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오딧세이아2 음양오행 vs 진보상생

광개토왕비 1화에서 출생의 내력을 성찰함으로써 위대한 고대(단군조선)를 기억Renaissance해낸 주몽은 중화의 강물을 건너 홀본忽本에 다양한 까마귀[本]들의 나라[都]를 건설한다. 주몽이 중화와는 상반되는 백성의 나라를 선포하자 홀본 일대의 5부족이 귀의하고, 그 소문은 만주와 몽고 지역의 여러 오랑캐족들에게 전해지고, 만리장성을 넘어 중화의 백성들에게도 해방의 봄바람을 불어넣었으리라. 오랑캐족들은 어찌하였을까? 한나라는 어찌 대응하였을까?

 

焉不樂世位       까마귀제왕들[焉]이 하늘의 아바타[世位 황제]를 사랑[樂]하지 않자

天遣黃龍來下迎王 하늘은 황룡을 버리고[遣] 물러남을 첨단화[來下]하여 왕을 영입했으나

王於忽本東岡     왕(주몽)이 홀본忽本을 사수[於]하며 동강東岡을 배척[於]하매

黃龍負昇天       황룡黃龍은 (주몽을)등에 태우고 승천昇天하였다.

(통론: 그러나 불락不樂한 때에 하늘이 보낸 황룡이 왕을 맞으러 내려왔다. 추모왕은 홀본 동쪽 산 위에서 용머리에 올라타고 승천하였다.)

 

‘언焉’은 오랑캐족의 왕(족장)이며, ‘세위世位’는 세상[世]에 강림한 ‘중화의 하늘(黃龍)’로서 곧 중국황제를 말한다. ‘낙樂’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제후가 사랑[樂 조공]하고 천자(또는 성인)가 사랑[樂 책봉]하면 백성들은 복종할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주몽이 까마귀[本]나라[都]를 세우자 오랑캐족장들은 (백성들이 황제의 책봉을 받은 족장을 따르지 않으므로)더 이상 황제를 사랑[樂 조공]하지 않았다. 그러면 중화는 어떻게 대응하는가? 황제를 버리고 참신한 황제를 옹립하여 천하의 족장(제왕)들을 회유한다.

그 주체를 ‘하늘[天]’이라 하였지만, 그것은 주역의 하늘[乾]으로서 유가儒家를 말한다. “황제[黃龍]를 버리고 물러남[下]을 첨단화[來]….” 왜 황제를 굳이 황룡이라 하였을까? 황제는 단지 ‘사람’이지만 黃龍에는 ‘퀸카[龍]’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니, 그 퀸카는 다름 아닌 ‘중화주의(물러남)’의 퀸카다.(군주가 죽으면 물러나는 신하, 아버지가 죽으면 밥그릇을 물리치는 효자, 서방이 죽으면 섹스를 사양하는 여자가 ‘물러남’이라는 중화주의이다.) 중화가 황제를 교체하고 깃털(물러남)을 업그레이드하여 새롭게 변신(陰陽)하면 천하의 백성들은 ‘변혁’이라 여길 것이니 족장(제왕)들은 다시 황제를 사랑하리라.

그러나 주몽은 홀본忽本을 사수[於]하며 동강東岡을 배척[於]하였다. ‘동강東岡’은 문맥상 굽이굽이 이어지는 중화의 맥(脈)이겠지만, 굳이 근거를 든다면 「후한서」‘주섭열전’ “어찌 그대 혼자 동강東岡의 방죽이 되어 東岡의 기욺을 막으려는가!”라는 구절이다. 주몽이 고집을 버리지 않자 중화로서는 제거할 수밖에 없었을 터, 자객(黃龍)을 보내 주몽을 시해하였으리라. 자객이 왜 黃龍인가? 세 개의 황룡을 비교하시라. 1행의 黃龍은 사람(有)이다. 2행의 黃龍은 사람(有)과 퀸카(문화)다. 마지막 黃龍은 자객의 가슴을 지배하는 중화주의(無)이다. 자객은 공자가 명령한 ‘극기복례克己復禮(공작새 한 마리를 죽이고 공작새깃털을 부활하라)’를 실천한 것이며, 중화는 또 한 번의 음양陰陽(큰 냇물을 건넘으로써 강을 건너지 않는 가짜변혁)을 수행한 것이다.

‘용龍’은 무적의 동물로서 천자를 상징한다. 또한 ‘용龍’은 상상의 동물로서 인간의 동경을 지배하는 ‘퀸카’를 의미한다.(주역 제1중천건重天乾 참조) 성인군자들이 공작새의 죽음(陰)과 부활(陽)로 ‘충효열(죽음)은 아름답다’라는 ‘중화주의 퀸카[黃龍]’를 거듭 업그레이드해나가면 중화의 메마른 하늘[乾]은 천하로 뻗어나가며 영생불멸하리라. 그렇다면 고구려는 어찌할 것인가? ‘화냥년(유화부인)은 아름답다’라는 반역anthesis의 깃발을 치켜들고 대항한다. 삼족오三足烏라는 다양[三]한 근본[足]의 까마귀들[烏]의 깃발 말이다. 따라서 '중화문명 vs 유화문명'의 충돌은 곧 '봉황 vs 삼족오'의 대결이라 할 것이니, 고구려인들이 벽화로 그려낸 또 하나의 '동북아역사의 파노라마'를 보시라.

