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딸 채아에게 주는 아빠의 글

악기를 좋아해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하는 윤채아 아기. 윤재영씨 제공
악기를 좋아해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하는 윤채아 아기. 윤재영씨 제공
혼자서 건반을 치며 노는 윤채아 아기. 윤재영씨 제공
혼자서 건반을 치며 노는 윤채아 아기. 윤재영씨 제공

 

입덧 너무 심해서 태명조차 ‘토토’
코로나19 탓 돌잔치도 못하니 ‘섭섭’
자작곡 ‘여기 함께 있으니’
녹음

연애시절 ‘2인 밴드’로 부부 인연
지리산자락 카페 ‘음악이 흐른다’ 열어


딸도 기타·건반 좋아하니 ‘기대’사랑하는 채아야. 네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엄마는 몸이 안 좋아 걱정을 많이 했었단다. 너의 태명이 ‘토토’인 거 아니? “왜 토토냐고?” 너를 임신하고 출산할 때까지 엄마가 계속 입덧을 해서 붙여진 거야. 엄마가 참 힘들었단다.

엄마는 약해진 몸에도 의술에 의존하기보다 ‘자연주의 출산’으로 너를 낳기를 원했어. 네가 세상에 처음 나올 때 갑자기 밝은 조명에 거꾸로 매달려 울면서 맞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해. 엄마는 처음 만나는 너의 세계가 낯섦과 불안한 곳이 아니라 편안하고 포근한 세상이 되도록 해주고 싶었던 것 같아. 그렇게 출산일은 다가왔고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너를 맞이하는 준비를 하고 있었어. 네가 나오겠다고 신호만 할뿐 내내 나오지 않아 엄마는 고통의 시간을 한참이나 보내야 했지. 입덧도 그렇고…출산도 그렇고… 엄마가 정말 많이 고생했어. 채아가 크면 엄마한테 잘해야 한다.

100일 사진 윤재영씨 제공
100일 사진 윤재영씨 제공

그렇게 태어난 네가 첫돌을 맞는구나. 엄마 아빠는 네가 건강하게 자라준 것이 너무나 고마워서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돌잔치를 해주고 싶었는데…, 코로나 탓에 사진 한 장밖에 남길 수 없어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구나. 그냥 이렇게 넘어가면 네가 컸을 때 아무런 추억이 없을까봐 고민을 했단다. 그래서 마음먹었지 ‘너의 돌을 기념해서 아빠 엄마가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의 이야기를 노래로 불러주자!’

윤채아 아기의 첫돌 기념 사진. 윤재영씨 제공
윤채아 아기의 첫돌 기념 사진. 윤재영씨 제공

너희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도 엄마 아빠만큼이나 음악을 무척 좋아하셨단다. 두 분은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커플이셨는데, 외할아버진 트럼펫을 전공하셨고 외할머니는 클라리넷을 연주하셨어, 안타깝게도 두 분은 이미 돌아가셨지만 채아가 이렇게 예쁘게 자란 모습을 보시면 기뻐하시며 네가 좋아하는 ‘곰 세마리’도 같이 불러주셨을 거야. 그런데 이제 돌아보니 그렇게 음악을 좋아하셨던 두 분의 목소리와 연주가 하나도 없는 게 무척 아쉽구나.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많이 접하고 배워서 웬만한 팝송은 다 꿰고 있어. 가끔씩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을 따라 부를 때면 엄청 멋져 보인단다. 외할아버지가 좋아하셨던 음반들을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엄마를 보면 그때 추억이 참 소중한 것 같아.

아빠는 초등학교 때부터 기타를 익혀 학창시절을 음악과 함께 보냈단다. 누구에게 배운 게 아니라 독학으로 혼자 고민하면서 나만의 음악세계를 만들어 갔지. 지금은 레슨 받을 곳도 많고 영상 자료도 많지만 그때는 서점에 있는 교본이 전부였기에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곤 했어. 그래도 꾸준한 연습을 통해서 음악이 주는 깨달음을 얻었어.

윤채아 아기에게 불러준 아빠의 노래 음반 ‘여기 함께 있으니_딸에게 Vol.1’의 자켓. 윤재영씨 제공
윤채아 아기에게 불러준 아빠의 노래 음반 ‘여기 함께 있으니_딸에게 Vol.1’의 자켓. 윤재영씨 제공

엄마는 대학시절 보컬로 활동했고 아빤 기타와 건반 연주자로 활동해서 연애할 때부터 네가 태어날 때까지 ‘2인 밴드’로 작은 공연도 했었단다. 지금까지는 남의 노래를 불렀지만 이제는 우리의 노래를 부르려고 해. 그 첫 번째 우리의 노래가 너의 돌 축하곡이 되었구나. 이 노래는 엄마가 부르기로 했는데 떨려서 못 할 것 같다고 해서 아빠가 대신 불러 주는 거야. 같이 들어볼래? 제목은 ‘여기 함께 있으니_딸에게 Vol.1’이야.

‘사랑하는 너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면~지금 이 순간 가장 행복한 시간~너의 눈을 보면 나의 전부가 되어버린 넌~나의 가슴 속에 여기 함께 있으니~너의 모습 나의 모습 이대로 함께 하는 이 순간~네가 전해준 따스함을 안고 우리 노래해~사랑하는 너에게 내게 와서 고마워~지금 여기에 너와 우리 함께’(http://youtu.be/j3Bvcwia5pI)

 

엄마 아빠는 지리산 자락 구례에서 음악카페 ‘음악이 흐른다’를 운영하면서 제2의 삶을 살고 있어. 네가 이곳 자연 속에서 좋은 음악과 함께 예쁘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구나. 벌써부터 기타 건반 치며 놀기 좋아하는 네가 지금의 아빠 나이가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너를 너무 늦게 낳아서 그때쯤이면 아빠 엄마가 곁에 없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 노래의 가사처럼 ‘지금 여기에 너와 우리 함께’ 있음을 기억하고 외로워하거나 힘들어하지 말고 항상 네 곁에는 엄마 아빠가 함께 있음을 기억해 줘.

구례/아빠 윤재영·엄마 조희숙

원고를 기다립니다 <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4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이자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한겨레 주주통신원(mkyoung60@hanmail.net) 또는 인물팀(people@hani.co.kr).


* 이 글은 2021년 7월 9일 <한겨레>에 실린 글입니다.
* 원문보기 :  “엄마·아빠 마음 담아 ‘첫돌 축하곡’ 음반 만들었단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김경애 편집위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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