라는 말이 있지요. ‘그 시어미에 그 며느리’라는 말이지요. 시집살이를 호되게 당한 며느리가 ‘나는 며느리를 보면 그런 식으로 고생시키지 말아야지’라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는데 시어미가 되고 나서는 다시 대물림을 시킨다는 말이지요. 일본말로는 ‘고부고부(五分五分)’가 엇비슷하다는 뜻이라는데 우연히도 함께 잘 어울리는 말이네요. 이런 경우는 입장이 바뀌었을 때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을 실천하려면 아픔과 노력 없이 그냥 되는 일이 아니겠지요.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 처음은 비극으로, 다음은 희극으로’는 헤겔의 글에 마르크스가 덧붙인 말이라고 하지요. 헤겔은 <역사철학강의>에서 “정치적 혁명은 반복되면 사람들이 승인한다”며 “반복됨으로써 처음에는 단지 우연처럼 보였던 것이 실제적이고 공인된 실체가 된다”고 했다네요. 마르크스가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역사의 반복’을 언급한 것도 ‘역사적 필연성에 대한 우회적 표현’이란 해석이 있다지요. 역사가 두 번째 반복될 때는 ‘익살극’처럼 옛 제도와 즐겁게, 그리고 필연적으로 결별한다는 뜻이겠지요(여현호 선임기자).

그런데 개인이나 사회, 나라의 고난이 악순환하지 않으려면 어떤 혁명적인 사건(?)이 있어야 할까요? 그 고생과 고통과 고난을 단절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그 고생, 고통, 고난을 녹여서 승화시킬 수 있는 구성원의 노력이 있어야 하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기도와 진리 공부’를 해야 함에 대해 이미 소개한 바 있지요(연재물 55회). 좋지 못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역사인식>이 있어야 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지요.

'고부고부'라는 말은 시어미와 며느리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입장이 바뀌었을 때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요. 또한 나이 먹으면서 공부하지 않고 있을 때 사람 관계 속에서도 벌어지는 현상들이지요. 공부하지 않는 노인들이 성질을 부리고, 화를 내고, 깡마른 수숫대처럼 변해가는 모습에서 알 수 있지요. 물론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겠지요.

학문은 배가 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것과 같아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후퇴한다(學問如逆水行舟 不進則退)는 말씀이 있지요. 이미 공부를 했던 사람들이라도 지속하지 않으면 고루(固陋)해진다는 의미겠지요. 배우지 못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오히려 배운 자일수록 더 유치하고 아집과 아만과 편견이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 땅의 많은 노인들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지식’이라는 것은 굳어지면 의식의 가시로, 유리 조각으로, 사금파리가 되어 타인들에게 상처를 주는 편견들이 되니까요. 편견을 녹일 수 있는 ‘진리’ 공부로 승화시켜야 하겠지요. 개인의 차이와 다름들, 그리고 이념과 사상의 공통분모가 진리라는 철학적 사유이겠지요. 그 진리 공부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는 공부’가 아니라 ‘달을 보고 깨어나는 진리 공부’가 되어야겠지요. 그러면 당연히 개인의 한과 민족의 한을 집단의 공약수인 ‘기도와 진리 공부’로 녹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지난 연재물에서 <아리랑> 노래는 너무 ‘아리고 쓰려서’ 부르지 말자고 했지요. 그런데 어찌 그럴 수 있을까요? 우리 민족의 세포 속에 유전자로 올올이 전해지는 정서의 질기디 질긴 끈인데요. 이제는 <아리랑>을 부르더라도 깨어나는 공부를 하면서 노래하면 되겠지요. ‘고부고부’라는 말을 생각하며 고통을 반복시키면 안 된다는 다짐을 하면서 말이지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랑은 강원도의 ‘정선 아리랑’, 호남 지역의 ‘진도 아리랑’ 경상남도 일원의 ‘밀양 아리랑’ 등 3가지라지요. 이 지역의 많은 민간단체들은 해당 지방 아리랑의 보존을 위해서 헌신하고 있다고 하네요. 대부분 해당 지역의 명창이 주도하고 있는 아리랑 보존회들은 전문 소리꾼, 그리고 특별 프로그램에 따라 훈련받은 연구자들이 있다고 하지요.

아리랑 보존회는 공연, 전수교육, 홍보, 해당 지방 아리랑의 고유한 특징을 강조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면서 해당 아리랑의 보존 및 전승에 힘쓰고 있다네요. 이들 단체 중에서도 특히 정선아리랑 보존회, 진도아리랑 보존회, 밀양아리랑 보존회 등이 대표적이라 하지요(네이버).

▲ 연해주 지방에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된 고려인 음악가들과 국내로 이주한 고려인, ‘세월호 유가족 416합창단’이 구슬픈 <고려 아리랑>을 부르는 모습 (한겨레21)

‘정선 아라리’는 아리랑의 유래 중에서 가장 힘이 있다고 하네요. 정선 아리랑의 형태는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한 산악인의 노래로 신가(神歌) 기능을 한 것으로 추정해 본다지요. 정선 지방에 불리는 정선 아라리는 800여 수가 넘는다는데 그 후렴을 보면

♪아라리 아라이 아라리요. 아의랑 고개로 뢰모난다♫

벙어리 읊조리는 심정을 누가 알리오.

배고픔은 떳떳한 일.

절의를 잊지 말고 천신만고를 이겨내자.

고려 왕조 때 7신하가 우리는 망해도 두 임금은 섬길 수 없다 하여 지금의 거칠현동으로 옮아와 과거에 모시던 임금을 사모하며 충절을 맹서하고 입지시절의 회상과 고향 가족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고난의 심정을 읊었다는 전설이 있다고 하지요(국어국문학 자료).

결론적으로 ‘아리랑’은 한국인이면 누구나 간직하고 넘는 고개, 마음속에 있는 고개, 한을 풀며 넘는 고개가 되겠네요. 따라서 〈아리랑 고개〉는 어떤 특정한 산이나 고개를 가르키는 고유명사는 아니겠지요. 오랜 세월 민중에게 회자되는 동안 조흥성과 조율성을 불러일으켰을 것이고, 거기에 시맛까지 고조시키는 공감력의 확대로 차차 상징적이고 은유적 의미가 부여되었다고 할 수 있지요. 그리하여 사랑, 이별, 풍자, 반항, 애국, 허무, 가난, 시련 등등에서 맺혔겠지요. 그러므로 아리랑은 맥맥이 민족의 마음속에 흘러 내려오는 ‘전통적 한’이 결정된 민족의 〈정신적 고개〉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편집자 주] 공자는 <주역>을 읽은 지 3년 만에 '지천명', 즉 하늘이 만물에 부여한 원리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주역은 동양학의 뿌리라고도 합니다. 동양의 가장 오래된 경전이란 뜻이죠. 주역은 유학에서 말하는 '삼경' 중 하나입니다. 원래 이름은 <역경>인데 '주(周)나라시대의 역(易)’이란 뜻에서 <주역>이라고 부릅니다. 한겨레 주주인 김상학 선생님은 현재 대학 교육원에서 주역 노자 장자 역학 등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요즘 동양철학 특히 주역에 대해 관심 갖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막상 호기심에 책을 들추면 너무 어려워 곧 덮어버리곤 할텐 데요. 이번 기회에 주역을 쉽게 접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김상학 주주의 '쉬운 역학(易學)'을 2주에 한 번 연재합니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김상학 주주통신원  saram5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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