두 개의 사진은 길림성 집안현에 있는 다섯 무덤 중 4호분(오회분4호묘 또는 통구4호묘로 불린다)의 사방 벽과 천정을 장식한 벽화들이다. 위 사진은 분묘의 동측면 상단 부분이며, 아래 사진은 서측면 상단부분으로서 천정까지 보여주고 있다.

벽화(벽화무덤)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우선 천정에는 용龍이 그려져 있다. 유심히 보면 천정은 하나가 아니다. 맨 위에 사각형 천정이 있으며, 그 아래 벽 밑에도 다시 그 아래에도 삼각형 천정이 보인다. 각각의 천정마다 의연한 용龍이 드러누워 있다면, 벽에는 천정(하늘)을 떠받치는 용龍이 힘겹게 버티고 서 있다. 그렇다면 광개토왕비의 용龍들을 생각하라. 용龍은 황제이자 ‘퀸카’이자 ‘의식’이었으니, 독자들도 짐작하리라. 천정의 용龍은 퀸카(내지 의식)이며, 벽에 그려진 무거운 짐을 진 용龍은 황제임을.

그렇다면 용이 드러누워 있는 하늘은 메마른 중화의 하늘[乾]일까? 바꾸어 말하면 황룡黃龍의 하늘인가? 연구자들은 천정에 보이는 용을 황룡이라라고 하지만, 색깔을 따지자면 황색보다는 다른 색이 더 많지 않은가. 두 개의 벽을 비교하라. 동쪽(위) 그림의 주인공은 ‘삼족오가 있는 태양’이며, 서쪽(아래) 그림의 주인공은 ‘(중국의 소호少昊를 낳았다는 황아의 전설이 담긴)두꺼비가 있는 달’이다. 양 옆의 사람들을 보면, 동쪽(위) 그림에서는 용과 다양한 색깔의 새를 타고 있고, 서쪽(아래) 그림에서는 용과 순백의 학을 타고 있다. 무용총수렵도(5화)에서 본 두 종류의 큐피드의 전쟁이 재연되고 있으니, 서쪽(아래) 그림이 중화의 큐피드(성인군자)와 제왕들이라면, 동쪽(위) 그림은 유화문명의 큐피드(주몽)와 그들 추종하는 족장들.

그들의 깃털전쟁이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천정(하늘)의 용龍은 황제의 색깔과 삼족오의 색깔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동쪽 그림과 서쪽 그림이 만리장성을 사이에 둔 두 문명의 공간이라면, 겹겹이 드리운 천정(하늘)은 두 문명이 충돌해온 기나긴 역사의 시간. 그렇게 고구려인들은 어느 왕의 무덤에다가 거대한 역사를 조각하였으니, 광개토왕비 역시 주몽과 유리왕 대무신왕… 광개토왕의 죽음을 소재로 찬란한 부활의 서사를 기획한 것이다. 주몽의 죽음에 영원한 중화의 비결 ‘음양오행’을 담아내었다면, 이어지는 유리왕·대무신왕의 역사에 담긴 고구려의 ‘진보상생’을 공부하라.

 

顧命世子儒留王 세자책봉의 ‘명命’을 돌아본[顧] 2대 유리왕은

以道興治 도道를 감시함[以=顧]으로써 자치[治]를 응원[興]하였으니,

大朱留王 3대 대무신왕은

紹乘基業遝至 ‘기업基業’을 이어받아[紹] 다양[遝]한 인재[至]들을 태워[乘]주었다.

(통론: 추모왕이 정한 세자 유리왕은도덕정치로써 나라를 흥하게 다스렸다. 대무신왕은 뒤를 이어 더욱 번성하게 하였다.)

 

주몽의 키워드가 ‘르네상스[惟]’라면, 유리왕의 키워드는 ‘성찰[顧]’이다. 我와 非我를 성찰하라. 세자책봉의 命은, 「삼국사기」에 나오는 부러진 칼의 수수께끼. 유리왕은 부여의 주춧돌 밑에서 부러진 칼을 찾아 주몽을 만나 나머지 반쪽과 합하여 합일의 칼을 완성하였으니, 중화의 분리주의에서 합일․상생의 세계로 나아가라는 命을 각성[顧]한다. 합일․상생의 미션[命]을 돌아본[顧] 유리왕은 합일·상생을 가로막는 道를 감시[顧]하며 자치[治]를 응원하고(왜 도道를 감시해야 하는지는 4화에서 설명한 ‘노자老子’를 참조하라.), 대무신왕은 주몽과 유리왕으로 이어져 내려온 ‘기업基業’의 命을 계승하여 잡다[遝]한 인재들[至]을 삼족오주식회사라는 배에 승선시킨다.

소승기업답지紹乘基業遝至=紹基業+乘遝至. ‘기업基業’은 주몽이 창건한 토대[基]만들기 사업으로서 다음(8화)에 나오는 유가의 ‘기업其業’에 대항하는 유화의 후예들의 과업이다.

이제 구조를 주목하라. 유리왕의 돌아보기[顧]와 대무신왕의 이어받기[紹]가 시간의 지평에서 ‘음양陰陽’에 대항하는 '진보'의 슬로건이라면, 감시[顧]와 응원[興] 태워줌[乘]은 공간의 지평에서 ‘오행五行’에 대항하는 '상생'이니, 진보상생의 기치를 담은 삼족오깃발을 휘날리며 까마귀낙원으로 진군했던 고구려인들을 기억하라.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오순정 시민통신원  osoo20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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