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대 대선을 생각해보면 70이 넘은 노인들이 권력을 탐내다가 결국 볼썽 사나운 꼴만 보인 경우가 많았다. 그들 나름대로 유명세와 지지층도 있겠지만 대부분 노욕, 노추라는 평을 들었다. 나이 70이 넘으면 “종심(從心)”이라 하여 마음이 가는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상태가 되어야 하는데, 그들의 행보를 보면 무슨 일을 하든 사람들 눈에 거슬리고 귀에 거슬렸다.

대통령의 꿈을 꿨다가 포기한 사람도 있고, 킹메이커가 되어 정치 판도를 움직여보려다가 아무 일도 못하고 손을 접은 사람도 있다. 그들은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을 선택한 것일까? 이대로 사라지기에는 도저히 억울하고 안타까워서가 아닐까?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였던 것처럼, 권력의 정점에 있는 이들은 모든 수단을 써서 강렬히 저항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사라지게 마련이다.

노자는 말한다. 봄과 여름을 지나며 싹이 트고 자라나서 웅성웅성대며 천지를 덮을 기세였던 온갖 식물들도 결국 가을과 겨울이 되면 그 이름에 빛이 바래고 시들어서 뿌리로 돌아가게 마련이라고. 그래서 만물이 막 생겨나는 그 순간에도 돌아갈 때를 생각해야 한다고.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 낱말이다.

옛날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 행진을 할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외치게 했다는데, 그 의미는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 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뜻이다.

메멘토 모리를 기억하는 상태. 살아 있으면서도 늘 죽음을 생각하는 경지, 그 균형감을 노자는 “상(常)”이라고 이야기한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삶의 이치를 깨닫게 되면 사람은 겸손해지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내 생각과 다른 남의 생각을 포용할 수 있게 되고 모든 일에 공평하게 대하게 되며 그럼으로써 천하를 다스릴 수 있게 된다.

 

▲ Edinburgh. St. Cuthbert's Churchyard. Grave of James Bailie (died 1746). (출처 : 위키피디아)

老子 16 章

 

비우는 데에 힘쓰는 것은 적극적으로!

고요함을 지키는 것은 말이 천천히 걸어가듯이 묵묵히!

致虛極, 守靜篤.

만물이 다함께 생겨나는 순간에도

나는 그것이 돌아갈 때를 생각한다.

萬物竝作, 吾以觀復.

봄과 여름, 만물이 기운이 뻗쳐

웅성웅성거리던 그 찬란했던 이름들도

가을과 겨울이 되면, 결국 뿌리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夫物芸芸, 名復歸其根.

뿌리로 돌아가는 것은 고요함이니,

운명으로 돌이켜지는 것을 말한다.

歸根曰靜, 是謂復命.

운명으로 돌이켜지는 것을 ‘변치 않는 것’[常]이라 하니

‘변치 않는 것’을 제대로 알면 밝아진다.

復命曰常, 知常曰明.

‘변치 않는 것’을 알지 못하면

망령된 것들이 재앙을 만들게 된다.

不知常, 妄作凶.

 

진짜로 변치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면

내 생각과 다른 것들도 포용하게 되고

知常容,

그런 것들을 포용할 수 있게 되면

모든 일에 공평해지며

容乃公,

모든 일에 공평하게 대하면

제대로 왕 노릇을 할 수가 있고

公乃王,

제대로 왕 노릇을 하게 되면

하늘의 뜻에 가까워지고

王乃天,

하늘의 뜻에 가까워지면

길에 가까워지고

天乃道,

길에 가까워지면 오래 갈 수 있으니

道乃久,

죽을 때까지 위태롭지 않게 된다.

沒身不殆.

 

* 원문 번역은 여러 번역본을 참고하면서도 원문이 주는 의미와 이미지에 충실하려 애쓰면서 조정미 나름대로 한 것입니다.

 

#내_마음대로_읽는_노자_도덕경 #미친척_하고_다시_시작해_봅니다, #왕필이_겨우_스물세살에도_뭘_알긴_알았겠죠

편집 : 하성환 객원 편집위원

조정미 주주통신원  neoechang@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