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사꽁트는 연합뉴스 16일자가 보도한 내용들을 텃밭에 있는 식자재처럼 생채로 가져와 토씨만 몇 개 바꾼 후, 미리 준비한 몇 개의 양념을 넣고 버무려 만든 것임을 밝힙니다.(주-글 쓴 사람)

소문대로였다. 손 등이 쪼그라들고 손가락은 으스러질 것 같았다. 15초 정도였을 그 시간이 너무 길었다. 손을 빼자마자 난 곧바로 공격 모드로 전환했다. 막걸리를 두 어잔 연거푸 마신 것은 준비태세를 확고히 하기 위해 취한 나름대로의 사전 조치였다.

“김정은 위원장하고는 왜 그리 짧고 부드럽게 악수를 했던 겁니까?”

그는 미소를 슬쩍 한번 보여주고는 또박또박 이야기를 했다.

“난, 나 보다 쎈 놈하고 악수할 땐 쎄게 하질 않아”

악수에 이어 연거푸 공격당했다는 느낌이 바로 들었다. 초장부터 기분이 더러워졌다. 하지만 내가 그에게 쓰려고 준비해둔 카드는 차고 넘쳤다.

늙은 주모가 흘낏거리며 쳐다보았다. 영어를 모르는 지라 그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을 터였다. 알았다면 사인을 받고자 난리법석을 피웠을 것이다. 충무에서 공수해왔다는 생굴로 만든 굴전 하나 쯤은 공짜로 내 주었을 지도 몰랐다. 백악관에서 공수해온 꼬냑 한 병을 마셔도 되겠냐고 부탁을 하느라 그 옆으로 불러세웠는데도 눈치를 못 채고 있었다.

“이모, 여기, 굴전 하나요”

난,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노광철 북 인민무력상이 거수경례를 했을 때 왜 악수를 안하고 거수경례를 했는지 그것 때문에 사람들에게 말이 많다며 그에게 따지듯 물었다.

"나는 그에게 정중했다고 생각하거든”

뭐가 잘못됐냐는 식이었다. 그의 특유의 이른바 ‘개김질’이었다. 쉽게 물러 설 내가 아니었다. '자기 주민을 죽인 사람이 어떻게 주민들을 사랑한다는 것이냐'고 묻고는 이어 ‘북한의 인권 문제를 왜 간과’했냐며 연속 공격을 들이댔다. 미리 예상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는 보란듯이 대놓고 옆으로 빠져나갔다.

“그것에 대해서는 난 말할 수 없어”

목이 타는 지 그는 꼬냑 잔을 입 안에 털어넣었다.

“내가 말 할 수 있는 건 우리가 믿기 힘들 정도로 좋은 합의문에 서명을 했다는 사실이야. 난 북한과 좋은 관계를 갖고 싶어"

그가 자신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하면 오히려 자신의 주장을 강변하곤한다는, 주변 친구들의 말이 바로 떠올랐다. 딱 들어맞는 이야기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침을 튀기거나 얼굴에 핏줄을 세운다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단정한 열변이라 할 만 했다. 물론, 오바마의 언변처럼 화려하고 멋있거나 세련되지는 않았다.

그는 ‘나는 핵무기가 우리와 우리 가족들을 파괴하는 걸 원하지 않아’라면서 ‘북한의 핵무기가 내가 사랑하고 책임져야하는 우리 국민들을 조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북의 ICBM이 자기 나라 심장부를 겨누고 있는 것에 대해 얼마나 안절부절하는 지는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요, 그건 인정합니다”

“오바마가 백악관에서 짐을 챙기면서 나한테 무슨 말 한줄 알아?”

“저 번에 이야기 했잖습니까. 미국에 가장 위험한 문제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말입니다”

“나이스! 똑똑한 기자군. 난, 그 문제를 풀은 거야”

“난 기자가 아닙니다. 길바닥에서 대가리 쳐박고 주구장창 일하는 데모꾼입니다”

“난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분 나뻤어. 오바마 이 놈이 군산복합체나 네오콘 잔챙이들에 얽매여선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그 졸라 어려운 문제를 나한테 떠 넘긴 것이잖아. 너 같으면 좋았겠어?”

