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흉한 가짜 뉴스들에 소금 뿌리기

시골에 살면 머리염색도 파마도 하지 않을 거라 작정했지만, 평화운동 한답시고 뻔질나게 서울 나들이를 하니 가끔 만나는 남편은 피부며 머리며 손질 좀 하고 다니라고 성화다. 내가 보기에도 머리카락에라도 힘이 들어가 있어야 전투(?)에 좀 더 나을듯하여 기차역에서 내려 미장원을 찾아 들어갔다. 기차역에서 다시 집으로 들어가려면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데 동네 단골미장원은 그 시각에 문을 닫을 터이니 역에서 가까운 곳을 찾아간 것이다.

1.미장원 원장과 열띤 토론이 벌어지다.

처음엔 점잖고 조용한 손님으로 있었지만(원래 내가 그렇다 ㅜ.ㅜ) 원장이 말문을 연다. 문재인 때문에 경기가 나쁘다나. 이러면 점잖게 있기가 불가능해진다. ‘TV 켜면 맨 외국 호텔방 잡으라는 선전만 하든디요. 멀... 경제가 나쁜 게 아니라 중산층이 사라지구 꼭대기에서 세금 걷으려면 자한당이 발목잡구 난리잖아유. 대통령이 시급 1만원 주라고 하면 지x지x하면서 말이지. 다 내 아들 내 딸들 일해서 먹고 살자고 하는 건디...’

미장원 원장도 가만있지 않는다. 북에다 엄청 돈을 퍼주어 경제가 이 모양이란다. 밀감상자 보낼 때 돈다발을 상자 안에 넣어 엄청 보냈단다. 북에 쌀 퍼줘서 남쪽에 쌀값이 올랐단다. 박사모방에서도 흔해빠진 타령들이다. ‘어이쿠 쌀값이 개 사료값만도 못하다구 농민들이 트랙터 몰구 상경투쟁이랑 하지 않았슈? 쌀값오르는 게 농민들 소원이었는디 멀... 밀감상자에 돈 넣어 보냈으면 윤석렬이 가만있었을까? 원장님이 봤슈? 악마하고 손잡으신 거 아녀? 악마가 속삭이는 가짜뉴스에 빠지시면 안 돼요!’

집에 와서 악마들의 이미지를 찾아보았다.

▲ 악마이미지, 가짜뉴스 제작자의 이미지로 딱이다!
▲ 북한군인 남파이야기는 아직도 쌩쌩하게 돌아다닌다.

2. 동네 할머니들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

동네 마을회관에 왕진을 나가면 할머니들은 이구동성으로 문재인을 나쁘다고 한다. 빨갱이라고. 통일하면 안 된다고. 지금 이대로 사는 게 좋다고. 아마도 어떤 남자노인 하나가 강성으로 말하면 모두 휩쓸려 고개를 주억거리는 분위기인 듯. 한참을 평화경제를 이야기 하고 미국의 압력을 이야기 하고 이런 저런 설명을 해도 마지막엔 ‘글씨, 당췌 어느 말이 맞는지 모르겄어’ 라고 몸을 사린다. 공포심을 이용한 색깔론은 악마들이 이용해먹기 쉬운 최고의 무기이며 저들의 애용품이다. 70년간 반공에 길들여진 민초들. 나는 그들을 공격할 수는 없지만 그들 바로 뒤에 있는 자들을 공격할 수는 있다. ‘어떤 무시이~칸 넘들이 빨갱이래요? 악마 같은 색휘들이지. 빨갱이가 어떻게 텔레비전에 나와요? 아니 왜 신고해서 상금 타먹지. 무식하다고 노인네들한테 가짜뉴스 퍼뜨리는 넘들이 대체 누구래요?'(짐작은 간다만 모르는 척 해야 공격이 쉽다.)

▲ 이 그림은 대사만 바꾸면 활용도가 높다.

3. 톡방에선 전광훈목사님을 제거하기 위해 북에서 여섯 명의 요원을 남파했다고 설레발이다. 땅굴을 파놓고 남침준비도 완료했단다. 5.18에 북한군이 내려왔다는 유투브는 지금도 박사모 방에서는 쌩쌩 돌아가고 있다. 완전히 두 개의 나라가 평행으로 달리고 있다. 만날 수 없는 기차레일처럼.

▲ 북의 암살단 말고 남의 경찰이라도 좀 단호한 자세를 보여주면 좋겠다.

4. 엇, 로마의 휴일 작가가 좌빨?

TV에서 영화 프로그램을 보는데 <로마의 휴일> 작가 달톤 트롬보가 1940년대에 노조활동을 지지하는 공산주의자였고 활동이 금지당하자 다른 사람 이름을 빌려 작품활동을 했단다. 반미활동 조사 위원회는 공산주의의 할리우드 장악 음모를 조사한다며 트럼보를 소환했다. '공산주의자인가 아닌가 예, 아니오로 답하라'는 질문에 달톤은 ‘네, 아니오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바보 아니면 노예밖에 없다’며 대답을 거부하고 감옥에 갔다. 그 후 로마의 휴일, 스팔타카스, 빠삐용 등을 다른 이의 이름으로 썼다고 한다. 자기와 다른 정치적 생각을 죄로 몰고가던 광기의 시대에 빨갱이 공포증을 이용했던 무식한 넘들은 21세기 한국에서도 극성을 떤다. 우리가 총력을 다해 넘어야 할 산이다.

5. 노예로 사는 국회의원도 있다.

1940년대에 노예로 살지 않겠다며 감옥을 택했던 트롬보. 사망 후에 아카데미상을 두 개나 받았다. 한국에는 21세기에도 노예로 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이 있다. 나경원이 그러더니 안상수도 그랬단다.

전쟁위협 없으면 미군철수 해야 하는 거고, 유엔에서 조직한 것도 아니고 돈도 대지 않는 (가짜)‘유엔’사령부도 해체해야 하는 건 당연한 것이지, 종전선언 할까봐 오줌을 지린다는 거냐? 바보아녀? 아이고... 내년 4월에 이런 인간부터 넘어서야겠다.

▲ 전쟁하며 살 수 없으니 종전선언은 당연히 해야 하는 거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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