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시각, 발달장애인센터에 모여 이용인들 출석 점검 후 탑골공원으로 이동한다. 공원 옆에 주차해 있는 버스에 휠체어를 밀어 넣고 담당 청년을 맨 앞자리에 탑승시킨 후 바로 옆자리에 앉는다.

목적지인 양주 소재 '휴'리조트까지는 1시간 20분 남짓 가면 된다고 하니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것은 희망사항일 뿐... 담당 청년은 바깥바람을 쐬러 가는 게 좋아서인지 계속 몸을 비틀고 움직이는 통에 눈 붙이기가 쉽지 않다.

▲ '휴'리조트 캠프장

차창 밖을 바라보며 가노라니 어느새 캠프장에 다다르고 멀리 텐트가 가득 눈에 들어온다. 숙소 배정을 받아 룸메이트 선생님과 함께 두 명의 이용인을 안내한다. 한 명은 휠체어를 끌고, 또 다른 한 명은 시각장애인을 부축한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식사 장소로 이동하며 맑은 하늘을 쳐다보니 무척 청명하다. 이런 날씨에 자연과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오후 체육 시간에는 오랜만에 공놀이를 한다. 숙소에서 조금 쉬려는데 저녁식사는 조별로 준비하란다. 평생 처음으로 부침개와 수제비를 만들어 보는데 쉽지 않다. 마치 체험 학습장에 온 기분이다. 그런대로 식탁을 차리고 이용인들과 마주하여 오붓한 시간을 가져본다. 음식 조리를 거의 못하는 나에게 설거지 차례는 당연한 일이다. 노래방 여흥을 거쳐 텐트로 돌아오는 길에 휠체어가 돌밭에 걸려 정강이에 멍이 든다.

텐트에는 2층 침대가 있다. 자리를 배정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다리가 불편한 이용인이 자꾸 2층으로 올라가니 떨어질까 봐 매우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시각장애 이용인은 눕자마자 곯아떨어지는데 코고는 소리가 쩌렁쩌렁하다. 피곤한 상태라서 눈을 붙이고 싶지만 먼저 잠들 수는 없는 일이라 두 사람의 이용인 모두가 잠들기를 기다리는데 도무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눈 깜짝할 순간에 어느새 2층으로 올라와있는 이용인, 내려놓기를 수십 차례 반복하는 동안 벌써 새벽이 다가온다. 결국 뜬눈으로 밤을 새운다. 이용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추워서도 잠을 잘 수가 없다. 텐트라서 바람이 솔솔 들어와 양말을 신고 있어도 발이 시릴 정도로 춥다.

멍한 상태로 아침식사를 위해 휠체어를 밀며 오르막 길을 가려니 힘에 부친다. 억지로 밀다가 기우뚱하는 순간 손과 발로 휠체어를 막았으나 이미 다리 양쪽에는 또 다른 상처로 얼룩지고 만다. 돌아오는 버스에 오르니 앉자마자 스르르 눈이 잠긴다. 웅성거리는 소리에 살며시 눈을 떠보니 탑골공원이 보인다. 아~ 무사히 마쳤구나! 하는 안도의 숨을 크게 쉬어본다.

돌이켜보면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텐트에서의 첫 번째 숙박과 평생 처음으로 음식 만들기에 도전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 '휴'리조트 캠프장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이상직 주주통신원  ysang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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