“나두 찜찜했을 겁니다”

“오호, 베리 베리 굿! 날 진짜 이해해 주는 군”

그가 갑자기 또 악수 자세를 취했다. 난 방어태세를 취하고는 손을 들어 사래를 쳤다. 그가 피식 웃으며, 내밀었던 그 길고 우악스런 손을 거둬들여 꼬냑 병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행스러웠지만 한숨이 나도 모르게 새 나왔다.

"내가 집권했을 때 닌 어떤 생각을 했어?”

웬일인가. 어느새 공격주도권이 그에게로 넘어가 있었다. 방심한 적이 없었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그를 만난 사람들이 그를 왜 ‘탁월한 협상가’라고 하는 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솔직히 말 해도 되나요?”

“오케이”

“북한과 전쟁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거짓말이었다. 북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미국과 이른바 ‘공포의 균형’을 형성시키는 것이라 오히려 전쟁의 가능성을 없애준 정치안보기제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였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세상을 향해 ‘미국은 더 이상 나와 우리를 향해 전쟁을 걸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을 때 모든 정세분석가들이 확정한 것도 그것이었다. 미국이 북과 전쟁할 수 있다는 처지를 읽고, 그 의지를 없앤 것은 이미 오래된 것이다. 주장이 아니라 현실이 그랬다.

“다들 그랬어. 내가 권력을 쥐면 여기저기 폭탄을 던질 것이라고 생각했단 말이야”

“지금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고 있는 것도 그 예상과 정반대이기 때문이이죠”

“가짜 뉴스들이 내가 김정은 위원장한테 졌다고 호들갑을 떨잖아? 갸들은 아무것도 몰라. 그러면서도 입만 열면 컴퓨터 자판 앞에서 거짓말을 찍어대는 거야. 개새이들”

그는 처음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내가 합의를 안 했다면 무슨 일이 생겼을 거 같애?”

“핵전쟁이겠죠”

“와우, 이름이 뭐라고 했지?”

“ㅇㅇ”

“직책은?”

“아까 꼬냑 따라주면서 말했잖아요. 자주통일연구소 부소장이라고요”

“소장은 누구야?”

“조직 보안사항입니다”

“내가 합의를 안 했다면 진짜, 핵전쟁이 났을거야”

“나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이 또한 거짓말이었다. 그의 기분을 맞춰줄 필요에 따라 나름의 계산을 작동시킨 것이었다.

“전문가란 놈들이 전쟁이 나면 10만 명이 죽는다고 하잖아. 웃기는 새끼들이야. 무식하기가 홍준표 못지않아. 내가 정세전문가란 놈들에게 걸핏하면 막말을 안겨주고 허접하게 취급하는 이유야”

“준표 형님이 기분나빠해 할 것 같은데요”

개그랍시고 던져 본 말이었지만 그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는 북미 간 전쟁이 나면 3천만, 4천만, 5천만 명이 죽을 수 있다고 했다.

난 어느새 힘이 빠져있었다. 수세에 빠지고 만 것이다. 그에게 들이댈 카드가 뭐가 남아있는 지조차도 생각이 안 났다. 그의 주동에 제대로 걸려 들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잠자코 듣고 있는 것이 할 수 있는 것의 다였다. 물론, 반격의 기미를 찾는 노력까지 접지는 않았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이 공동성명에 들어있을 뿐 북미정상회담 전에 그리도 요란했던 CVID가 어디로 날라가버렸냐는 부정여론이 심해요”

“가짜뉴스야”

그의 열변은 계속됐다. 먹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막걸리는 항상 그렇듯 맛있었고 충무 산 굴은 소문대로 식감이 달랐다.

