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겨레!

 오직, 한겨레!

포항의 라이브주점 '옹해야'

 

여기, 해처럼 타오르는 남자가 있다.

포항시 양덕동 1594번지. 라이브주점 '옹해야'에는 맑은 날의 해처럼 붉게 타오르는 정광욱(41세)님이 주인이다. 실은 술을 잘 못 마셔 몇 잔에도 얼굴이 몹시 붉다.

 

서울에서도 영업상의 이유로 한겨레를 테이블에 놓기 꺼리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런데 보수수구의 본향인 포항에서 당당히 <한겨레>와 <한겨레21>, <시네21>. <인사이트>를 펼친 가게는 아마 유일할 것이다. 한겨레창간주주인 나보다 더 열혈한 한겨레 독자다. 한겨레 기자들조차 이처럼 매월 나오는 출간물을 다 읽기 어려울 것 같다. 한겨레가 창간일에 초대해 이런 이에게는 아주 각별히 특별상을 주었으면 싶다. 

그는 <유니코정밀화학>의 해외영업부에 근무하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중국과 멕시코 등지를 휘돌다 2010년 돌연 사표를 냈다. 같은 부서에 근무하던 동료 한정길(44세)님, 김경록(38세)님과 함께 창업에 뛰어들었다. 6여 년 전, 막 청춘의 푸르름이 한껏 치솟는 즈음이었다.

이들은 전통주조 공부를 하느라 직접 발로 뛰었다. 셋은 견학과 실습과 이론과 실험을 함께 했다. 현재 이들의 양조장은 포항 인근에서 가장 청정지역에 속하며 물맛이 뛰어난 기북면 관천리 55번지에 있다. 영양과 안동으로 가는 길목인 이곳은 산세가 거칠고 골이 깊으며 수량이 풍부한 산골이다.

현재 출시되는 제품은 총 5가지다. 청주, 옹해야 막걸리1, 옹해야 막걸리2, 누룩막걸리, 동동주.

술맛을 좀 아는 나의 입맛에는 특히 누룩막걸리가 일품이었다.

걸쭉한 옛날 탁주맛 그대로다. 이들은 젊어서 밝은 눈과 젊기에 총명한 정신으로 술맛을 제대로 재현해냈다.

맑은 술은 깨끗한 뒷맛을 남겨 선호도가 높다. 새벽까지 취하도록 마셔도 이튿날 골이 패지 않는 술을 만든 건 대단한 실력이다.

그리고 이 집의 안주맛은 가격에 비해 무지 싸며 아주 푸짐하다. 장모님이 직접 주방을 지휘해서인지 솜씨 좋은 장인의 집에 초대 받은 듯 특별하다. 그냥 대충 음식 흉내가 아니고 정성껏 넉넉히 담아내어 상이 그득해지는 진심을 판다.

미식가인 내가 보증하는 맛이면 누구도 실망하지 않으리라 싶다.

여름날의 누룩은 곰팡이의 변질이 쉽다. 이들도 우여곡절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다. 이미 판매한 술맛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즉시 수거에 들어간다. 잔머리를 굴려 장사를 하려는 꾀가 이들에겐 없다.

정성과 열정으로 빚은 '옹해야'가 포항시에서 처음부터 순조로운 출발을 한 것은 아니다. 이미 포항시 전역을 장악한 'ㅇㅇㅁ 친구'라는 막걸리가 있었다. '옹해야'는 설 자리가 없었다. 더구나 포항시가 주관하는 시민행사 등에 시음으로 내놓을 기회조차 없었다.

이 코다리찜은 정말 완전 강추. 나는 조그만 싸구려코다리 몇 마리를 상상했으나 대형 코다리에 양념 맛이 일품. 나중에 국수사리까지... 또 침이 고인다.

즉석에서 구워내는 여러가지 모듬전이 저 큰 접시 가득했다. 맛은 묻지도 마시라. 사진을 찍는 걸 잊을 정도.

포항의 명물 과메기. 기특하게도 비린내 없이 너무나 깔끔.

 

이렇게 공식적인 홍보 기회가 없어서 힘든 시기를 보낸 뒤 2014년 총선 후부터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현재 이강덕 포항시장님이 젊은 창업자들에게 많은 지원과 기회를 제공했다. 그래서 지난 해 처음으로 흑자를 거두었다.

