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는 따서 바로 찌면 천연의 제(단)맛을 제대로 지니지만 시간이 지나면 신기하게도 그 맛은 간 곳 없고 껍질도 질겨진다. 시중에 쪄서 파는 옥수수 대부분은 첨가물을 넣고 찌는데, 이 맛과 옥수수의 본래의 맛을 구분하는 이들은 어릴 때 농촌에서 옥수수를 먹고 자란 이들이 유일할 것으로 본다. 예전엔 시장에 나오는 대부분의 옥수수는 첨가물을 넣어야 그나마 먹을 수 있었다. 유통과정이 길어 제맛이 사라졌기 때문에 첨가물을 넣어야 그나마 먹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지만, 그중에 가장 큰 요인은 물류였을 테다. 물류는 물건을 운반하는 데 드는 시간인데 교통이나 유통과정이 지금처럼 발달하기 전에는 적어도 통째로 3일 이상은 걸려야 소비자에게 가고, 유통 과정이 냉장 시설로 유지될 턱도 없으니 옥수수가 고유의 맛을 유지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개인이든 유통업이든 실시간으로 이동이 가능하니 빠르면 몇 시간 안에 늦어도 하루면 소비자에게 당도하며, 이 과정도 에어컨 등으로 냉장 이동이 되니 밭에서 과거보다 수확할 당시의 옥수수 상태로 보존이 잘된다.
 
 
어릴 때 우리 식구는 항상 10명이 훌쩍 넘었다. 조부모님, 부모님과 우리 6남매, 몇 달씩 장기체류하시는 친척 할머니, 일꾼(농사를 위하여 연 단위로 사경을 주고 숙식을 제공하며 고용하는 사람)을 비롯해 그렇고 큰 오라비가 결혼해 조카가 생기니 최소 10명에 3~4까지 더한 식구였던 기억이 난다. 이런 대식구가 소죽 끓이는 가마솥에 옥수수 감자 고구마 밀가루 반대기까지 쪄서 마당에 멍석 깔고 둘러앉아 모깃불 피워 놓고 먹고, 다 먹고 나면 멍석에 누워 별 찾기 하던 풍경이 새롭다. 이제 그 시절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

지금은 마트나 시장에 가면 옥수수 껍질이 얼마나 건강한지, 수염은 어느 정도 말랐는지, 옥수수통의 굵기는... 수염 쪽도 살짝 벌려보고 내용물까지... 요모조모 상태를 보고 쓸 만한지 아닌지 구분해 그 맛을 유추한다. 이런 진단(?)이 어디 옥수수에만 적용되던가. 감자, 고구마, 살구, 앵두 등 어릴 때 주위에 널려 있어서 강원도 토종이 온몸으로 익힌 과실들에 대한 남다른 감각들은 지금도 살아있지.
 
옥수수를 찔 때는 옥수수 잎을 전부 벗기지 말고 최소한 한 겹씩은 전체를 감싸게 해서 쪄야 맛이 더 좋다. 벗겨낸 잎 중에도 깨끗한 옥수수 잎은 옥수수 위에 덮어 찌면 맛이 한층 깊어진다. 옥수수 껍질을 벗길 때는 수염이 붙어 있으면 먹기가 번거롭다. 이 수염을 수월하게 벗기려면 껍질을 벗길 때 수염을 중심으로 반을 나눠 밑동까지 벗겨 내려가면 수염이 가지런히 벗겨지고, 이 수염을 쓰려면 별도로 모아 말리고, 밑동을 잘라낼 때는 속잎 몇 장을 남기고 자른 후 남은 잎을 다시 옥수수에 입히면 된다.
    
올해는 운 좋게도 큰 오라비의 친구가 내가 어릴 때 옥수수가 자라던 밭에서 옥수수를 생산해 그 옥수수를 먹을 기회가 있었다. 이제 나와 함께 사는 식구는 3식구 그중 하나는 옥수수를 즐기고 하나는 쳐다보지도 않지만 그래도 2대 1이니 옥수수를 즐기는 숫자가 우세!
 
[편집자주] 신성자 시민통신원은 90년대 중반부터 의정부지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로 활동했다. 전 의정부참여연대, 의양동환경연합. 의정부교육연대 운영위원. 의정부 사랑의쉼터 자문위원, 의정부여성회 초대회장. 의정부학운협부회장, 자녀가 초중고등학교 때는 학교운영위원과 학부모회 활동 등을 하였고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의정부 몽실학고 길잡이 교사도 하였다. 지금은 원주와 의정부를 오가며 사회단체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신성자 시민통신원  slso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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