“말이 CVID지 그건 사실 불가능한 것이야. 북한이 도달한 핵수준이 어디 보통이야? 아니쟎아. 물론, 쳐들어가면 가능하지. 그래서 장기적인 일이라고 한 것이지”

그는 ‘강력한 검증 절차를 갖게 될 것”이라며 비핵화 절차는 ‘가능한 한 빨리 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어쩌면, 북핵이 갖고 있는 전략적 의의를 정확히 꿰 뚫고 있는지도 몰랐다. 자주통일연구소에 따르면 북핵의 전략적 의의는 세 가지였다. 미국의 대북고립압살전략을 파탄내 사회주의를 사수하기 위해 만든 사회주의적 정치안보기제라는 게 첫 번째였다. 두 번째는 미국의 한반도지배전략을 파탄내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성취하기 위한 우리민족의 정치안보기제라고 했다. 미국의 동북아패권을 파탄시켜 미국을 제국주의 국가에서 보통국가로 전환시킬 수 있는 평화와 정의의 정치안보기제라는 것을 세 번째로 꼽았다. 그가 북미정상회담이 끝나고 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핵화가 20% 정도 진행되면 되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라고 했던 것에서 난, 그가 북핵이 갖고 있는 그 세 가지의 전략적 의의를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북한은 발전될 수 있고 경제적으로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있으며 그들이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북에 대한 고무찬양이군요”

“뭔 얘기야?”

“우리나라 국가보안법에 있는 조항입니다”

“그런 썰렁 개그 안 좋아해”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북미공동성명서는 좋은 문서다. 그러나 문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북에 대한 고무찬양 보다 형량이 더 쎈 게 북 지도자에 대한 고무찬양입니다. ”

“썰렁 개그 그만하라니까”

“아, 예”

그는 미군 유해송환 합의 한 것을 꺼내놨을 때는 조금은 흥분했다.

“매우 많은 사람들, 아버지, 어머니, 딸과 아들들이 나에게 유해송환을 간청 했었어”

많은 국민들이 그리도 간절하게 청원했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7500명의 용사 유해를 돌려줄 것이야”

그는 유해라는 말을 쓸 때마다 그 단어 앞에 ‘위대한 영웅들’이라는 수사를 꼬박꼬박 붙였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미국을 진짜 사랑하는 정치인의 면모와 정서가 물씬 묻어났다. 슬쩍 끌리는 기미가 일었다. 제동을 걸 필요까지는 없었다. 어찌 보면 희한한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날 더러 반미주의자라는 수사를 붙혀주곤 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얼굴은 상당히 불콰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말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칭찬으로 번지고 있었다. 폭풍칭찬이라고 해도 될 법했다. ‘케미스토리(궁합)가 맞다’는 말이 반복되었다.

“김 위원장은 말야, 7개월 간 미사일 시험과 발사를 안했어. 8개월 반 동안 핵시험도 않했고”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유해송환과 더불어 그렇듯 ‘우리에게 많은 걸 줬다’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그의 폭풍칭찬은 과도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화번호를 줬어”

그는 이어 ‘나는 이제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어려움이 생기면 나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정상 간 핫라인 설치였다. 6.12북미정상회담이 끝 난지 몇 일도 지나지 않은 가운데 터진 또 하나의 빅뉴스였다. 북미정상 간 핫라인 설치는 또 하나의 역사며 북미공동성명 이행과정에서 관건적인 의미를 갖는다. 북미공동성명이 곡절 없이 이행될 것으로 관측하는 정세분석가들은 한 명도 없다. 그에게서,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후속 협상 관련해 직접 만나지는 않더라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이행 로드맵 앞에 출몰하게 될 여러 장애들을 직접 없애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혔다.

“한국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는 건 알고 있으세요?”

사실이었다. 그가 싱가포르 기자회견에서 비핵화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라며 시작이 중요하다는 말을 했을 때, 이어 한미군사훈련문제를 꺼내서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도발적이라며 중단할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을 때 한국의 많은 반미주의자들은 깜짝 놀랐다. 종전이 곧 될 것이라는 언급에 이어 대사 교환 등 외교 관계 수립에 대해서는 먼저 해야 할 일들이 있다며 조금 이르다고 했지만 곧 되기를 바란다며 수교를 위해 조만간 상호 대사 파견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말 특히, 북미관계 근본문제 중 하나인 주한미군문제에 대해 당장에는 감축하지 않을 것이지만, 언젠가는 데려 오고 싶다고 한 대목에서는 이른바, ‘맨붕’에 빠진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북미대결전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야 물론, 오래 전 짜진 일정표에 따른 수순이란 것을 알아차렸다.