이제 막 과도기를 벗어난 '옹해야'는 2017년에 더욱 탄력을 얻기 위해 전통막걸리식초 개발을 시작했다. 음용과 식용에 두루 쓰이는 종초를 배양 중이다. 기북면이 위치한 죽장은 주야의 온도차가 극심해 사과와 가시오가피가 특산물로 유명하다. 사과와 가시오가피를 첨가한 막걸리식초가 3월에 출시 예정이다. 특히 죽장면 일대는 산업단지가 전혀 없으며 공해와는 거리가 먼 깊은 골짜기다. 사철 물이 맑고 물맛이 뛰어난 곳으로 영남 일대에서 손꼽히는 곳이다.

흔히 동업이란 끝내 갈등을 빚기도 하는 터라 그에게 조심스레 관계를 물어보았다. 그는 시원시원 대답했다. "아직 한 번도 다툰 적이 없어요. 서로 영역에서 열심히 해요." 단순하다. 그들의 이런 관계는 교묘한 나이 격차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마치 형제 간의 터울처럼 나이의 배열이 고르다. 한정길님이 44세, 정광욱님이 41세, 김경록님이 38세. 형과 아우 같은 이 집합으로 지나치게 허물 없이 대하지 않는 것 같다. 한정길님은 전적으로 양조장 현장을 지키고, 막내 김경록님은 영업 부분이다. 정광욱님은 양쪽 모두를 관리하며 '라이브주점 옹해야'를 운영한다.     

'옹해야'는 사회적 기업으로 수익의 일부를 소외계층을 위해 쓴다.

지적장애와 청각장애 3급 2명에게는 각별한 돌봄도 하고 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랑의 열매'에도 이익금으로 기여를 한다. 이들이 여유가 넘쳐서 그런 건 아니다. 한정길님과 정광욱님은 기혼이다. 더구나 정광욱님은 쌍둥이아빠다. 아직 총각인 김경록님까지 이들이 나눈 배당금은 쥐꼬리다. 지난 해 겨우 흑자였으니 이해가 간다. 그런데도 한겨레 잡지까지 넉넉히 구독하는 정광욱님은 은근 부모님 덕분이란다.

이토록 한겨레 사랑이 지극한 바른 정신의 정광욱님에게 마지막 할 말을 물었다. "정권교체되면 세금을 많이 내고 싶어요." 그리곤 환하게 웃는다.

이 말의 함축성은 나라가 바로 서면 국민의 도리를 착실히 하고 싶다는 뜻이리라. 인터뷰 도중 기름 배달하시는 어르신이 오시자 난로 위에 늘 준비해두는 칡차를 한 잔 드시고 가라며 인정이 뚝뚝 흐르는 목소리로 말했다. 시음하느라 몇 잔 마신 막걸리가 나의 혈관마다 정, 정, 정, 피돌기에 섞여 따뜻이 흐르고 있었다.

이토록 망친 정국에서 너무나 맑고 바른 젊은이를 보며 희망의 미래를 보았다. 한겨레가 가족으로 머무는 그곳은 오랫동안 일어나기 싫은 그런 자리였다.

천지가 노곤한 봄날이 오면, 한겨레를 사랑하는 누구라도 어울려 산골 양조장에서 족구도 하고, 고기도 구워먹고, 신나게 놀자는 그는 아무리 봐도 참 선량하다.

밤 9시 경이 되자 200여 석의 실내가 만원이 되었다. 손님은 주로 남.여 어울려 왔으며 3, 40대 전후반이 가장 많았다. 그래서인지 분위기는 통통 튀며 흥겨웠다. 나이듦은 외형 뿐 아니라 목소리도 늙는다. 노년층은 주로 저음이고 음울하다. 젊은 실내분위기 탓에 고음의 탄력성이 가득했다.

동해의 바다를 옆구리에 낀 포항, 푸른 수평선을 향하는 세 남자의 '옹해야'!

부디 2017년 웅장하게 솟은 새 해처럼 뜨겁게 성장하길 진심으로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편집: 양성숙 부에디터

이미진 객원편집위원  lmijin0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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