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시행령(안)에 조직·운영 등 ‘비효율적’ 맹비난

전남도 공청회에 “늦어도 너무 늦었다” 볼멘소리 나와

범국민연대, “시민사회·유족 무시한 처사” 행안부 비난

전라남도는 지난 2일 순천 에코그라드호텔 컨벤션홀에서 ‘여순사건 특별법 후속조치 관련 공청회’를 열고 시행령과 후속조치 추진계획 등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전라남도는 지난 2일 순천 에코그라드호텔 컨벤션홀에서 ‘여순사건 특별법 후속조치 관련 공청회’를 열고 시행령과 후속조치 추진계획 등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지난달 2일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에서 입법예고한 여순사건 특별법 시행령이 20년 전 제주4·3 특별법 시행령(이하 시행령)을 그대로 따와 여수·순천을 비롯한 전남 동부권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전라남도는 시행령이 입법예고된 지 꼬박 1개월이 흐른 지난 2일에야 공청회를 열어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전라남도는 지난 2일 순천 에코그라드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 ‘여순사건 특별법 후속조치 관련 공청회’에서 시행령과 후속조치 추진계획 등을 검토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시행령은 오는 2022년 1월 21일 시행되는 여순사건 특별법에 맞춰 추진되지만, 행안부에서 제출한 시행령은 이미 20년 전 제주4·3 특별법 시행령을 빼다 박아 논란이 일었다. 시행령은 전체 19조와 부칙(시행일)으로 구성돼 있다.

행안부는 지난 2일 입법예고한 시행령 제정 이유에 관해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 조직 및 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을 정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시행령에는 결정적으로 소위원회, 자문기구, 사무조직 등에 관한 사항이 빠져 있어 여순사건 특별법 목적인 진상규명을 위해 부족하다는 평이다.

전라남도는 지난 2일 순천 에코그라드호텔 컨벤션홀에서 ‘여순사건 특별법 후속조치 관련 공청회’를 열고 시행령과 후속조치 추진계획 등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전라남도는 지난 2일 순천 에코그라드호텔 컨벤션홀에서 ‘여순사건 특별법 후속조치 관련 공청회’를 열고 시행령과 후속조치 추진계획 등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이영일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사건 조사와 피해자 신청 접수를 누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처리할 것인지가 시행령에서 규정하지 못했다”라고 꼬집으면서 “시행령 초안에는 실제 조사 인력과 실무 인력 배치가 전혀 고려되어 있지 않아, 진상조사와 피해자 명예회복 사업이 사실상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 이사장은 시행령에 소위원회 설치, 자문기구 설치, 사무조직(1국 2관 5과 차례 70여 명) 운영과 기획단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여순사건 특별법에 따른 여순사건이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에 접수된 사건에 관한 규정을 추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철희 함께하는남도학 소장은 “일반직 공무원이 담당하는 행정지원사무와 조사기구 그리고 기획단의 역할이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시행령이 제정되었으면 한다”라고 밝히며 “특별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최대한으로 확장하여 위원회의 조직과 운영을 담았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이는 제주4·3위원회 조직과 운영을 토대로 조직이 만들어질 경우, 제주처럼 20여 년 긴 기간이 소요될 것을 염려한 것이다.

이에 따라 주 소장은 위원회 사무조직, 조사단 및 소위원회, 진상보고서 기획단 설치·운영을 추가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위원회 조직안 2가지를 제시했다. 1안은 위원회 아래 소위원회를 두고 그 밑으로 행정지원단, 조사단(조사팀 3개), 기획단을 두는 안이고, 2안은 위원회 아래 소위원회를 두고 그 밑에 행정지원단과 기획단(조사팀 3개, 보고서팀 2개)를 두는 안이다.

양성주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사무처장, 박소정 여순10·19범국민연대(이하 범국민연대) 운영위원장 또한 제주4·3 특별법 시행령으로 돌아간 행안부 시행령을 비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진화위로 접수된 여수사건을 여순사건위원회로 이관하는 문제다. 박미경 진화위 조사2과장에 따르면, 지난 11월 25일 현재 775건에 이른다. 진화위는 이 가운데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이전 접수된 239건에 관해 조사개시 결정을 내렸다. 진화위에 접수된 건을 지역별로 보면, 고흥 59건, 곡성 45건, 광양 21건, 구례 201건, 보성 63건, 순천 205건, 여수 95건 등이며, 경남지역(거창, 산청, 함양, 하동, 합천, 함안)에서도 86건이다.

박 과장은 진화위와 여순사건위원회가 사건을 중복 조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제시하고, 진화위 접수 건을 모두 여순사건위원회로 이관하는 안과 진화위 접수 건은 진화위에서 진실규명하는 안 등 2가지 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박 과장은 “여순사건의 시간적 범위와 공간적 범위의 광범위함을 고려해 충분한 조사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여순사건위원회를 준비하는 일이 여순사건 진상을 규명하고, 희생자와 그 유족의 명예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여순사건 특별법 입법 취지에 타당하다”고 밝혔다.

전라남도는 지난 2일 순천 에코그라드호텔 컨벤션홀에서 ‘여순사건 특별법 후속조치 관련 공청회’를 열고 시행령과 후속조치 추진계획 등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전라남도는 지난 2일 순천 에코그라드호텔 컨벤션홀에서 ‘여순사건 특별법 후속조치 관련 공청회’를 열고 시행령과 후속조치 추진계획 등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이날 공청회에서는 시행령 입법예고 1개월이 지나서야 공청회를 준비한 전라남도를 비난하기도 했다. 적어도 2~3차례 공청회와 토론회 등이 마련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안으로 만들어 지난 13일(의견제출 마감일)까지 행안부에 제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범국민연대는 행안부 시행령에 관해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날 행안부에서 발표한 시행령안은 20여 년 전 제정된 제주4.3법 시행령안을 이름만 바꿔 내놓았다”라고 하면서 “그동안 제주4.3 특별법과 시행령이 6차례나 개정되었는데도 성의 없이 초기 시행령안을 내놓은 것은 시민사회와 유족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본다”라고 행안부를 비난했다.


* 이 기사는 순천광장신문(http://www.agoranews.kr)과 제휴한 기사로 순천광장신문 김주형기자가 작성한 글입니다
출처 : http://www.agora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21034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김주형 순천광장신문기자  jkh35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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