“잘 알고 있어. 몇 달 전에 내가 ‘화염과 분노’이야기했을 때 방방 뜨며 날 욕하고 지랄했던 놈들이 더 그렇다는 것도 알지”

“정보력이 뛰어나군요”

“폼페이오가 만든 코리아임무센타(KMC) 소장 앤드류 김 알지? 갸가 알려준 거야”

“자주통일연구소 글도 보고를 하던가요?”

“간혹 올라와”

“고맙습니다”

“근데 말야, 나한테 환상 갖지마라고 해”

“무슨 말이죠?”

아는 이야기였지만 짐짓 모른 척 막걸리 잔을 든 채 고개를 한껏 치켜들며 그렇게 물었다.

“잘 알잖아. 나 솔직이 힘들어. 군산복합체하고 네오콘 잔챙이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잖아. 팬스나 볼턴이 다가 아냐. 백악관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 널려 있어. 반격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을 것은 뻔해”

참 매력적인 말이었다. 군산복합체와 그들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세력 그리고 부시정권 때 창궐했다가 지금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네오콘 잔존세력들이 미국의 지배세력이고 미 주류세력이라는 것은 국제정치계에서는 상식이다.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면 그는 미 주류세력에 얽매여있으면서도 동시에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두 가지의 성향을 혼재하고 있는 독특한 현상이다. 마이너리티인 셈이다. 그의 개별적 특성은 물론, 아니다. 미국의 세계패권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 불러온 필연적 정치현상인 것이다. 그가 지난 달 8일 이란핵협정 파기를 결정하고 뒤 이어 14일 텔아비브에 있던 이스라엘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긴 것 등이 미 주류세력에 얽매여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에 합의한 것은 미 주류세력에서 벗어나려는 행보로 볼 수가 있다. 서로 상반되는 그의 두 가지 본성을 잘 보는 게 중요했다. 그를 무조건 칭찬하고 고무하는 것이 우편향적 오류라면 그를 무조건 대놓고 배척하는 것은 좌편향적 오류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난, CNN등 잘 나가는 언론새끼들이 지겨워. 내가 주요 TV 방송과 인터뷰한 게 총 23회야”

“그 중 폭스뉴스하고 한 게 18회죠”

“똑똑하군”

“CNN과는 몇 번인지 알아”

“제로”

“와우”

그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리고는 마지막 잔을 따랐다.

“쫌 있으면 해리슨 제독을 주한미대사로 보낼 건데. 한 자리 줄까?”

“오, 노”

“알았어. 안철수 쫄따구 중에 찾아보라 하께”

“이번에도 미국으로 도망간 촬스는 만나봤어요?”

“노, 용도폐기한지 오래됐어”

자리마다 쏟아지던 왁자지껄한 수다가 멎은 지 꽤 된 모양이었다. 가게가 휑했다.

“파이팅!, 응원하고 고무하고 찬양도 하겠습니다”

“오케이”

“환상은 물론, 확실하게 경계할 것이구요”

“반미주의자답군”

그는 일어서면서 나에게 또 다시 악수를 청했다. 술기가 온몸을 휘감고 있었지만 난 재빨리 두 팔을 들어 피했다. 하지만 나 보다는 두 배나 길어 보이는 긴 팔에서 뻗어 나온 그 손에 내 손은 체포되듯 잡히고 말았다. 자리가 끝난 터라 난 바로 체념을 했다. 인사는 안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긴장은 했다. 그렇지만 난, 잘 이해할 수 없는 희한한 일을 술자리의 그 끝자락에서 경험해야했다. 나의 작은 손을 잡은 그의 큰 손이 대단히 부드러웠던 것이다. 처음과는 달리 악력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따뜻하기까지 했다. 놀라웠다. 황홀하다는 말은 그 때 쓰라고 만들어진 것인지도 몰랐다. 또 하나 놀라운 건 늙은 주모가 공책 한 권과 볼펜을 든 채 그와 나의 악수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 날, 주인 여자는 술 값을 반이나 깎아줬다. 비밀은 지켜줄 것이라며 주름이 그렁그렁한 눈을 찡긋 감았다 떴다.

낙원동 허름한 막걸리 집에서 그와 나는 그렇게 술자리를 끝냈다. 잊지 못할 아름답고 황홀한 밤이었다.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한성 시민통신원  hansung6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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