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곳 발달장애인들 모두가 들떠 있는 날이다. 하지만 나는 우울한 느낌이 드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아마도 마지막으로 이용인들을 대하는 날이라 그럴 것이다. 여느 때처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휴가 간 선생님 반으로 배정을 받는다. 마지막 수업시간만큼은 자주 대하던 청년들과 함께 있고 싶었는데, 세상사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가보다.

오전 수업 후에 담당한 젊은이에게 더욱 정성스럽게 밥을 떠먹이고 입가에 묻은 음식물을 닦아낸다. 모처럼 특별식 뷔페 요리다보니 다들 매우 즐거워한다. 오후에는 생일파티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모두 식당에 모여 케이크와 과일 등을 나누며 시끌벅적하다. 매일 이런 분위기라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본다.

지난 9개월간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마치 단편소설 속의 한 구절과도 같이. 손등에 가득한 상처 자국들을 살펴보노라니 오히려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파티는 끝나고 각자의 반으로 돌아가는데, 오래 담당했던 3반의 담임선생님께서 그곳으로 부르신다.

교실에 들어서니 반원들이 반기며 선물을 전해 주는데, 조그만 봉투 하나를 곁들인다. 잠시 열어보니 그들이 만든 작은 손편지들이다.

순간 고마움과 함께 가슴이 뭉클해진다. 눈물을 꾹 참고 글 하나하나를 대하며 하나하나 손을 잡으며 기도하는 심정이 된다. "이들이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지속적으로 도와주십시오." 나오는 길에 센터장님을 비롯하여 여러 선생님들과 따뜻한 인사를 하고 조용히 벗어난다. 9개월간 힘든 여정이었는데, 어려움을 이겨내고 내게 맡겨진 날까지 사랑하는 청년들과 함께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행복을 넘어서는 행운이 내게 다가왔음을 영원히 잊지 말아야겠다. 이러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더 소중한 가치를 추구하는 생활을 오래오래 지속하고 싶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이상직 주주통신원  ysang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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