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의 슬픔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저는 원래 자신의 일에는 눈물이 없는 냉정한 편입니다. 오죽하면 학창시절에 친구들이 ‘연안부두의 백사’라는 살벌한 별명을 붙여 주었겠습니까? 그런데 TV, 영화, 신문, 소설 등을 보면서는 잘 웁니다. 이상하게도 나이가 들면서 더 많이 웁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주말도 많이 울었습니다. 영화 ‘다이빙벨’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내용을 얼추 압니다. 그래 괴로워서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딸은 그 내용을 자세히 모르는 것 같아서 함께 보자고 했습니다. 딸도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일어난 감정은 분노였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 때문에 흐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녁 모임이 있는데.. 이렇게 울다 가면 머리도 아프고 지쳐서 힘들 텐데.. 하는 생각에 자제하려 했지만 마음이 무너져버렸다고나 할까요? 주체할 수 없이 울었습니다. 하지만 옆에 있던 딸은 저를 슬그머니 쳐다보기만 할 뿐 어려서처럼 저를 따라 울지 않았습니다. 딸은 화만 났다고 합니다. 아마 젊을 때 냉정했던 저를 닮았나 봅니다.

큰 아이 유치원 때였을 겁니다. <Journey Of Hope>란 영화를 보았습니다. 터키에 사는 한 가족이 스위스로 넘어가려고 험한 알프스 산을 넘습니다. 그 와중에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길도 잃습니다. 긴 시간.. 아빠와 아이는 추운 산을 헤맵니다. 그러다 그만 아이가 저체온으로 사망하고 맙니다. 아빠는 아이가 죽은 줄도 모르고 업고 내려오다가 경찰에 붙잡힌 뒤에야 이를 압니다. 경찰서에서 헤어진 아내를 만납니다. 엄마는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아들의 장래를 생각해서 희망을 갖고 떠난 여행인데 그만 아들이 죽어버린 것이지요.

이 영화 속의 부모의 아픔이 공감이 되어 그 감정이 3일 정도 지속되었습니다. 그 영화만 생각하면 저절로 눈물이 났습니다. 그 때 딸은 제가 울면 같이 울면서 "엄마, 울지 마. 엄마가 울면 나도 울잖아."라고 했습니다.

저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 엄마가 울어서 따라 운 적이 있습니다. 엄마 외삼촌이 돌아가셔서 병원 영안실에 갔는데 엄마가 하도 슬피 울어서 저도 울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 외삼촌을 뵌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슬픔도 느낄 수 없었지요. 하지만 엄마가 우는 것 자체가 저에겐 슬픔이었나 봅니다. 자식은 엄마의 눈물만 봐도 같이 슬픔을 느끼고 따라 우나 봅니다. 물론 한 때겠지만요.

아이들이 크면서 제가 TV를 보면서 울면 아이들은 저를 구박했습니다. 특히 어려서 울보였던 마음 여린 제 아들은 제가 우는 걸 아주 싫어했습니다. 또 제가 좀 주책없게 울기 때문에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냥 살포시 눈물만 흘리는 것이 아니라 엉엉 울거나 막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흑흑거리기도 했으니까요.

예전에 있던 일입니다. 저녁을 먹으면서 아이들과 TV를 보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과나무>이었습니다. 어려운 환경의 학생을 장학생으로 뽑고 사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 회는 고등학교 3학년 실업고 여학생을 장학생으로 뽑았습니다. 엄마는 남편과 사별 후 아이들과 어렵게 삽니다. 마지막에 아이가 취업을 위해 배운 칵테일을 엄마에게 만들어서 주면서 “엄마 사랑해요” 하는데 그 엄마도 울고, 그 여학생도 울고, 저도 울었습니다.

울 딸은 "에혀... 울 엄마 또 운다. 또 울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울 아들은 소리를 빽 지르며 "울지 마!!!. 내가 이런 것 보지 말라고 그랬지!!!" 라고 말하고는 TV를 확 꺼버렸습니다. 저는 이런 법이 어디 있냐고, 이제 다 울어서 울 일 없다고, 마지막 장면 보게 해달라며 TV를 켜 달라고 사정사정했습니다.

밥을 다 먹고 여운이 가시지 않는 흔들리는 마음으로 설거지를 하려고 상을 치고 있는데 울 아들이 미안했던지 제 뒤에 와서 이랬습니다. “엄마. 내가 설거지 해줄게.” 설거지를 다 한 후에도 엄마가 가여웠던지..  “엄마. 내가 설거지 해주니까 좋지? 그니까 울지 마." 라고 했습니다. 눈물 덕분에 효도 받았다고나 할까요?

이렇게 아이들은 엄마의 눈물을 싫어합니다. 엄마의 슬픔이 저절로 전달되어 자신도 아프기 때문일 겁니다.

세월호 희생자 중 김영은이라는 학생이 있습니다. 그 학생은 세월호 침몰 직전 친구의 핸드폰에 이런 메시지를 울면서 남겼습니다.

“엄마 미안해. 아빠도 너무 미안하고. 엄마 정말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정말”

영은이는 자신이 먼저 떠나고 나면 남게 되는 아빠와 엄마의 슬픔을 그냥 알았을 겁니다. 아빠와 엄마가 슬퍼서 어떻게 사나 하는 생각에 미안하다며 울었을 겁니다. 저는 제가 슬피 울면 구박할지언정 함께 있어줄 아이들이 있는데.. 영은이 엄마를 비롯한 다른 희생자 부모들은 그 슬픔을 누구에게 위로받을 수 있을까요? 그 아픔이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요? 정말 잊을 수 없는 비극입니다. 잊지 말아야할 비극입니다.

어제인 3월 5일은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들이 임명장을 받았다고 합니다. 오늘 3월 6일, 안산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살아있다 해서 산다고 할 수 없는 부모들의 유일한 바람은 철저한 진상규명입니다. 부디 이들의 바람이 꼭 이루어지길 바래봅니다. 그것이 조금이나마 슬픔을 위로받을 수 있는 길임을 알기에.. 아픔을 치료받을 수 있는 길임을 알기에..

다이빙벨을 함께 보는 것도 그들의 슬픔과 함께 하는 작은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 난무했던 거짓을 밝히고 숨겨진 진실을 알리고자 애쓴 영화이기에.. 다이빙벨을 안 보신 분을 위하여 -> 온 가족 볼 수 있는 소장용(3500원) 다운로드 하기: http://movie.daum.net/download/movie/recent.do?itemId=31065

 

김미경 주주통신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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