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가게] 영호남 문화공간, ‘두레멍석’

▲ 인사동의 '두레멍석' 식당 입구

인사동의 이색식당 ‘두레멍석’ 벽에는 <한겨레신문>과 조·중·동의 쟁점이 모여 있다.

완연히 다른 두 관점의 만남을 주선한 이 식당의 사장은 김완길(63) 독자.

전라도 전주가 고향인 김씨는 1972년 3사관학교 인쇄기술병으로 군대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 경상도를 접했다.

김씨는 “정치인들이 특정 지역을 ‘맞다’, ‘틀리다’고 말하고 있지만 영호남이 서로 ‘다르다’란 엄청난 사실을 모르고 있다”며 “소위 보수신문과 진보신문을 함께 보는 사람은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란 생각이 갈등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무복무를 해야 하는 호남사람들을 경상도로, 경상도 사람들을 호남에서 근무하게 한다면 ‘역지사지’ 할 수 있을 것이다”며 자신은 경상도 친구들이 많다고 자랑했다.

▲ 식당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기사

김완길 독자는 매일 오전 9시 30분 식당에 나와 문을 여는 11시까지 한겨레를 포함한 8개 신문과 한겨레21 등을 보며 스크랩할 기사를 찾는다.

그날 주제를 잡아 식당 한 면을 차지하는 벽에 찾은 기사를 장식하고 있다.

김씨는 벽에 붙은 기사를 가리키며 “어느 사장이 비정규직이라도 고용이 1년이 넘으면 퇴직금을 줘야하는 것을 알고 1년이 되기 전 사퇴시키는 얌체행위를 고발한 기사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내가 택시광인데 택시기사님들로부터 어려움을 생생하게 듣고 있다”며 “택시요금은 올라도 처우는 그대로인 현실에서 사주만 배불리고 있는 것을 고발하는 기사다”고 말을 이어갔다.

▲ 벽면에 붙은 기사를 보며 설명하고 있는 김완길 독자.

다른 기사를 읽어 내려가며 “병원에 입원한 소위 나이롱환자가 15일 동안 독실을 사용한 것을 꼬집었다”고 설명했다.

통일에도 관심이 많은 김씨는 ‘분단의 철조망 걷어내야 아시아가 열린다’란 제목의 기사를 언급하고는 “615행사가 바로 이곳 가까운 동학-천도교 수운회관 앞에서 거대하게 치러졌는데 막상 보수신문에는 아예 언급도 안됐지만 한겨레신문은 이렇게 크게 기사를 편집했다”며 자신은 고객들의 눈을 뜨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완길 독자가 운영하는 ‘두레멍석’은 낙원상가 사거리와 인사동 사거리 중간에 위치한 ‘좋은 자리’에 위치해 있다.

낙원상가에 악기를 옮기는 용달차 기사부터 학생, 직장인 등이 주로 찾고 있다.

▲ '두레멍석'에서 인기가 높은 청국장은 10년 전 가격 그대로인 5,000원이다.

‘두레멍석’에서 잘 나가는 청국장(5,000원)와 돌솥비비밤(6,000원)의 가격은 10년 전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김씨의 부인인 최복순(여·59)씨는 낙지볶음도 안주로 인기가 높은 단골메뉴라고 귀띔했다.

또 ‘두레멍석’의 입구에는 “이 간판은 손님이 만드는 판이오니 구수하고 맛있는 평가부탁드립니다”란 문구가 적힌 게시판이 있다. 손님들이 직접 적은 평을 읽고 다른 손님을 불러들이는 진정한 입소문(바이럴마케팅)인 셈이다.

‘두레멍석’의 주소는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22-10이며 전화는 02-734-4809이다.

▲ 손님이 직접 그린 그림과 평가글이 붙어있다.

편집=최홍욱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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